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의 안식월 - 런던 놀이터 탐험
소화의 안식월
런던에 가서 놀이터라니?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의 이소아입니다. 지난 7월말부터 8월 하순까지 저는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8년만에 진짜 안식월을 보내고 왔습니다. 올 초만해도 안식월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동료들이 응원해주어 아무런 걱정 없이, 아무런 아쉬움 없이 편안하게 자알 쉬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돌아오니 일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많아지는 것 같은 느낌은.... 그냥 느낌일 뿐이겠지요? ^^;;; 

런던에서 뭘 하고 지냈느냐구요?  
-프림로즈힐에 위치한 놀이터(이름을 까먹음) 
모든 놀이터의 모래들은 아주 고운 모래였고, 이렇게 물펌프?가 있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모여 놀았습니다.
 런던 곳곳의 놀이터와 공원에서 놀다가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런던은 하이드파크, 리젠트파크, 세인트 제임스파크, 프림로즈힐, 배터시 등 공원이 많고 넓고 아름답습니다. 곳곳에 아름드리 나무들과 누군가를 기억하는 팻말이 적힌 긴 벤치가 있어서 가다 쉬다 힘들지 않게 시간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습니다. 옷을 어떻게 입어도, 공원의 꽃잔디에 그냥 드러누워 낮잠을 자도 , 그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어도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쳐다보지 않더군요. 그래서 런던에서는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해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말도 안되는 춤도 추면서 걸어다녔거든요.

런던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십수년 전(사법연수원을 들어가기 전 겨울) 처음 런던을 여행할 때도 공원들을 하염없이 걸어만 다녀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때는 혼자 위축되어서 그냥 걸어만 다녔었거든요. 겨울이기도 했지만 그리 춥지 않았는데도 왜 그리 주눅이 들어 있었는지...

 이전에는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그 공원들 곳곳에 아주아주 훌륭한 놀이터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더 자주 갔고 좋아했던 리젠트파크 안에서만도 발견한 놀이터가 3개 있었는데,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함께 떠난 여행이기도 했지만 무조건 쉬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숙제하듯 유명 관광명소를 돌아보기보다는 매일 공원을 어슬렁 거리며 산책을 하다가 그곳의 놀이터 도장깨기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런던은 매년 놀이터 시상식이 있을 정도로 놀이터들이 매우 훌륭했는데요. 아이를 동반한 어른, 어른을 동반한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었기에 이번 새로운 경험은 아이 덕을 본 것 같습니다. 또 들어가는 입구가 한 곳이었기에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면 어린이들과 그 부모들만 있어서 장소적으로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아이를 동반한 동양인 여성이다보니 안전이 가장 큰 관심사였거든요). 무엇보다도 모든 놀이터에는 큰 나무와 벤치, 잔디가 있기에 저 같은 사람들은 그냥 아이를 풀어놓고 간식을 먹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변화무쌍한 하늘을 바라보며 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각 국 언어를 쓰는 아이들이 깔깔깔깔 뛰어노는 소리... 이번 여행은 그 소리로 가득한 여행이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숙소 바로 앞에 우연히 코람스필즈라고 하는 복합문화놀이터? 공원?(놀이터, 잔디밭, 벤치, 풋살장, 농구대, 모래놀이터 모든 것이 있음)이 있었는데요. 매일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놀이터로 출근을 하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아이를 만나게 될까 하면서요. (위 두 사진이 코람스필즈의 일부분입니다)
하이드파크에는 다이애나 왕비가 생전에 지었다고 하는 다이애나메모리얼플레이그라운드가 유명했습니다. 놀이터 곳곳이 숨어있는 비밀 장소 같은 구조로 되어 있고, 한 가운데에는 난파된 해적선이 있고 그 주위로는 모래놀이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사방을 탐색하고 오르내리고 뛰어다니고 발견하고 소리지르며 놀더군요. 그 자유가 참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도 나중에는 몸짓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해가며 어울려노는 것을 보며, 위축된 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배터시(배터시는 원래 발전소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며 그 주변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공원에 있던 놀이터도 놀라웠어요.
사진이 이것 밖에 없어서 너무 아쉬운데요. 나무를 빙 둘러서 마치 갈라드리엘의 숲에 올라가 가는 난쟁이처럼 나무와 나무 사이를 다니며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척 해보고 싶었는데 예약을 해야만해서 못하고 왔는데요. 다시 가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어요. 저런 나무들이 요새처럼 비잉 둘러있고 그 나무들 사이를 여러가지 액티비티로 연결해놓았더군요. 웬만한 비가 와도 비맞지 않을 정도로 큰 아름드리나무들이기에, 이슬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도 그 아래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누렸던 기억이 납니다. 놀이터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구 배터시발전소(지금은 쇼핑몰로 개조함)가 있는데 그 안에도 여러가지 게임들을 무료로 누릴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볼만했습니다.
놀이터나 이런 짚라인이 있는 경우가 서너번 있었서 내심 놀랐어요. 위험하지 않을까.... 하고요.
아이들이 스스로 차례도 지키고 줄도 가져다주고 하면서 안전하게 놀더라구요. 수백번은 탄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몇 시간 탄 적도 있어요. 그런데 누구도 다치는 것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저 정도로 놀이터가 넓지도 않을 뿐더러 위험하다고 설치 자체도 못했을 텐데요. 아이들을 믿는 것....에 대해 저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었습니다.
첫 숙소에요.
런던에서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설레었어요. 해가 굉장히 일찍 뜨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서 6시면 눈이 떠졌는데요. 아침이면 아이와 함께 창 밖을 보면서  오늘은 무얼하고 놀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야기를 나누며 신나기도 하였어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설레는 시간이 얼마만이었는지, 어린 시절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여행들도 좋았는데 이번 여행의 일상들이 특히 설레었던 것은 놀이터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설렘과 휴식을 잘 보충하고 온 듯 합니다.

돌아온 다음 찾아보니, 아직 가보지 못한 런던의 놀이터들이 있더라구요.
그곳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다시 런던에 가고 싶네요. 그런 시간 다시 있을지...

이상 소화의 런던 놀이터 이야기였습니다.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Wit.ness-Weaver 이소아(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