노트 하나를 꺼내어 올해에는 하고픈 것을 써 내려가 봤어요. 운동, 독서, 어학... 무슨 대범함인지 리스트가 계속 길어져요. 그러다가 이것이 어디서 오는 기시감인가 했더니, 작년 이맘때의 내 모습이에요. (까꿍!) 그래도 올해는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마 이 투두리스트가 너무 길어져서 위시리스트가 되는 건 아니겠죠? 작년 (아니 3년, 5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요. 그런데 그럼 또 어떤가요. 위시리스트가 된 것들은 내년의 투두리스트로, 혹은 중장기 목표로 재정비하고 나를 알아가며 나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팩토리2는 올해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본 레터를 통해 우리의 투두리스트이기도 한 한해 프로젝트들을 소개합니다. 2022년으로 스무 살이 된 팩토리는 그간 가닥가닥 흩어져있던 색색의 실들을 더욱더 조화로운 것끼리 엮고 또 엮어 더욱 탄탄하고 유연한 밧줄을 만들어보려 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밧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돌고 돌고 또 돌아 예상치 못한 즐거운 만남(serendipity)이 되어 다양한 모습이 될 것이고요. 팩토리의 오랜 위시리스트가 투두리스트가 되어 자신의 차례를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에 큰 기대를 품어주세요.
✉️ 프리뷰 / 2022 팩토리2
1월 SAA 전시
실크스크린 프린트 팀 SAA의 인쇄 실험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가 팩토리2의 올해 첫 전시로 진행됩니다. 작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이는 21점의 작품에서 실크스크린의 다양한 기법과 정교한 실험과정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3-4월 Luft와 팩토리2의 협업전시
일본의 조소 작가이자 공간디자이너인 마키시 나미(Makishi Nami)가 운영하는 갤러리/샵 루프트(Luft)와의 협업 전시가 3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루프트 고유의 미감을 담은 테이블, 의자, 선반, 보드 디자인과 함께 도자기 작업을 비롯한 여러 생활 소품을 함께 배치하여, 팩토리2 공간은 해당 기간 동안 전시장이자 오피스이자 다이닝룸으로 활용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오버랩 되어 펼지는 루푸트의 전시는 지난해 로컬(Lokal)에 이어 ‘Seamless Flow: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의 또 다른 시도가 될 것입니다.
-Luft  website

팩토리2 공간 배치 예상도
5-8월 돌고 돌고 돌고 
2022년,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돌고 돌고 돌고>의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실험실로서의 온실을 설치하는 것을 중심으로 그 과정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식물 식재와 수확, 발효, 염색 등 손과 몸을 통한 활동을 이어가며 실험과 배움, 예술 경험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온실의 다양하게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차근차근 소개합니다. 2021년의 <돌고 돌고 돌고> 소식은 지난해 레터도 참조해주세요! NO.10, NO. 12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 PaTI에 설치 예정인 온실과 텃밭 사이트 땅 고르기 작업 2021.11.23
9월 랜디 & 카트린 Randi & Katrine 전시 및 연계 프로그램
언뜻 유쾌하고 가벼운 듯 보이지만 단단한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하는 덴마크 듀오작가 랜디 & 카트린은 초현실적인 단서로 일상에서 당연시해온 메커니즘을 넓히는 동시에 교란하기도 합니다. 팩토리2의 나무 지붕 파사드의 제작자이자 (<House in Your Head>, 2009), 퍼블릭아트 <함양 상림공원 프로젝트-Round Project>(2013)와 지난해 <오늘의 날씨>에서 함께 작업한 이들을 12년 만에 한국으로 초청해 팩토리2에서의 전시 및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Randi & Katrine  website

<House in Your Head> 팩토리2 파사드 설치, 2009

타워맨 Towerman, 경남 함양 상림공원 프로젝트 <라운드 프로젝트>2013

숲 Forest, 광명 유 플래닛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오늘의 날씨>2021
11월 민정화 작가의 그래픽 노블 출간기념 전시
2020년 팩토리2에서 국내 첫 개인전 <관상식물>과 이어 <작은 관상식물들>로 많은 분의 사랑을 받은 민정화 작가는 오랜 시간 준비한 그래픽 노블을 올해 출간 예정입니다. 다양한 프린팅 작업을 시도해온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 전시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만날지 많은 관심 바랍니다.
-민정화  website

2020 솔로쇼: 민정화 <작은 관상식물들>, 2020
12월 레나타 야코울레프 Renata Jakowleff 초청 전시
지난해 팩토리가 제안한 ‘Seamless Flow: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의 일환으로 헬싱키의 로컬(Lokal) 작가들을 서울로 초청한 바 있지요. 이때 함께 한 레나타 야코울레프의 개인전이 2022년을 마무리하는 전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관람자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섬세한 유리 작품을 기대해주세요.
-레나타 야코울레프 Renata Jakowleff   website

✉️ 전시 / TP
2022. 1. 11. - 1. 23.

팩토리2의 올해 첫 전시는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초대해 새로운 인쇄 프로세스를 실험하는 SAA의 <TP (Trial Proof)>입니다. 판화에서 에디션 제작의 실험 단계를 이르는 ‘Trial Proof’가 ‘edition’에 이르는 과정을 참여작가 7인과의 협업을 통해 흥미롭게 소개될 예정입니다. 
SAA와는 ‘팩토리 에디션’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인사드릴 기회가 있을 거여요. 젊은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팩토리의 새로운 에디션 시리즈에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아래에는 본 전시에 대한 이해를 더하기 위해 전시 오픈에 즈음하여 SAA와 간단히 나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Q. SAA는 어떻게 구성된 팀인가. 팀원 각각의 소개도 부탁한다.
SAA는 스크린 프린트 기반의 프린팅 프로덕션 스튜디오로, 이산하와 정성훈이 도판의 분판 방식, 잉크의 발색 및 표현, 피 인쇄물의 속성 등 각 요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스크린 프린트의 실험적 특성에 주목하며 시작했다. SAA는 파주에 있는 공방을 거점으로 동시대 아티스트,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인쇄 컨설팅을 제공하며, 그 외에도 시각이미지 생산자와 인쇄 협업, 기관 또는 단체의 상품 개발, 예술, 디자인 전공자 및 일반인을 위한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한다.

Q. 이번 전시는 다른 판화 전시와 어떤 다른 점을 주목해서 관람하면 좋은가. 
<TP>는 판화용어 ‘trial proof’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trial proof’는 시험 인쇄의 한 과정으로 본 작업(Edition)을 진행하기 전 단계에서 색, 레이어, 잉크의 물성 등 예측이 어려운 요소를 사전에 검토하며 보다 정확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3단계의 ‘trial proof’를 진행하여 하나의 이미지가 교정과 시도를 거치며 완성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기술적 교정과 즉흥적 혹은 계획적 교정이 미묘하면서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Q. 첫 전시이다. 전시를 하며 가장 신경 쓴 지점은? 
일반적으로 판화가 구현되는 과정은 ‘작가의 의도가 정확히 표현되는가’에 있다. 본 전시는 판화를 통해 원본을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스크린 프린트로 구현할 수 있는 핸드 그라데이션, 산업용 퍼티를 활용한 마티에르, 투명도를 달리한 백색 잉크의 중첩, 흑연, 목탄, 상귄 등 전통적인 안료를 통한 표현 등 ‘trial proof’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방식의 표현을 시도하고자 한 점이다.

2022년 12월 21일, 팩토리는 스무 살을 기념하며 지난 시간을 함께한 여러 동료, 이웃, 친구들의 인터뷰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의 <Push & Pull 밀어주고 당겨주기> 옥션 마켓은 이 기념집 제작을 위한 펀드레이징 이벤트이기도 했지요. 걸음 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더욱 풍성하게 쌓일 팩토리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김유나 (유나킴씨)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