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떠나보세요. 꼭이요!

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황금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사실 저 같은 프리랜서 겸 개인사업자에게는 연휴라는 것이 큰 의미는 없습니다. 퇴사한 후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이죠. 뭐 밤낮 구분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리에 상점에 사람이 많은 주말보다는 평일이 조금 더 여유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연휴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 탓에 상반기에는 휴가 가기도 쉽지 않았을 테고 주말 외에 이렇다 할 휴일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연휴를 맞이한 아내와 함께 제주의 조용한 시골 마을로 잠시 여행을 왔습니다. 보통은 제주시에서 머물곤 했는데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다는 아내의 의견을 따라 제대로 된 슈퍼 하나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숙소를 찾았습니다. 밤이 되면 대나무 스치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 저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맞이하는 시골 냄새가 나는 곳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제주를 찾아옵니다. 여행으로 오기도 하지만 연초에는 특별한 이유로 혼자서 제주를 찾습니다.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할 일들을 생각하기 위해서 입니다. 정리하지 않으면 잊힐 지난 한 해를 찬찬히 곱씹으며 다시 떠올려 봅니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생각하고 그 내용을 적어 브런치에 올립니다. 
 
많은 일을 해낸 1년이 있었는가 하면, 나는 왜 이것밖에 하지 못했나 싶은 1년도 있습니다. 해내지 못한 일들을 아쉬워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죠. 비록 지난 1년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내년에는 조금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 그리고 그 다짐을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하는 것이 제주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똑바로 일하라'라는 책을 소개받았습니다. (최근에는 리워크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책의 저자인 제이슨 프라이든이 TED에서 한 강의를 바탕으로 쓴 책이었습니다. 아직 책은 읽어보지 못했고 유튜브에서 TED 강의를 먼저 보았습니다. 그의 강의 제목은 ‘Why work doesn’t happen at work’(사무실에서 일이 안되는 이유)였습니다. 짧은 그의 강의에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사무실을 만들지만 정작 사무실보다는 카페나 휴게실 등에서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는 수많은 회의와 직장 동료의 간섭 등으로 인해 일할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결국, 우리에게는 일할 ‘공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회사를 다닐 때 저도 그랬습니다. 낮에는 미팅이나 요청받은 일을 처리하고 제가 할 일은 저녁 7시 이후에 남아 야근을 하며 처리했습니다. 저 혼자 오롯이 집중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겁니다. 야근하는 것이 좋은 건 아니지만, 혼자 있는 저녁 시간이 가장 일이 잘되었습니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일을 잘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일에만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정리하는데에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일들만 처리하고 살아가다가는 더 크게 바라봐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멈추고 내 삶을 반추하고 고민할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가지려고 필요한 건 ‘다른 공간’입니다. 우리가 동료나 상사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사무실을 벗어나 카페를 찾는 것처럼 말이죠. 매일 같은 공간에 머물며 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갖는다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금은 생경하고 익숙하지 않은 혼자만의 공간에 머무르며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가질 때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지금 행복한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물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잠시 쉬어가면 좋겠습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을 위해 잠시 쉬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방해 받지 않는 시간을 갖기 위한 다른 공간이 꼭 제주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여러분이 매일 마주치는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면 그만입니다. 그곳이 어디이건 간에 꼭 한번 떠나보시길, 그리고 여러분만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꼭 추천해 드립니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안 가져 본 사람은 있지만, 그 시간을 한 번만 갖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시간의 매력을 찾게 되시길. 여러분의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응원하겠습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 다음주 수요일 저녁에는 지식 플랫폼 폴인과 함께 밀레니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신청하셔서 함께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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