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디 우리가 농부여?

여기 두 명의 농부가 있습니다.
삶디 음식공방의 '필라'와 '라라'

그들은 사 년째 마흔 평의 밭과 
열 평의 논을 가꾸는 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이라는 간판 달고
십 대 농부요리사들과 일 년짜리 프로젝트를 하면서요.

어디서 하냐면요. 
이름도 찬란한 '황금동'에서 합니다.
광주 사람들이 너나없이 '시내'라 부르는 곳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자라는 채소와 곡식들은 
온갖 멋쟁이 구경하고, 최신가요 들으면서 크지요. 

우리가 노동요 부르며 엄지와 검지로 어린 벼를 잡고 심을 때  
바로 옆 옷가게에선 손님들이 엄지와 검지로 티셔츠를 들어 올립니다.

안 어울리는데 묘하게 어울리는 풍경.

필라와 라라에게 
그들의 일과 생각을 써달라 부탁하며 물었습니다. 
이번 호 제목이 떠오르지 않기도 했고요.

"둘은 어떤 농부야?"

답이 뜻밖입니다.

"우리가 농부 맞나?"
두어 번 눈을 깜빡이던 필라가 말을 잇습니다.

"십 대를 잘 만나기 위해 
함께 삶의 태도와 몸을 바꾸면서 
배우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어.

누군가는 목공, 누구는 음악으로 만난다면 
우리는 '음식'을 가운데 두고 만나지.
자연스레 농사도 하고 있지만, 
먹을 것으로 사람과 배움을 잇고 싶어.

자꾸자꾸 요 속에서 질문이 기어 나와.
귀찮고 어렵지만 모른 체 않고 
나에게 묻고 라라와 '세가식' 노리들에게 묻지.
그러면 꼭 하나는 배워.
물음이 배움이더라.

그런데 '세가식 크루' 내일 보자기장 나가는데
완전 불붙었잖아. 우리 되게 재밌다아."

그래서 '농부'라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
에잇, 모르겠다.

그들은 늘 스스로에게 문제를 내고 
해답을 내기 위해 일을 만듭니다, 
주로 몸뻬를 입고 장화를 신고.

그러니 당신들을 이렇게 부르것습니다.
'문제 많-은' 농부들.
01
삶디 <음식공방>은 이런 곳
음식공방은 어떻게 굴러갈까요
음식공방의 한 해는
‘땅심’으로 굴러갑니다.
땅에서 난 것들로 요리하니까요.
우리는 농사도 밥도 지어요.
'배움'을 만들며, 논밭에서 거의 살죠.
여기서 사는 걸까요, 일하는 걸까요.
02
농사, 요리, 여행, 그리고 장사까지 한다
죽이든 밥이든 지어낼 우리는,

"필라는 말했다, 우리는 '세미프로'라고.
하지만 난 '세미프로'도 '프로'도 되고 싶진 않아.
그 말에 갇혀 아등바등해야 한다면 말이야."
"국수 서른 그릇, 다 팔아서 기쁘기보다 
고생한 시간에 비해 남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살이 되는 경험을 했다."
03
열린책방이 내미는 이 달의 책과 시
너는 이미 기적이다  
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햇빛, 구름, 대지가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해 그것이 거기 있다. 
우리도 그것을 위해 거기 있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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