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식탁, 기후변화 영향받았다 [더 나은 세계, SDGs]

입력
수정2023.10.03. 오후 10:17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올해 추석 식탁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상 최대의 고용 한파로 인한 여파뿐 아니라 시장 물가도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체감 경기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특히 봄부터 시작된 이상 저온과 섭씨 40도를 웃도는 111년 만의 폭염, 가을 태풍과 집중 호우 등 이상기후 지속에 상당수의 농가가 피해를 입은 결과 채소와 과일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폭염과 가뭄 피해를 입은 농경지가 서울 여의도의 약 10배에 달하는 2909㏊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과와 배 등 과일의 피해 면적이 1308.3㏊로 가장 넓었고, 무와 배추 등 채소가 438.2㏊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도도 “올해는 봄 냉해와 이상고온, 가뭄, 폭우까지 악조건들이 다 겹친 상황이어서 도내 농가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명절을 앞두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일부 채소와 과일의 생산량 감소로 예년에 비해 5~7% 오를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농무부(USDA)의 수요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하는 태풍 등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 상승으로 농·축산업 분야의 피해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규모 또한 대형화되는 추세이다. 또한 기온 상승으로 작물 생산과 품질이 저하되고, 농작물 재배시설의 피해도 많이 증가됐다. 그뿐 아니라 가뭄과 홍수, 폭설 등의 재해로 토양의 환경이 변화되고,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농산물 생산 저하, 병해충 확산 등이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하를 앞둔 감자
국내뿐 아니라 지구촌 농업 현장 곳곳이 기후변화로 위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량 작물 중 하나인 감자는 열 스트레스에 취약한데, 최근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줄기가 생성되지 못하고 구멍이 생기는 등 품질과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2055년까지 완전히 멸종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세계 3대 작물인 옥수수 역시 가뭄이 지속되면서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지구 기온이 4도 상승하면 남부 아프리카의 수확량 손실은 매우 광범위하고 최대 50% 이상의 손실률을 기록하기도 한다고 보고되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옥수수 수확 모습
세계 2위의 무역량을 차지하는 커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코스타리카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중남미 커피콩 생산지에서 헤밀리아 바스타트릭스(Hemileia Vastatrix)라는 곰팡이성 병원균이 확산해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는데, 과학자들은 이 균의 원인을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습해진 환경에서 찾았으며, 2050년까지 중남미 커피 생산량이 최대 88%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식탁과 농업 분야의 위기 대응책으로 전문가들은 기후 스마트 농업(CSA·Climate-smart agriculture)을 핵심전략으로 꼽고 있다. CSA는 작물의 생산성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복원력을 키우고, 온실 가스를 감축해 국가 식량안보를 지키는 동시에 생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식물보호사무국(IPPC·Interantional Plant Pretection Convention) 등을 중심으로 구상 중인 농업 방법이다.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문제를 함께 해결함으로써 경제·사회·환경에 이르는 유기적 측면의 지속가능한 농업 개발을 지향하자는 취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농업 분야는 빈곤 퇴치, 물과 위생, 양질의 일자리, 인프라 구축 등 유엔의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17개 주요목표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지닌다. 이에 대해 유엔 등 주요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은 CSA가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SDGs 이행 방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농업 발전이 빈곤 퇴치와 식량안보 달성, 정치 불안 해소 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의 농업분야 전문가그룹도 이 방법이 농촌과 주변 도시 지역의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과 인프라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상기온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수수를 수확하는 수단의 농민
최근 CSA와 관련된 실질적인 프로젝트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11년부터 아프리카와 남미, 중국을 포함한 동남 아시아를 대상으로 대규모 CSA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기후 변화와 농업·식량안보에 관한 국제 농업 연구프로그램(CCAFS)과 국제농업연구자문그룹(CGIAR)은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의 대응과 정책을 공동 연구하면서 20개 국가에서 ‘기후 스마트 마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UNCCD)도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과 기후변화에 대한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작물 생산과 품질 피해에 바로 반영되는 만큼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환경 위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축산업의 손실이 북극의 해빙 이상으로 이어져 인류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도 경고하고 있다. 유난히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했던 올해 추석 식탁이 마냥 반갑지만 않았던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강명아 UN지원SDGs한국협회 부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지원 기구입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