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폭염과 가뭄 피해를 입은 농경지가 서울 여의도의 약 10배에 달하는 2909㏊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과와 배 등 과일의 피해 면적이 1308.3㏊로 가장 넓었고, 무와 배추 등 채소가 438.2㏊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도도 “올해는 봄 냉해와 이상고온, 가뭄, 폭우까지 악조건들이 다 겹친 상황이어서 도내 농가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명절을 앞두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일부 채소와 과일의 생산량 감소로 예년에 비해 5~7% 오를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농무부(USDA)의 수요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하는 태풍 등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 상승으로 농·축산업 분야의 피해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규모 또한 대형화되는 추세이다. 또한 기온 상승으로 작물 생산과 품질이 저하되고, 농작물 재배시설의 피해도 많이 증가됐다. 그뿐 아니라 가뭄과 홍수, 폭설 등의 재해로 토양의 환경이 변화되고,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농산물 생산 저하, 병해충 확산 등이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하를 앞둔 감자 |
미국 아이오와주의 옥수수 수확 모습 |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식탁과 농업 분야의 위기 대응책으로 전문가들은 기후 스마트 농업(CSA·Climate-smart agriculture)을 핵심전략으로 꼽고 있다. CSA는 작물의 생산성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복원력을 키우고, 온실 가스를 감축해 국가 식량안보를 지키는 동시에 생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식물보호사무국(IPPC·Interantional Plant Pretection Convention) 등을 중심으로 구상 중인 농업 방법이다.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문제를 함께 해결함으로써 경제·사회·환경에 이르는 유기적 측면의 지속가능한 농업 개발을 지향하자는 취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농업 분야는 빈곤 퇴치, 물과 위생, 양질의 일자리, 인프라 구축 등 유엔의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17개 주요목표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지닌다. 이에 대해 유엔 등 주요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은 CSA가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SDGs 이행 방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농업 발전이 빈곤 퇴치와 식량안보 달성, 정치 불안 해소 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의 농업분야 전문가그룹도 이 방법이 농촌과 주변 도시 지역의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과 인프라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상기온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수수를 수확하는 수단의 농민 |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작물 생산과 품질 피해에 바로 반영되는 만큼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환경 위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축산업의 손실이 북극의 해빙 이상으로 이어져 인류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도 경고하고 있다. 유난히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했던 올해 추석 식탁이 마냥 반갑지만 않았던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강명아 UN지원SDGs한국협회 부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지원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