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위서현 변호사(햄변)

1. 2023년을 보내고 2024년을 맞아

 

 2023년을 무사히 보내고 2024년을 맞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이하 ‘동행’이라 합니다)의 구성원들은 2024년 1월 2일부터 1월 5일까지 짧게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동행의 여러 사건들이 그러하듯, 위서현 변호사(이하 ‘햄변’이라 합니다)와 이소아 변호사(이하 ‘보스’라 합니다) 등등은 거의 매일 출근하여 마무리하지 못한 여러 일들을 처리하였지만요.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햄변과 보스가 결코 쉬어갈 수 없었던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동행은 설립된 이래로 이주배경 아동의 출생 등록 및 국적 취득을 위한 여러 법률 조력을 계속하여 왔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 2023년 초 한 이주배경 아동은 출생한지 약 6년만에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아동의 출생등록 및 국적 등의 취득 과정의 여러 행정상, 법률상 어려움은 이번 글에서는 잠시 넘어가도록 하겠으나 대강의 배경을 간략히 요약하면, 위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배우자에게 귀책이 있는 사유로 이혼을 하였고, 2. 이후 이주여성은 이후 다른 한국인과의 사이에서 아동을 출생하였으며, 3. 그 후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동의 친부와도 헤어지게 되는 등 아동의 본국 출생등록 및 인지에 따른 국적취득이 되어 있지 아니하였던 상황에서 아동의 국적을 취득하는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동행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한국인인 아동의 친부가 협력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주배경여성에 대하여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상황에서 “미등록” 상태에 있는 이주배경여성이 법률상, 행정상으로 아동의 법률상 대리인으로 행위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본국의 법제에서 이혼 등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는 상황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여러 지난한 절차를 거쳐 동행의 김수아 변호사, 그리고 동행을 지지하여주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해당 이주배경아동은 2023년 초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태어난 지 만 6년이 된 이후의 일입니다.

 

그리고 벌써 새해가 되었고, 우리는 그의 취학통지서(예비소집통지서)를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혹시 여러분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알고 계신가요? 만 7세가 되면 학교에 가고, 그 이후 중학교를 가고. 이런 과정들이 결코 당연하지 아니하다는 사실을 맞닥뜨린 햄변과 동행은 과연 무사히 막 한국 국적을 취득한 아이를 무사히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요?

 

3. 예비소집일에 동행하여

 

 동행에 온 이래로 생긴 습관, 아니 더 정확하게는 습성이 있습니다. “되건 안되건 일단 가서 부딪히자!” 이번에도 역시 동행의 고유한 습성에 따라 일단 예비소집일에 가자! 는 결정을 내리고서는 이런저런 준비를 하였습니다. 미등록 외국인인 보호자가 돌봄 교실을 신청하기 위한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 배정받은 학교를 바꾸기 위하여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 한편 이미 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 본 경험이 있는 보스는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등하교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아동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엄마(이하 ‘M’이라 합니다)가 현재 7시 반에 출근하여 오후 4시에 끝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비소집 당일, 동행 사무실에서 M과 아동, 그리고 햄변과 보스가 만났습니다. 근처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보스는 아동에게 챙겨 온 여러 책을 선물했습니다. 학교 가는 것은 어떠냐는 물음에 아동은 “기대된다”고 답했고 햄변과 보스는 M과 아동과 함께 예비소집일에 함께 동행하여 광주 소재 한 학교에 도착하였습니다.

 

4. 학교와 동사무소와 가족센터를

 

 오랜만에 방문한 초등학교는 반이 여럿 줄어있었고, 찾아간 교무실에서는 아동에 대한 간단한 면접이 이어졌습니다. 주로 보스가 현재 아동과 M의 상황을 학교에 대하여 설명하고, 햄변은 학교 선생님이 전달하는 이야기를 M에게 통역하여 주었습니다. 주로 등교 등 지원이 있는지 여부와 오전 돌봄교실 등에 관하여 물었고, 돌봄교실은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하지만 오전 8시 반 전에는 열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돌봄교실 신청은 별도로 학교 행정실에서 하였어야 했는데, 당장 미등록인 상태로 한국에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아니하는 M에게 재직 및 소득 증명 등이 가능할 리 없었고, 이에 사정하여 추가 기한을 주면 소명하는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다음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지친 아동과 M, 그리고 보스가 인근 카페에서 와플을 먹는 사이 햄변은 아동의 집까지 등굣길을 왕복해 보았습니다. 약 800M 가량을 아동이 어떻게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지를 생각하였으나 어른의 시선으로도 등굣길의 곳곳에는 위험한 상황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한편, 그 사이에 인근 동사무소에서 아동에게 주소를 내어준 동료가 돌봄교실 등록을 위하여 동사무소에서 등본을 출력하여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어 우리는 자치구 소재 가족센터로 향하였습니다. 가족센터에서는 가족센터에서 가능한 여러 도움들, 그리고 동사무소에서 신청 가능한 여러 복지 지원 등을 제시하여 주었고, 현재 아동의 복리에 부합할 수 있는 과거 및 현재의 사업들에 대하여 알려주었습니다. 작은 상담실에는 여러 장난감들이 있었고 아동은 신이 나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또 깔끔하게 정리하곤 하였습니다. 그제서야 학교와 동사무소와 가족센터를 차례로 동행한 여정은 늦게 끝났고, 햄변은 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5. 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은 생각하여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으나, 많은 경우에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탓에 조금이나마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등록된 신분, 예비소집에 동행할 수 있도록 휴가를 낼 수 있는 보호자, 안전한 등하굣길 및 등하굣길을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 돌봄교실을 비롯한 각종 신청에 필요한 서류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절한 안내, 때로 당연하지 않은 아동의 상황을 이해하고 때로 조력할 수 있는 학교 및 행정 시스템, 그리고 그 외 여러 학교/내 외에서의 적절한 돌봄 등...

 

 한편 다양한 차원에서 어떤 대안을 제시하거나 혹은 국가복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아니하는 상황 등을 지적하는 것 보다야, 아동이 안전하고 즐겁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때로 생각하며 자신을 환기하고자 이 글을 남겨 봅니다. 모든 아동이 행복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동행은 2024년에도 동행하고자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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