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취업준비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기업 공통 '표준 자소서' 어떻습니까?  

자료: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지난 3월 구직자 1402명 조사) 
 이 레터를 구독하는 분들 가운데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 기업체 임원이 많습니다. 중앙일보 ‘익스클루시브 메일’ 구독 리스트를 제가 물려받아서 그렇습니다. 2년 전 그 레터 구독 신청을 받을 때는 지금처럼 e-메일 주소만 적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추가 정보를 기록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제가 어떤 분들이 구독하고 계시는지를 부분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문제와 관련해 공직에 계신 분들과 기업체 임원들께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는 ‘표준 자소서’ 마련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겪는 고통 중 하나는 자기소개서 작성입니다. 위 그래픽이 실상을 보여줍니다. 취업 원서를 낼 때마다 자소서를 써야 합니다. 하나 잘 써 놓으면 계속 활용이 가능할 것 같지만, 현실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항목별 작성을 요구하는데 질문이 조금씩 다릅니다. 항목이 비슷해도 해당 항목에 요구하는 분량에 차이가 있습니다. 창의성을 본다는 이유로 독특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자소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습니다. 

 통상 정해진 자소서 분량이 2000∼4000자 정도입니다. 취준생이 열 곳에 원서를 낼 경우 약 3만 자를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요즘 원서 열 곳은 적은 축에 듭니다. 그야말로 ‘희망 고문’입니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자소서에는 대체로 지원 동기를 묻는 항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오매불망 이 회사만 꿈꾸며 살아왔다고 하면 ‘자소설’이 되고, 여기저기서 낙방해 이곳까지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솔직히 쓰면 탈락 예약입니다. ‘포부’에 대해 쓰는 항목도 십중팔구 있는데요, 큰 의미 없는 질문 아닙니까? 정 알고 싶으면 면접 때 물으면 되고요.

 그래서 제안을 합니다. ‘표준 자소서’ 양식을 하나 만드는 겁니다. 성장 과정, 주요 경험, 핵심 역량 등으로 항목을 만들고 글자 수 상한선을 둔 뒤에 취준생이 그것 하나만 준비해 두루 제출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정부가 추진할 수도 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선도적으로 작업해도 좋을 듯합니다.  

 둘째는 요즘 부쩍 늘어난 '채용 연계형 인턴쉽'에 관한 것입니다. 최근 공고가 난 대학 졸업 예정자나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을 보면 78월 두 달간의 인턴쉽으로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보자면 나쁠 게 없습니다.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그중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니 지원자와 회사 모두에게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을 조금만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달간 인턴 생활을 하니 다른 곳에 지원해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기회가 차단되는 것이죠. 인턴 생활을 한 뒤에 채용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취업 시즌 하나를 잃게 됩니다.  

 한 달 이상 지원자의 역량과 인성을 파악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것은 인사팀이 무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평가 도구ㆍ방법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지원자들을 다른 곳에 가지 못하도록 묶어두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무 과정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면 1∼2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채용 연계형 인턴이 한두 달 일을 한 뒤에 탈락하면 그 경력은 ‘스펙’이 되기도 어렵습니다. 어떤 회사에 지원해 인턴 생활까지 했는데 결국 채용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신중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한두 달 일한 뒤에 허망하게 집으로 가게 된 지원자가 그 회사에 좋은 감정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꽤 봤습니다. 자칫 평생 자기 회사에 악감정을 가질 사람들을 양산하는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채용 연계형 인턴의 명과 암에 대해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마냥 따라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적격성이 드러나는 지원자만 정식 채용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절반 이상을 떨어트리는 식으로 운용되기도 합니다. 래의 취지가 변질된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 인사팀 입장에서는 우수 자원 확보 방법으로 여기겠지만 폐단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청년들에게 가혹합니다. 그 한두 달 동안 매일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고 작은 실수 때문에 탈락할 수도 있다는 긴장 속에서 지내는 것은 사회의 불안 지수를 높이는 것입니다. ESG 경영 면에서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2030의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젊은이들의 '취준 고통'을 덜어주려는 다각도의 사회적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 모닝's Pick
1. 송영길 “윤석열 실체 경선에서 드러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면 다른 후보의 공격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입당 결심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도 내놨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연기 여부에 대해서는 당헌ㆍ당규를 지키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2. 최재형 감사원장 야당 합류 임박설 
 최재형 감사원장이 조만간 사직하고 대선 가도에 오른다는 이야기가 야권에 파다하다고 합니다. 이미 마음을 굳혔고 이르면 이달 안에 실행이 이뤄진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하네요. 최 원장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정권 교체 경우에 국무총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
3. 중국 원전에서 방사능 가스 유출
지난 4월 홍콩 인근의 중국 원전에서 경보가 울렸습니다. 중국 정부는 경미한 문제가 있었다고만 했지만 당시에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가스가 배출됐다는 내용의 프랑스 원전 업체의 문서가 공개됐습니다. 중국 원전은 서해 건너편에 집중적으로 세워졌습니다. 중국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나라라는 점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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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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