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과 신자유주의의 지속이 교차되는 지점이 룰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보충하면, 보우소나루가 신자유주의를 이념형 그대로 추구하면서 신보수주의적 극단화로 치닫고 있는 반면 룰라는 신자유주의 통치의 피해자들을 고려하는 정치를 펼치면서도 신자유주의를 온건한 형태로 지속하고 있어 특정한 정세적 종합국면에서 아래와 위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ㄱ) "2000년대에 1기, 2기 룰라 정부는 계급 타협 입장을 철저히 견지했다. 경제 정책으로 따지면, 1기에는 신자유주의 기조에 순종하다가 2기에 들어 국가 개입을 조금씩 늘리기는 했다. 또한 빈곤 가정에 일종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을 통해 절대 빈곤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면서도 자본 세력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세금도 더 걷지 않았고, 천정부지이던 이자율에조차 좀처럼 손을 대지 않았다."
[프레시안] 룰라의 승리 앞에 닥친 더 큰 난관…'유사 파시스트'의 준동↗
ㅅ) 기사를 살펴보니 받은 실형이 무효 처리가 되면서 기사회생한 것 같았습니다.
[연합뉴스] 브라질 '좌파 대부' 룰라 족쇄 풀려…대법, 부패혐의 실형 무효↗
그런 의미에서 핑크 타이드라는 명칭이 무척 이해가 갑니다.
ㅂ) "핑크 타이드"라는 명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좀 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ㅅ) 저는 사회주의의 붉은색이 희석된 핑크색 으로 이해했습니다.
ㅂ) 작년에 칠레에서 당선된 보리치가 (아마도) 당선 소감 발표 때,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던 칠레가 이젠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룰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ㅈ) 이 기사를 참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사IN] 룰라, 성공 비결은? 복지와 신자유주의↗
룰라가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지속했는지를 압축하는 문구: "2003년 임기를 시작한 룰라는 카르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던 ‘과격한 투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브라질을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더 깊고 더 양호하게 편입시키는 길을 선택한다. 룰라는 월스트리트 출신 엔리케 메이렐레스를 중앙은행 총재로 기용하는가 하면, 외환·자본 시장의 개방 및 자유화를 더 심화시켰다. 개인이나 기업이 국내 은행에서 무제한으로 달러를 사서 해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세율도 크게 낮췄다. 또한 임기 내내 금리 수준을 세계적으로 높은 10% 내외로 유지했다. 레알화 가치도 1999년 변동환율제 도입으로 크게 떨어진 뒤 줄곧 빠른 속도로 절상되었다. 외자 유치를 위해 국내 산업을 희생시켰던 카르도주 노선이 유연한 형태로 계속된 것이다.“
한국의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도 신자유주의를 본격화하거나 지속하면서 그것과 복지를 결합하는 정치를 펼쳤는데 룰라의 정치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류 정치는 신자유주의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신자유주의냐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ㅂ) 예전에 한국의 은행들도 "브릭스 펀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너도나도 사고... 그런 모습들도 기억납니다.
현재 중남미는 신자유주의를 이념 그대로 추구하는 방식보다는 그래도 피해자들을 고려하며 추구하는 통치 방식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ㄱ) 브라질이 외교무대에 '복귀'한다는 내용의 오늘 자 기사인데 그러면 폭동 사태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일까요?
[조선일보] “브라질이 돌아왔다”…美·中 방문하는 룰라↗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브라질 폭동’ 사태와 관련한 규탄 입장을 밝히며, 룰라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한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우파 세력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묻고 싶다”며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ㅈ) 생산수단들의 강력한 국유화를 추구했던 사회주의 정치의 붕괴와 신뢰 상실 이후 국가라는 틀 속에서 신자유주의의 실제적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것에 대한 역사적 고백이 이런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폭동 자체는 진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수백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조직의 상당 부분을 우파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기층대중의 상당부분+기업가(자본가)+미국이 현재는 보우소나루보다는 룰라를 지지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폭동은 어떤 좌절감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ㄱ) <1500명 구금된 브라질 폭동, 美 1.6 의사당 폭동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1500명 구금된 브라질 폭동, 美 1.6 의사당 폭동과 유사하다↗
ㅈ) 보우소나루가 폭동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제도정치적 계기와는 별개로 "누가 폭동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ㄱ) "이번 대선에서 보우소나루를 지지했던 중하위계층과 중간층은, 과거의 룰라가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빈곤층 감축 정책 덕분에 계층 상승에 성공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룰라의 진보주의를 거치며 빈민층을 벗어나 중간층에 편입했지만, 진보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대신 소비주의적 지향을 수용했고, 보우소나루의 보수주의를 거치며 계층 사다리에서 더 이상의 상승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대중적 보수주의로 흘러 들어갔다."
[참세상] 2022 브라질: 룰라가 소환하는 과거를 투과하는 현재
ㅈ) 룰라가 만들어낸 중간층이 과연 1.8 폭동의 주된 성분인지는 실증적 데이터 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우소나루가 자신들의 상승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고 판단한 상황에서는 룰라 정부에 대한 폭동 대응이 가져올 이익이 별로 없을 것일 텐데 중간층이 집단폭동에 나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ㅂ) 신자유주의에 대해 우파와 좌파의 차별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보우소나루와 룰라의 차이는 아마존개발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요. "개발이냐, 보존이냐." 현재는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라 룰라의 주장이 (미국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ㅈ)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룰라가 아마존 개발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던가요. 아니면 과거에는 개발정책에 동조하다가 기후위기 상황에서 입장을 바꾼 것인가요?
ㅅ) 관련 기사를 조금 더 찾아보고 있는데 분석적으로 다룬 기사들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경향신문] 룰라는 아마존을 구할 수 있을까…AP “과거 환경정책 들쑥날쑥”↗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아마존 지역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벨로 몬테 댐 건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댐 건설은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했으며 당시 정부는 수몰지역을 애초 계획안보다 3분의 2로 줄였다고 말했다.
벨로 몬테 댐 건설로 피해를 입은 원주민 주마 시파이아는 AP통신에 “룰라 정권에서 벨로 몬테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배신당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ㅂ) 기후 위기를 중점적으로 거론하며 아마존 개발 반대를 내세운 게 이번의 도드라진 전략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아마존 개발에 찬성 혹은 동조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조했다고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ㅅ) 님이 올려주신 자료를 보니, 옛날에는 됐는데, 더 이상은 안된다 (아마존 개발)는 입장인 것 같네요.
ㅅ) 네 그런 것 같습니다.
ㅈ) 대통령으로서 국가수반이 되고 나면 나라를 단일하게 총체화하면서 "국익"이라는 상상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는데 어떤 총체화가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희생되는 부분들이 달라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룰라가 아마존 보존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볼 수 있겠지요?
ㅂ) 네. 또한 아마존 보존 문제는 국가별 이념을 떠나 많은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ㅅ) 제가 올린 기사에서는 "그럼에도 룰라 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보다는 아마존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단체 아마존워치의 아나 파울라 바르가스 국장은 "룰라가 이기면 대화하고 압력을 넣을 여지가 있다. 보우소나루가 이기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술하기도 하여서, 룰라의 당선은 다행인 것으로 보입니다.
ㅂ) 브라질의 정치사에 관해서도 이야기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민지, 쿠데타, 군사 정권 등 브라질의 정치사와 한국의 정치사가 비슷한 듯한데 또 다르다고 하네요,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서 공유합니다.
[프레시안] 브라질 군부독재 vs. 한국 군부독재, 운명은 왜 엇갈렸나↗
* 브라질과 한국, 민주화 과정의 차이 *
1980년대 브라질 민주화의 특징은 군사정부가 초기부터 정국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점에 있다. 치밀한 장기 민정이양 플랜을 세웠음에도 그러했다. 1985년 첫 민정이양 선거에서부터 제1야당인 PMDB(브라질민주운동당)에 패배했던 것이다.
이후 1990년대를 거쳐 2003년 이후 PT당의 룰라 집권기에 이르면 구 보수세력은 자신의 군사 정권의 뿌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자신을 미국 민주당과 같은 '진보적' 성격의 정당이라고 포장함으로써만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되는 소수 야당 세력으로 전락했다.
오히려 구 야당이 주도세력이 되어 거꾸로 이렇듯 왜소화된 구세력을 나름의 목적을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이용한다. 카르도수의 PSDB(브라질사회민주당)가 대선과 총선에서 그랬고, 2002년 이후 대선·총선에서는 PT도 그렇게 했다. 이러한 과정 전반을 보면 한국 민주화 과정과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 1987년 이후 한국은 군부독재 세력과 야당 세력의 관계가 거꾸로 작동했다. 군부독재 세력인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이 늘 주도권을 행사했다. 오늘날까지도 그렇다.
그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신생 정당인 PT가 1980년 출범 시부터 PMDB에 다음가는 강력한 제2야당으로 인정되었다는 점, 그리고 1985년 민정이양 선거 시 제1야당인 PMDB가 분열되지 않았다는 점이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PMDB는 1985년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1980년대 초, 독립정당 PT의 출범에 확고한 중지(衆智)를 모았던 범사회운동 세력도, PMDB에 당분간 충실했던 카르도수를 비롯한 PMDB 좌파도 브라질의 장기적 민주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오늘날 브라질에서 PT와 PSDB는 맹렬한 라이벌 관계이지만, 한국 민주화의 지난 경험에서 비추어 볼 때, 이 양자의 라이벌 관계는 오히려 부러운 점이 있다. 군사독재 세력을 완전히 제압한 민주 양당의 경쟁관계라고 보아줄 점이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군사독재 잔재 세력이 정치판의 최대주주다. (『진화하는 민주주의』 163~165p)
위 글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잡히지 않았는데요, 말씀 나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ㅈ) 브라질과 한국은 군부의 위치와 역할에서 큰 차이가 났(난)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전쟁을 거치고 남북이 분단-대치하는 상황에서 군부는 남한에서 국가의 향방 결정권을 가질 정도로 비중이 높았습니다. 지금도 남한 군사력은 국제적으로 경제력보다도 더 높은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남한의 지배계급 구성에서 군부와 군사주의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건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ㅂ) 그렇다면 한국에서 강력한 제2야당이 탄생하지 못한 이유도 남북 분단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ㅈ) 제2야당의 약세는 분단상황에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ㅂ) 네, 현재 간첩혐의로 노조를 압수수색 하는 상황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ㅈ) 강력한 반공주의를 실체화한 국가보안법은 윤석렬 정부 하에서도 지배도구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촛불연대, 세월호연대 등을 국가보안법으로 뒤지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