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작가, 을지로 옐로위시그린 /

안녕하세요, <중심잡지>의 에디터 릳(a.k.a. RD)입니다. 지글지글, 덥덥, 찝찝, 바야흐로 여름의 한가운데 성큼 들어선 것 같은 요즈음입니다. 반팔을 입어도 을지로 거리를 한 바퀴 돌고 오면 어느새 땀에 흠뻑 젖어있는 옷을 발견할 수 있죠.

<중심잡지>가 한 주 쉬는 동안, 을지예술센터는 무사히 전시를 마쳤습니다. 을지로에 숨어있던 다양한 공간들을 만났던 지난 2주 간은, 너무나도 익숙한 을지로에서 다른 세상을 만나는 듯한 시간이었어요.

을지로의 골목들은 아주 오래된 골목들이어서, 조선시대 때 만들어졌던 골목들이 그대로 형태가 남아있다고 하죠. 그래서 매일같이 다녀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전에 알지 못했던 시간의 흔적들을 새록새록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 ⟪예술기능공간⟫ 행사에서 만난 예술 공간들은, 마치 그렇게 평소에 무심히 지나쳤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들을 한꺼번에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낡은 건물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숨은 전시장이, 숨은 카페가, 문화공간들이, 마치 다른 세상으로 ‘포탈’을 열어둔 것처럼 나타나곤 했거든요. 게다가 오래된 공간의 기억들을 그대로 보존한 채 그 위에 예술의 색깔을 덧칠한 공간들은, 지금의 예술들이 어떤 곳으로 달려가고 있는지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했어요. 개성 넘치는 공간의 운영자들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말이죠. 

그래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커다란 맥락을 따라가는 행사가 아니라, 저마다의 개성이 넘치는 세상을 펄쩍펄쩍, 이곳저곳 넘나드는 여행같은 행사가 되었습니다. 모쪼록 이 재미난 공간들에서,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벌어지기를 빕니다.

이번 주는 을지예술센터의 전시 ⟪을⟫에 참여했었던 박정민 디자이너와, 서늘함과 무더위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색, 을지로 옐로위시그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함께 보실까요? <중심잡지> 29호, 시작합니다.

#박정민

진흥 레코더즈 패턴 시리즈 01, 2019
박정민 디자이너는 대학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다루고 있다. 올해 3월 을지예술센터에서 진행된 전시 ⟪을⟫에서 리소인쇄 작품인 <사물들 패턴 페이퍼>(2021)를 출품하였고, 현재 을지예술센터에서 진행 중인 전시인 ⟪콜렉티브 컬렉션⟫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다. 

그는 특정 지역에 대한 내러티브를 다루면서 신진 건축가들과 협업을 이어왔다. 이는 공간과 건축에 애정을 가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을 시각화하여 관객에게 섬세하게 제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치 대본을 시각화하여 무대를 디자인하듯 인터뷰를 비롯한 텍스트들을 수집한 후, 그래픽 디자인의 조형 요소를 활용하여 사물과 현상을 패턴화하여 보여준다. ‘작가의.노트’ 안에 꾹꾹 담아 놓은 일상과 취향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생성해낸 이미지와 이야기를 더 맑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을지로 옐로위시그린

1년의 한가운데에 들어서는 시간, 6월. 6월은 봄을 떠나보내고 여름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어느새 태양볕이 뜨거워졌음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보면, 길거리 사람들의 옷차림은 이미 한결 가벼워져 있습니다.

여름을 맞이하는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의 중간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산으로 바다로 훌쩍 떠난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설렘과 습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를 견뎌내야 하는 두려움. 올해의 더위는 또 어떻게 즐기고,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맘때, 구석에 숨겨두었던 여름 옷을 꺼내 걸쳐보고,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고, 비닐에 쌓여있던 선풍기를 꺼냅니다. 일 년의 절반이 지나가는 6월은, 이렇게 ‘변화의 시간’이기도 하죠.

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오묘하게 뒤섞인 공기 속에서 눅눅한 풀 냄새를 느끼고 있노라면, 사계절이 존재하는 곳에서 삶을 보낸다는 건, 곧 풍성한 삶의 기억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변화의 과도기를 부지런히 준비하는 바로 지금, 6월.

6월은 뒤를 돌아보면 봄이, 앞을 내다보면 여름이 위치한 계절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날씨를 검색하면서 어떤 옷을 입어야 뜨거운 태양볕과 차가운 에어컨 바람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창문을 열고 신선한 바람을 들이키는 순간, 오늘따라 눈에 들어오는 색이 있습니다. 차가운 듯 따뜻해 보이는, 서늘함과 무더위의 기억이 교차하는 여름날의 옐로위시그린, 바로 이번 주 을지의. 색 입니다.

안녕하세요. 모르는게 많은 몰라입니다. 이번 주 을지예술센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소하지만 리얼한 소식! 지금 바로 보시죠.^^ 
첫 번째 소식 : ⟪예술기능공간⟫ 성황리에 종료!
이번에 을지예술센터에서 기획한 전시이자 행사 ⟪예술기능공간⟫이 지난 6월 6일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매일 ‘투어 서비스’와 ‘라이브 서비스’를 두 개 씩 진행하면서 을지예술센터 식구들은 행사기간 동안 휴일 없이 야근을 지속하며 녹초가 되었지요. 그래도 참여해준 많은 관객분들과 예술이 기능하는 공간으로 참여한 공간 운영자분들의 긍정적인 관심 덕분에 성황리에 잘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아주 뿌듯합니다. 

이제 을지예술센터 식구들에게 남은 것은 휴식과 회복입니다. 모두들 전체회의 때 황금같은 휴일을 쟁탈하기 위한 눈치게임을 시작합니다. 

두 번째 소식 : 인스타 라이브 진행으로 을지예술센터 인스타그램 팔로워 증가
⟪예술기능공간⟫ 행사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기획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간 운영자분들을 만나고 인터뷰 하는 ‘인스타 라이브 서비스’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을지로에서 자생하는 40여 곳 공간들의 운영자분들과 만나면서, 서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서로 교환되고 늘어났다는 점이었습니다. 감사하고도 신기한 경험이었죠!

그리고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매일 밤을 사무실에서 지새운 유준은 놀라운 정신력으로 방송을 마무리 하고, 아직까지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고생했어요 유준^^ 

  • 높은 곳의 고양이는 늘 지혜를 주지 (안성석, 양승욱, 유영진, 오웅진, 권윤서),  을지로 OF  2021. 06. 05 ~ 07. 11.
  • -BUCKPASSINGCLUB- [ 책임전가 ] (벅패싱클럽 BPC, 김태윤, 우종원, 이보),   옥보단,  2021. 06. 11 ~ 06. 24.
  • 콜렉티브컬렉션 (오브, 이준영, 정덕현, 오브렛, 문녕준, 작은물, 고대웅, 박가범, 이유준),   을지예술센터  2021. 05. 26 ~ 07. 29.
  • 윤위동 개인전 MONOLOGUE (윤위동),   갤러리 반디트라소  2021. 06. 09 ~ 07. 10.
  • 읽혀지지 않는 지도. (황재형),   국립현대미술관,  2021. 04. 30 ~ 08. 22.
  • Solid City 솔리드 시티 (고대웅&박가범, 마민지, 박수환&장성건, 박혜민&김수환, 송주원, 송호철, 아마추어 서울, 이병찬, 후암연립),  세화미술관,  2021. 04. 21 ~ 08. 31.
  • 세운도면 : 도시를 그리는 방법 ( 김규연, 김민주, 김진선, 문율, 박민지, 박지수, 백소현, 서유리, 안진주, 정솔  ),   세운상가 세운홀 (청계천로 159, 다시세운 광장 하부)  2021. 06. 19 ~ 06. 27.
         ☺ 전시명을 클릭하시면 전시정보를 보실 수 있어요!

# 다음호에.만나요

이번 주도 여기까지입니다. 을지예술센터는 아직 전시의 여파(?)로 한껏 들떠있고(을지로 공간들의 전시 ⟪콜렉티브 콜렉션⟫은 7월 29일까지 계속됩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사이 무더위가 사무실로 엄습해왔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는 것이죠.

어느덧 을지로에서 을지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기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한창 무더위가 내리쬐던 작년 이맘때 <중심잡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더위가 찾아오면서, 이 골목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고민하던 작년이 떠올랐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더 많은 보물같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을 거라 믿습니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또 다음 주에 다시 찾아올게요. 그럼 다음 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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