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감정의 바다에 빠져본 적이 있니? 


감정의 바다를 겁내다가,

빠져 있다가,

유영하다가-

다시 걸어나온 이야기를 해주려 해.

 

-


3주 전이었나, 쇼룸에서 근무를 마치고 남은 일을 하던 중이었어. 어떻게 시작된 건진 모르겠는데, 갑자기 한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는 거 있지.


당최 이유를 모르겠는거야. 누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우울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이 감정들을 느끼는 것 자체가

나한테 사치라고 느껴지더라.

'

이래서 득될 것도 없잖아. 할 일이 태산인데.


이런 생각에 다다르고 나니, 서글퍼졌어.

 

난 감정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감정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감정들에게 사치란 명찰을 붙이고 나니, 내 감정들도- 나도 가여워지는 거 있지.

 

그 감정에 빠지지 못하고

나를 옭아맨 이유가 뭘까.

 

-


밀려오듯 넘실댔던 그 감정들 말야,

‘감정의 바다’라는 이름을 붙일게.


사실 난 그 바다를 잘 몰라. 그저 이따금씩 깊고 구슬픈 파도소리가 메아리 치듯 들려왔었고, 그 위에 깔린 자욱한 안개만 틈틈이 엿보았을 뿐이야. 안개 밑에 깔린 바다는 깊고, 거대해 보였고- 까만 입을 쩌억 쩌억 벌려 날 집어삼킬 것만 같았어.

'거기에 빠지는 건 사치야,

그러니 빠지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난 잡아 삼켜질까 두려웠던 거야.

 

무엇이 그리도 두려웠던 걸까.

알지도 못하는 그 바다가,

난 왜 그리도 무서웠던 걸까.


두려웠다는걸 알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왔어.


'

나는 왜 우는 걸까.

오늘, 또 오늘들이 너무 무거워서?

어김없이 찾아올 내일이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갈 수가 없어서?

아님, 우는 데에도 이유가 필요하다는 게 서글퍼서?

'


-


그렇게 이 이유, 저 이유를 찾아 헤매다가

난 그냥 이유를 찾지 않기로 했어.



비로소,

감정의 바다에 빠지기로 결심한 거야.



깊숙한 바다 밑으로,

저 밑으로



영문도 모른 채 엉엉 울었어. 정말 ‘엉엉’말야.

나를 둘러싼 온갖 것이 슬퍼지더라. 내가 두고 온 것, 내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 것, 내가 미워하는 것, 심지어 내가 사랑하는 것들 까지도 모조리 슬퍼졌어.


그러다가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어. 영문도 모른 채 엉엉 울고 있는 내가 우습게 느껴지더라고. 그러다 다시 엉엉, 하하! 엉엉, 하하! 내가 울고 있는 건지, 웃고 있는 건지- 슬픈 건지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더라.


웃기지. 너가 그런 날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


그렇게

파도 위에 또다른 파도가 덮치고-

이내 뒤섞이듯이,


슬픔과 행복은 엉겨붙었고

어느샌가부턴 뒤섞인 파도 위를

그저 유영하게 됐어. 


-


오늘은 이만 줄이고,

다음 편지에서 남은 이야기를 전하려 해.

너의 감정의 바다는 어떤지, 이 편지를 읽고 너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기도-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해.


아무튼, 두 번째 편지가 가기 전까지 잘 지내.


2022.4.7

마음을 담아,

from. 너의 바다가 궁금한 무늬


ps. 넌 감정의 바다에 빠져본 적이 있어?

아니면 빠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

  
4/9 목요일 밤,
두 번째 편지로 찾아갈게요.

오늘, 오포르의 첫 번째 편지 어땠나요?
처음으로 꺼내보는 깊고 솔직한 이야기라
두근대기도,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편지를 읽은 당신의 소감이 궁금해요
한 줄 평이어도, 답장을 써주어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도 좋아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 나눠주신 이야기는,
오포르레터 에필로그에 실릴 수도 있어요
슬프지만😥
그만 받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