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후변화 거짓말 아냐. 하지만 영향 오래 안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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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09.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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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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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 불구

미국, 호주 등 기후변화 회의론 고수

유럽연합도 향후 탄소감축 목표치 두고 논란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총회가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2도에서 1.5도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선거 유세를 마치고 백악관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동아일보DB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방송사인 CBS의 프로그램인 '60분'에 출연해 “기후 변화가 사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간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기후 변화에 대해 일부 연구자들이 꾸민 사기극이라고까지 표현한 것보다 회의적 시각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 표면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2도로 제한하고, 가능하다면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총회가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계속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상승하게 될 것이며 2100년 말에는 최소 3도 이상 온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산호초가 멸종하는 것처럼 열대지방과 극지방의 생물 다양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며, 물 부족과 농업 생산성 감소로 빈곤국의 기아 문제도 더 심각해질 것이란 결과가 함께 제시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된 뒤 이날 이뤄진 인터뷰에서 여전히 기후변화를 정치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는 본심까지 내비쳤다. 그는 “인간에 의해 기후 변화가 진행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수 조 달러의 산업과 그 속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가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구 온도가 과거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방법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파리협약 합의를 깨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 7월에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완화했고 8월에는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폐지했다. 이어 9월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가스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IPCC 의장단은 지난 8일 열린 인터뷰에서 “전 세계 국가는 기후변화를 막을 힘이 있다”며 “지금 당장 적극적인 온난화 방지 대책을 실시한다면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의 협조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에서도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성을 인정하는 유럽연합(EU)에서도 회원국간에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재설정하는 문제를 두고 분열하는 모양새다. 독일과 동유럽 국가들은 2030년까지 2021년 배출량 대비 30% 감축안을,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서유럽은 40% 감축안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호주 역시 특별보고서 내용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짐 스키 IPCC 공동의장(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환경정책센터 교수)는 “화석연료 중 석탄이 온실가스 배출문제가 심각하다”며 “당장 사용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 내에 완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이클 매코맥 호주 부총리는 “석탄 생산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후변화 문제가 상상밖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IPCC의 의견과 달리 산업과 성장을 강조하는 나라들은 별다른 변화의 기미가 없다. 적잖은 전문가들은 오는 12월 2일부터 14일까지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릴 제24차 당사국 회의의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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