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나 봐요. 10년이 넘은 것은 분명한데 아무리 저의 지난 시간을 되감아 봐도 흔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갤러리 팩토리’를 방문할 땐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오죽하면 지독한 야근을 마치고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보상하겠다고 선택한 것이 팩토리로의 걸음이기도 했으니까요. 경험하는 것도 제각각이었어요. 눈이 부시거나 혹은 나를 꼭 안아주는 예술, 무수한 끄덕임으로 채운 배움, 뒤돌아 찔끔 나온 눈물을 닦아내던 공감, 배꼽이 빠질 듯한 웃음까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 팩토리와 긴밀하게 혹은 프로젝트별로 함께 했던 시간을 겪고 보니 이곳이 왜 그토록 매번 다른 얼굴과 무드를 가질 수 있었는지 이제는 잘 압니다. 팩토리에는 수많은 친구가 언제나 함께했기 때문이었어요. 그것도 무려 스무 해 동안 말이에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팩토리의 디렉터이자 항상 ‘고민이 많은 것이 고민인’ 보라보라의 여러분을 향한 초대의 글을 담았습니다. 물론 그 초대는 당신을 향한 것입니다. 한때 친구였으며, 지금도 친구이며, 그리고 앞으로 친구가 될 당신 모두를 떠올리면서요.
  
selected by 여혜진

머릿속 스틸컷을 꺼내며

From 보라보라(홍보라)
To 팩토리 친구들

‘팩토리 20년’이라는 낯설고도 어색한 단어를 꺼내 놓으며, 문득 사람은 일종의 디지털카메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난 20년의 시간을 지나며 수천수만의 스틸컷이 메모리칩에 착착 쌓여왔을 터라, 깊숙이 저장한 오래된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 보니 그 긴 시간 속 여러 구간마다 수없이 많은 친구를 만들어온 것이 왠지 자랑스럽고 사랑스럽습니다.
2012년, 팩토리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연말 행사에 놀러 온 조카 하린이와 눈이 마주쳐 아이처럼 ‘와앙!’ 하고 울어버린 장면이며, 2017년 말에는 팩토리 15주년을 맞아 호기롭게 은퇴를 밝히며 가졌던 <세렌디피티> 출판식도 생각납니다. 홀가분한 마음에 흥이 돋아 저절로 춤이 춰지는 이상한 경험을 했지요. 이후 몇 년의 시간을 멋진 언니들 ‘팩토리 콜렉티브’가 따로 또 같이 팩토리를 운영하는 동안, 저는 팬으로서 전시와 행사에 맘 편히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굴러 굴러 팩토리로 돌아와 또 다른 새로움과 즐거움, 예술적 순간을 만들어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서촌 길가 큰 유리창 너머의 팩토리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 그리고 이곳에 착착 쌓아온 친구들의 이야기와 우정을 기억합니다. 그들과 함께 만든 지금 여기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과 동네 한구석을 늘 따뜻이 덥혀주기를 바랍니다.
팩토리의 20주년을 맞이하여 <팩토리 친구들 factory friends>을 발간합니다. 정확히 20주년이 되는 날짜는 12월 21일이었지만,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그간 나름의 삶을 잘 살아온 우리를 서로 또 함께 축하하고자 한 해 마지막 날인 2022년 12월 31일, 출판 기념회와 팩토리 20주년 파티 & 작은 옥션도 활짝 엽니다. 주저함 없이 마음을 열어 제끼고 스무 살의 팩토리를 만나러 오세요. 따뜻한 다과와 책, 그리고 즐거운 이야기 속 사랑과 예술이 기다릴 테니.
민정화 @jeong.hwa.min
밤구름  @bam.gureum
이은우 @eunu_lee
윤라희 @rahee.yoon
문의: factory2.seoul@gmail.com | 02-733-4883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김보경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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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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