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없는 세상이 정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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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엪지 학습 목표 check!

✔️ '시설'이라는 공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 한국의 탈시설 지원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다.
✔️ 이미 모든 시설을 폐쇄한 나라의 선례에 대해 알 수 있다.
✔️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해 알 수 있다.

✅ 오늘 뉴스레터는 새벽 2시 즈음을 가장 좋아하는 브랜디가 만들었어요🌟

🌈 피드백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브랜디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지난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받은 인상적인 피드백을 공유해보려고 해요.

위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이엪지는 8월 한 달간 <탈시설>이라는 주제를 잡고, 매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한 편에 담긴 내용이 너무 많은 데다, '시설'에 대한 개념을 잡기도 어려워서 잘 와닿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피드백을 읽고 뉴스레터를 다시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나 오늘 뉴스레터에 정책이나 법 등 다소 어려운 내용이 등장할 예정이라, '시설'이라는 공간에 대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 드리고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Q. 시설이란 무엇인가요? 
A. 간단히 한 문장으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시설은, 노인, 장애인, 어린이, 영유아 등 대상자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공간입니다. 

Q. 시설은 누가 운영하나요? 거주시설 외에 다른 시설은 없나요?
A. 시설은 법인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개인이 운영하기도 해요. 둘 모두 국고보조금 지원을 받아 운영됩니다. 법인시설 지원은 보건복지부 담당이고, 개인운영시설 지원은 지자체 담당인데요. 운영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는 법인시설과 달리, 개인운영시설 지원 기준과 금액은 지자체별로 다르다고 해요. 사실 시설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해요. 장애인 시설만 해도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 장애인 의료재활 시설, 기타 시설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그 중 거주시설만 또 5가지로 나뉠 정도죠. 현재 이엪지 <탈시설> 뉴스레터에서는 편의상 '거주시설'을 '시설'로 표기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Q. 시설엔 어떻게 들어갈 수 있나요?
A. 장애인 시설의 경우 장애인으로 이미 등록되어 있는 사람의 입소 가능 여부 확인 절차를 거쳐서 들어가게 돼요. 노숙인은 자진해서 입소하는 경우도 있고,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입소의뢰를 함으로써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죠. 대부분의 시설은 그 사람의 연고자, 건강 상태 등을 조사하고, 상담을 진행한 후 입소하게 한다고 합니다.

Q. 좋은 뜻으로 시설을 연 거 아닌가요? 왜 폭력이 발생하는 건가요?
A.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언급했지만, '시설의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이 모여 살고, 또 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다면 필연적으로 이런저런 규칙이 생기게 되죠. 이 규칙은 내 삶에 대한 결정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수용자와 관리자의 위계질서를 형성하기도 해요. 처음엔 정말 잘 운영해볼 생각이었어도, 인권 침해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 탓에 벌어지는 일인 거죠.😞

뿐만 아니라 개인이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에게 이를 신고해야 하는데,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운영하는 '미신고시설'의 수가 적지 않아요. 미신고시설은 주로 종교단체의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죠. 말 그대로 '사람 장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적인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니 거주인의 인권침해는 말도 못 할 수준이라고 해요. 지속적인 폭행부터 운영자와 거주인 간의 엄격한 위계 관계 등, 시설의 근본적 문제가 더욱 견고하게 나타나는 곳입니다.

Q. 그렇게 힘든데 왜 시설에 사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A. 그게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에요. 사회는 '이질적'인 구성원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왔고, 스스로도 그렇게 믿게 했죠.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탈시설 욕구 조사를 한 결과, 장애인시설 거주자의 33.5%, 노숙인시설 거주자의 13%만이 자립해서 살고 싶다고 밝혔어요. 자립을 원치 않았던 이유는 대부분 그 생활만을 인생의 정답이라고 생각해왔기에, '갑자기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탈시설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정확한 설명과 상담을 진행하자, 하나둘 마음을 열었다고 해요. 

분량상 설명하지 못한 시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첨부된 영상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이엪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피드백 남겨주신 구독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무엇이든 좋으니, 이엪지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메일 하단의 피드백 버튼을 누르고 글을 남겨주세요! 이엪지는 피드백을 먹고 산답니다.😋

#EFG ISSUE : 탈시설을 위해 필요한 논의
🏡 탈시설 후엔 어떻게 되나요?

영상 : ⓒ 노컷브이
초반에는 대부분 비리를 저지른 사람, 폭력을 행사한 사람, 학대를 한 사람만 내쫓으면 시설의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걸 알게 되었고, 현재와 같은 탈시설 정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그럼 어떤 정책들이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장애인 탈시설 지원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주택 지원
먼저 주택을 지원합니다. 지원되는 주택은 크게 3종류인데요. 입주와 주거생활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지는 공급형 지원주택,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주거생활서비스만 받을 수 있는 비공급형 지원주택, 지역사회로 정착하기 전 자립생활을 체험해볼 수 있는 자립생활주택이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주거 지원을 받은 인원은 2020년까지 3년간, 시설퇴소 장애인의 22%(1,733명) 수준에 그쳤죠. 또 자립생활주택의 경우, 이후에 살 주거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어요.

2. 탈시설 정착금 지원
장애인시설을 퇴소하면 장애인자립지원정착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2020년 기준 이 지원을 받은 사람은, 시설 퇴소 장애인의 4.1%인 146명에 불과했다고 해요. 지자체별로 지급액의 차이도 있는데요, 서울은 1,300만원, 경기도는 올해부터 1,500만원을 지원하는 반면, 부산은 700만원, 충북은 500만원 수준이고, 대전·울산·세종·충남은 시설퇴소 장애인에 대한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3. 활동지원서비스 제공
오랜 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다가 갑자기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 한다면 아주 막막하겠죠. 그래서 활동지원서비스를 퇴소 후 2년간 월 120시간까지 지원합니다. 모든 일상생활에 대한 보조와, 외출, 이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러나 최중증장애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점과, 2년이 지난 뒤에는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요. 정말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은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게 과연 합당하냐는 거죠. 
어떤가요? 뭔가 빈틈이 많죠? 그런데 사실 이마저도 중앙 정부 차원의 정책이 아닌, 지자체의 정책에 불과해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당시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 탈시설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거나 충분한 예산이 반영되지는 못했어요. 지난 8월 2일이 되어서야 탈시설 정책의 첫걸음으로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긴 했지만, 사실상 ‘시설서비스 재편 계획’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입니다.🙁 

😮 탈시설 '성지'로 불리는 곳이 있다?

영상 : ⓒ Nocut Clip
그렇다면 이미 장애인시설을 모두 폐쇄한 나라들은 어땠을까요?🧐

캐나다는 1971년, 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으로 개선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2006년에 모든 시설을 폐쇄하게 됐어요. 이탈리아의 경우, 1978년 바살리아법으로 불리는 정신병원폐쇄법의 도입으로 정신장애인의 탈시설을 이끌어냈죠.

'탈시설 성지'로 불리는 스웨덴은 1970년대부터 시설폐쇄를 위한 준비를 해왔고, 1997년에 제정된 '시설폐쇄법'으로 2000년까지 모든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데 성공했어요. 정치권의 주도하에 관련 법안을 제정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죠. 현재 스웨덴은 어딜가나 장애인이 있는 나라로, 장애인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예로, 스웨덴 노동시장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장애가 있어도 실제 그가 하는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비장애인과 동일한 정도의 임금을 받죠.👍 

한국도 최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요. 작년 12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정의당 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과 함께 '탈시설지원법'을 발의했거든요. 이 법은 모든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리를 명시하고, 관련 지원을 규정하는 법이에요. 이 법안의 핵심은 10년 내로 시설을 폐쇄한다는 내용이죠. 최혜영 의원은 '탈시설지원법'을 올해 내에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 모두를 위한 디자인

영상 : ⓒ Cityian씨티이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키가 크지 않은 어린이도 버스 손잡이를 잡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처럼 연령, 성별, 국적(언어), 장애의 유무 등의 조건과 관계없이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 혹은 디자인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맛집을 추천할 때도 계단, 엘레베이터 등의 유무를 표기하며 '배리어프리'(장애인, 고령자 등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장애물을 없앰)에 신경 쓰곤 하죠. 유니버설디자인은 배리어프리를 기본으로, 물리적 장애물의 제거뿐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의 행동과 심리적 특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탈시설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겠죠?

🔊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영상 : ⓒ 씨리얼
법을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왔던 사람들에 대한 시선도 바뀌어야겠죠. 여러분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오늘은 제가 최근에 읽고 깊은 반성을 하게 된 글을 공유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해요. 
나는, 사회적 의제로서의 '노숙인'과 실제 만나는 '노숙인'을 철저하게 별개로 대한다.
나는, 낡고 칙칙한 옷을 입은 남자를 일단 노숙인이라고 여기고 본다.
나는, 낡고 칙칙한 것을 더럽다고 여긴다.
나는, 노숙인과 책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나는, 노숙인의 음색이 맑지 않을 거라고 여긴다.
나는, 노숙인과 술기운을 연관지어 생각한다.
나는, 노숙인과 영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나는, 노숙인을 두려워한다.
나는, 노숙인을 혐오한다.
나는, 글에서 만나는 노숙인은 심지어 편까지 드는데, 길에서 만나는 노숙인은 피하고 본다.
나는, 두려움과 혐오를 티 내지 않고 감춰서, 문제에 휘말리지 않는다.
나는, 내 안녕이 확보되는 사람만 만나고자 한다.
나는, 멀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어떤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조차 없었어요.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글의 '나'가 곧 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멀리서는 그들의 자유를 응원하고 관련 제도 마련을 촉구하지만, 정작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을 만났을 때는 사회가 쥐어준 기득권의 시선을 배제하지 못하는 게 저의 진실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사회에서 격리된 이들을 하루빨리 이웃으로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날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저의 이 모순된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 같거든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들과 함께 일하고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모든 편견이 배제된 시선으로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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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이엪지가 공유하고 싶은 것

"요즘 특정 대상을 사는 곳, 취향, 성격 등으로 규정하는 것이 브랜드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특정 부분만 보고 일반화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마음이 우리 사회에 필요해 보입니다."

- 지난 뉴스레터 피드백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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