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의 사이, 차가운 공기의 텁텁한 향을 맡으며 공원을 산책할 때 음악을 듣곤 한다. 공원을 걷다가 벤치에 혹은 풀밭에 앉아서 타인의 삶을 풍경 삼아 멜로디와 다 이해하지 못한 가사를 곱씹다 보면, 어느새 공간 속에 완전히 스며든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휴가를 떠나지 못했던 여름, 시원한 그늘을 찾아 방문했던 Parc des Buttes-Chaumont에서 어느새 매번 자리를 잡는 나무를 기억하게 되었다. 내 한 몸 쉬이 뉘일 곳이 생겼다는 기분에 무작정 안도감이 든다. 책과 천으로 된 돗자리를 들고 가서, 텀블러에 담긴 음료를 음미하며 울창한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에 눈을 잠시 감았다 뜬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에서 어느새 내가 있어도 되는 풍경이 하나, 둘 씩 늘어난다.
파리의 공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프랑스 팝과 전통 라틴계 발라드, 프랑스 인디, 얼터너티브 인디까지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공원 산책 코스를 찾아보는 것도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