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시작, 2. 줌의 근황, 3. 인스타카트의 계획
2021년 6월 4일 금요일

오늘은 석유 가격도 오르고, 실적도 개선되면서 분위기가 좋아지던 빅오일에 충격적인 소식인 방향타 잃은 엑손모빌을 첫번째 이야기로 준비했고요. 이어서 팬데믹 경제의 바로미터였던 줌(Zoom)의 최근 실적과 현황, 그리고 점점 커지는 인스타카트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에너지] #빅오일 
1. 방향타 잃은 엑손모빌
지난주 엑손모빌의 연례 주주총회에선 기후위기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을 촉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 넘버 원(Engine No. 1)의 추천 이사가 최소 2명 이상 이사회에 새로이 선임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너지 업계를 들썩이게 했는데요. (이번 주엔 표결 결과 3명의 자리를 확보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어요.) 업계에 유례없는 일이 일어난데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예고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기도 해요.

빅오일 대장도 언제까지고 버틸 순 없어요.
어떤 캠페인을 벌였나?
테크 업계의 유명 투자자인 크리스 제임스(Chris James)가 시작한 이 펀드는 작년 12월에 엑손모빌의 주식을 취득하면서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는데요. 향후에는 화석 연료 사업의 성장성이 없음을 강조하며, 엑손모빌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업으로의 전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어요. 이들이 주주들에게 어필한 핵심은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분명한 사실 앞에서 엑손모빌이 새로운 에너지 전환 계획을 세울 때라는 점이었어요.

현재 유럽의 빅오일(BP, 로열더치쉘, 토탈)이 재생에너지 등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나선 가운데, 전문성을 가진 영역이 아니라며 새로운 영역에 투자를 하지 않는 엑손모빌의 모습은 설득력을 얻기가 쉽지 않았어요. 팬데믹 중 크게 출렁인 석유 수요의 취약성과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악의 실적,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 비즈니스가 전반적으로 커지는 상황은 캠페인에 설득력을 더해주었죠. 더군다나 엔진 넘버 원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은 기존과 새로운 에너지 업계 전반에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었어요.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번 결과가 더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통상적으로 최소 3%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가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캠페인을 0.02%의 주주가 해냈기 때문인데요이들은 엑손모빌의 주요 주주이자 큰 연금 펀드들인 뉴욕주 퇴직 연금 펀드(New York State Common Fund),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 연금(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 등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모멘텀을 만들었어요. 뉴욕주 퇴직 연금 펀드의 경우에는 지난 몇 년간 엑손모빌이 기후위기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꾸준히 개진해 온 주주였기에 초반부터 동력을 얻으면서 캠페인을 벌일 수 있었고요. 

엑손모빌 주식 6.7%를 소유한 대주주이자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BlackRock)도 결국 막판에 엔진 넘버원이 추천한 후보 4명 중 3명을 지지하고 나섰는데요. 역시 주요 주주들이자 세계적인 투자사인 뱅가드(Vanguard) 그룹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코프(State Street Corp.)도 후보 4명 중 2명을 지지하면서 동참했어요. 블랙록은 그간 기후위기 대응 투자와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엑손모빌을 압박하는데 그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상징성이 큰 이들의 막판 지지가 이번 결과에 큰 힘이 되었어요.

설득력이 없는 전략
엑손모빌은 지난 3월에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새로운 장기 사업 계획도 내놓으며 대응을 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오히려 당분간은 이어질 석유 수요 예측을 믿고,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보이기도 했죠. 라이벌들이 사업을 전환한 시장에서 같은 미국 빅오일인 쉐브론(Chevron)과 마찬가지로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읽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엑손모빌은 최근 투자한 석유 프로젝트들의 성과까지 좋지 않은 상황이고, 실적을 계속 개선하며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제시하지 못했어요. 결국 이들이 제시한 사업 계획과 명분은 주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고, 오히려 엔진 넘버 원의 캠페인에 명분을 더 실어주게 되었어요. 

지난주엔 또다른 빅오일인 쉐브론의 주주들이 쉐브론이 판매하는 석유와 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스코프 3)도 감축해야 한다는 표결을 했고, 네덜란드 법원에서는 로열더치쉘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5% 줄여야 한다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우연하지만, 한꺼번에 일어난 이 '사건'들은 앞으로 빅오일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 업계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커요. 현재 변화에 후퇴는 없다는 쐐기가 점점 박히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고요.
☕️ 큰돈이 들어간 캠페인
엔진 넘버 원 캠페인의 성공은 주주 자본주의가 확실히 섰기에 이런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이는 주주 설득과 대중 홍보를 위해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작업이기도 해요. 엔진 넘버 원은 이번 캠페인에 3000만 달러(약 335억 원)를, 엑손모빌은 3500만 달러(약 390억 원)를 썼어요. 대중의 관심과 여론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고, 결국 자본의 힘까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죠. 물론, 엔진 넘버 원이 이번에 사용한 돈은 "엑손모빌을 꺾은 행동주의 펀드"라는 타이틀을 안겨주며, 앞으로 (다른 이사회에서도) 이어질 활동에 미리 치른 비용이 되기도 했어요.
☕️☕️ ESG의 핵심은 결국 G(Governance)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ESG 중 바로 G(Governance)가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핵심인데요. 엑손모빌에서 일어난 이번 거버넌스의 전환 사건은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예고하는 초석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커요. 견고하던 엑손모빌의 이사회는 왜 이런 변화를 선택했고, 엔진 넘버 원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어떻게 이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현재 빅오일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곧 찾아올 6월의 <커피팟의 시선>으로 다룰게요.
[업무 협업 툴] #하이브리드란무엇인가
2. 줌(Zoom)은 잘하고 있을까?
줌은 팬데믹 경제의 대표적인 바로미터가 되어왔지만, 지난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워낙 크게 성장했기에 포스트 팬데믹 이후 줌의 성장성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1분기 실적과 성장 추세는 부정적인 일부 전망도 불식시키는 모습이에요.

이젠 필요한 도구를 모아서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았죠. © Zoom
증명하고 또 증명한 실적
줌은 B2B 기반 유료 서비스가 주요 수익원이죠. 이번 1분기에 10인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 고객은 497,000곳이 되었고, 이중 지난 1년간 10만 달러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만 해도 1,999곳이에요. 모두 직전 분기보다 크게 뛴 숫자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더 크게 뛰었는데요. 줌의 1분기 매출은 9억 5620만 달러(약 1조 660억 원)에 수익은 2억 2700만 달러(약 2530억 원)를 기록했어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 2820만 달러(약 3660억 원)와 2700만 달러(약 300억 원) 대비 각각 3배와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고요.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성장을 시작한 이래 보안 문제 등의 여러 난관도 있었지만, 직관적이고 쉬운 영상회의 툴이라는 타이틀을 선점한 줌은 전 세계적으로 각 기업과 각종 기관 그리고 학교의 선택을 받았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와 구글 행아웃, 시스코와 같은 라이벌 기업의 경쟁 제품도 성장했지만, 팬데믹 이전부터 B2B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가다듬고 만들어 왔기에 흐름을 놓치지 않고 성장했죠.

'하이브리드 오피스' 정착?
"하이브리드 모델은 정착될 것이다." 이번 주에 실적을 발표하면서 줌의 CEO인 에릭 위안은 줌의 성장성에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이렇게 말했는데요. 사무실과 리모트 워크의 결합, 회사와 집 혹은 공유 오피스 등의 다른 사무 공간을 번갈아 사용하고 여러 툴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업무 문화는 팬데믹 이후에도 정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줌의 이번 실적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다시 원래의 사무 공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줌뿐만 아니라 MS 팀즈, 슬랙 등 주로 테크 기업들과 스타트업 그리고 일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기업이 사용하던 업무 협업 툴은 불과 1년 사이에 '대중화'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각 툴별로 새로운 기능이 점차 확대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죠. 줌은 줌의 제품으로 기존의 회의실을 재해석한 줌 룸(Zoom Rooms)과 클라우드 전화 서비스인 줌 폰(Zoom Phone)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요.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얼굴 보고 이야기하며 해야 하는 일, 사무실에 나가서 처리해야 할 일들과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사무실에 나와야 일하는 거지"라는 통념은 없어지고 있죠. 일을 하는 주요 공간이 회사가 된다 하더라도 이제 각자의 스케줄과 업무 종류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도 "일은 된다"라는 것을 많은 조직이 깨달았고요.

하이브리드 오피스라는 새로운 문화가 실제로 얼마나 정착할지는 물론 지켜봐야겠죠. 줌이 어떤 새로운 제품과 기능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경쟁을 계속 이겨나가느냐도 중요할 것이고요. 하지만 이번 팬데믹을 통해서 더 확실해진 것은 줌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가 많은 이들의 일과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에요. 앞으로 일에서의 더 좋은 성과, 더 편리한 삶을 만드는 것은 이런 도구를 얼마나 더 잘 활용하느냐에도 달려있고요. 줌은 현재로서는 그 중심에 서있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 줌 앱 생태계도 확장
줌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한 방법으로 줌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를 확장할 앱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새로운 앱 개발사를 발굴하기 위한 1억 달러(약 1120억 원)의 벤처캐피털 펀드를 별도로 론칭했어요. 영상회의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해 종합 업무 협업 툴이 되려는 노력이에요.
[이커머스] #식료품 #주문배송
3. 인스타카트의 계획
이번 주 화요일 커피팟을 통해 월마트가 특히 의식하는 라이벌 중 하나로 인스타카트를 꼽고 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월마트가 걱정하는, 팬데믹 이후 확장을 위한 인스타카트의 최근 계획이 블룸버그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인스트카트는 큰 포스가 되었어요. (데이터: 블룸버그 세컨드 메셔, 2021년 4월)
더 '효율적인' 주문 배송을 위한
인스타카트의 주요 모델은 인스타카트의 쇼퍼들이 직접 각 식료품점에서 고객의 주문을 골라 담아 배송해 주는 것이죠. 이 모델은 팬데믹 기간 동안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에 힘입어 원활히 작동했고, 고용 창출 효과까지 만들어냈어요.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도 인스타카트가 스케일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업의 핵심인 이 서비스의 운영을 더 효율화하는 방법을 만들어야만 하는데요. 이들은 현재 주문 배송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식료품점과 슈퍼마켓 체인들에 풀필먼트 센터를 직접 지어주고 운영하는 서비스를 계획했어요. 즉, 운영의 자동화와 함께 리테일러들과 더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계획이죠. 

자체 풀필먼트 센터 서비스
블룸버그가 리뷰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설계한 풀필먼트 센터는 대형과 소형 두 가지인데요. 대형은 700개의 로봇이 대부분의 상품을 분류하고 담아내는 자동화 시스템에 더해 약 160여 명의 직원이 신선 식품 등 분류가 까다로운 상품의 작업을 담당하는 모델로, 하루 35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해요. 설치 비용 2000만 달러(약 222억 원)에 연간 유지보수 비용 38만 달러(약 4.2억 원)를 책정했고요. 상대적으로 작은 매장에 설치될 모델은 하루 7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하고요. 설치비용은 650만 달러(약 72.4억 원)에 유지보수 비용은 27만 달러(약 3억 원)가 책정되었어요.

아직 본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한 체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 각 체인 혹은 기업이 이 돈이 쓸만한 돈인지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로서는 인스타카트의 서비스 그대로 사용을 해도 무리가 없기에, 장기적으로 어떤 효용이 있을지 설득이 더 필요할 테고요.

무서운 성장세도 굳히기
팬데믹 동안 인스타카트는 새로운 주문 배송 모델을 정착시켰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식료품이라는 특성상 팬데믹 이후에는 현재의 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지형이 다시 변할 수도 있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어요. 인스타카트는 이런 전제도 두고 운영을 효율화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업을 계속 확장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에요. 직접 이커머스를 위한 디지털화와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어려워하는 리테일 체인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뿌리내릴 수 있는 방법이고요.

현재 인스타카트의 미국 식료품 주문 배송 시장 점유율은 45%에 이르렀어요. 이제 자체 매장만 5300개가 넘는 월마트의 47%에 어느새 근접했죠. 고객들이 주문을 편리하게 하고, 배송을 빠르게 받을 수 있게 한 서비스로 시작해 이제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서 월마트와 함께 생각나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기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기존 리테일러들과 공존하면서도, 월마트와 같은 대형 리테일러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입니다.
☕️ 비슷한 스타트업은 계속 나왔고
인스타카트의 성공도 영향을 끼쳤지만, 식료품과 필수품 등의 주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이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로컬 슈퍼마켓 체인 등과 계약을 맺고, 주문 배송 모델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부터 직접 다크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각 식료품점과 함께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스타트업 등 사업 모델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인스타카트 외 가장 큰 성장을 하는 모델로는 고퍼프(gopuff)를 꼽을 수가 있죠.
📌 [알립니다] - 지난 레터 오기 수정
이번 주 화요일의 레터 중 3. 아마존의 MGM 인수 의미에 아마존의 기업가치를 잘못 명시한 오기가 있었기에 정정 사항을 알립니다. 너른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오기) 1조 600억 달러(약 1771조 원)가 넘는 기업가치를 가진 
  • (정정) 1조 6000억 달러(약 1771조 원)가 넘는 기업가치를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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