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의 여덟번째 이슈페이퍼를 전합니다. 
지난 호 "미프진 특집"에 이어, 이번 호 이슈페이퍼는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특집"입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법의 개정 시한으로 제시했던 2020년 12월 31일이 이제 6개월 남았는데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여전히 개정 입법에 관한 논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수준에서 다시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처벌할지”의 차원으로만 반복되어 왔습니다.
셰어는 이제 이러한 수준의 논의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한 때는 ‘가족계획’이라는 명목으로, 이제는 다시 ‘저출산 위기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의 목적에 따라 인구를 관리하고 개인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침해해 온 시대를 이제 끝내야 합니다.
그래서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법은 모든 사람들이 차별이나 폭력, 낙인과 강요 없이 자신의 몸과 건강, 성관계, 파트너십과 가족구성,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에 관한 결정권을 보장받고, 사회경제적 조건이나 언어, 장애, 국적 등에 관계없이 이에 필요한 자원과 교육,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받으며, 일터와 교육기관, 여러 시설 등에서 또한 이러한 권리들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의 여러 기관들이 이를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실행하도록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법에 명시합니다. 
7월 중순, 이 법안의 첫 공개를 앞두고 이번 이슈페이퍼에서는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의 필요성과 의미, 이 법이 변화시킬 우리의 삶에 대해 소개하는 글 네 편을 싣습니다. 곧 공개될 법안에 여러분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함께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 널리 공유해 주세요 :) 

이제 처벌 반대를 넘어 세상을 바꿀 때가 왔다.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 제안에 부쳐

이제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권리를 말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실함의 척도를 따져서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면 허락해 주겠다는 국가와 사회의 알량한 아량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든 강요나 폭력 없이 자신의 삶의 조건을 계획할 수 있도록 사회의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국가와 사회 혹은 누군가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만이 삶의 형태를 결정짓는 조건이 되지 않도록 만들자고 제안한다.  형법에서 ‘낙태의 죄’를 삭제하고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일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성관계, 임신, 임신중지, 출산 등 전 과정에 걸친 우리의 권리와 몸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교육, 노동, 의료, 사회복지 등 전 영역에서 이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는 기본법을 요구한다.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의 제안을 기대하며

우리는 아무런 시공간의 제약 없는 백지 상태에서 자기결정을 행하고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펼쳐 나가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나의 몸이라는 공간에 기반하여 타인의 몸과 교류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존재이다. 이 새로운 권리론은 나의 몸이 위치한 사회경제적 좌표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결정권을 논하는 것은 공허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시민사회의 깨달음을 반영한다. 그리하여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그동안 적절하게 대변되지 못했던, 우리가 육체성에 기반하여 가지는 욕구 – 성적 욕구와 친밀감에 대한 욕구, 재생산 활동에 대한 욕구를 긍정하고, 사람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더 솔직한 인권 개념을 정립하는 데 매우 유용한 권리체계이다.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개인의 권리로 선언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기초로서 기본법을 도입하는 것은, 형법 제269조 제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바127)으로 낙태에 대한 규제로부터 재생산활동에 대한 지원으로 국가정책의 초점을 전환해야 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에 반드시 필요한 인식의 전환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신중단 규제에 있어서 기한방식의 논리적 한계

임신중단 자체가 ‘생명’이라는 무거운 이름에 짓눌려 당연한 금지의 영역에 머물러야 했던 오랜 시간을 떠올려본다면, 통용되는 윤리적 감각만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 자체가 가로막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임신 중·후기 임신중단 규제에 대한 결론이 무엇으로 도출되는가 이상으로, 그 결론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서 도출되는가가 중요한 이유이다.
향후 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언을 담은 법학·정책 연구들 중 상당수는 기한방식, 사유방식, 상담방식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흐름은 태아의 생명에 대해서도, 임신중단과 관련한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양자 사이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 미시적 논의만을 반복했던 과거와 과연 얼마나 다를까.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을 온전한 나의 권리를 위해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은 여기서 출발한다. 피해를 평가하고 상황의 불가피함을 재단하던 척도는 사라지고 나의 권리가 온전히 존재한다. 나의 상황은 구체적으로 상상되며 나의 걱정과 불안은 국가가 제공해야할 안전망 안에 들어간다. 사회적 차별과 낙인 대신 내 몸이 권리로 실재한다.  
나의 몸이 함부로 재단되지 않고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를 상상한다. 불안과 협상하지 않아도 되는, 타협할 수 없는 온전한 나의 권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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