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예술가들을 떠올려보세요. 어떤 이름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났나요? 잭슨 폴록이나 윌렘 드 쿠닝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낸 남성 예술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 아트레터는 유명한 예술가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던 여성 예술가의 시간을 찾아 떠나보려고 해요. 함께 출발해 볼까요?

소니아 들로네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화가입니다. 일레인 드 쿠닝처럼 소니아 또한 어딘가 익숙한 성이라고 느껴지지 않나요? 바로 소니아 들로네는 아트레터 Vol.68에서 만나 보았던 화가 로베르 들로네의 배우자로도 알려져 있어요. 추상회화의 역사를 짚어볼 때 배우자인 로베르 들로네와 함께 오르피슴의 선봉장에 섰던 소니아 들로네는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니아 들로네의 작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감각적인 구도와 독특한 형태, 화려한 색채에서 느껴지는 리듬이 시공간을 흔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그녀의 작품은 독특한 자신만의 언어체계로 만들어낸 악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녀가 그림으로 표현한 이야기들은 마치 패턴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래서일까요? 소니아 들로네는 자신만의 패턴을 바탕으로 패션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회화의 영역이 확장된 순간이었죠! 👗

이러한 업적으로 소니아 들로네는 추상회화의 선구자이자 생존하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루브르박물관에서 회고전을 가졌던 예술가입니다.

도로시아 태닝은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의 배우자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초현실주의는 이성에 속박되지 않는 상상력의 온전한 해방을 꿈꾸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주 보수적인 집단이었어요. 그래서 그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초현실주의 집단에 합류해 활동했지만 초현실주의의 몰락과 함께 작품의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기며 온전한 추상으로 점차 나아갔어요. 노년에 들어서는 자신이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 세상에 여성 아티스트라는 건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인간 아티스트나 코끼리 아티스트와 같이 모순적인 단어죠.” 그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도로시아 태닝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동등한 상태로 평가받고 존재하기를 원했습니다. 에른스트의 유명세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미술 언어로 세상을 담아낸 그녀의 작품엔 뭔가 불안감을 조성하는 강하고 사나운 여성들과 소녀들이 등장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 또한 빛과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유기체적인 형태를 보여줍니다.

한국의 추상화가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김환기나 유영국을 떠올리곤 해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박래현이라는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떠올리지는 못하죠. 그런데 작품을 보면 아주 익숙하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박래현은 운보 김기창의 배우자였어요. 그녀는 박래현이라는 주체적 예술가가 아닌, 김기창의 아내라는 수식어에 가려져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의 사회상 때문에 여성이 주체적이고 독창적인 예술가의 자아로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도 했죠. 하지만 시대는 언제나 변화하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도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동양화의 기법을 자신만의 양식으로 발전시켜 재료의 물성과 번짐을 이용해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이고, 판화와 태피스트리의 영역까지 발을 넓혀 자신만의 세계를 독특한 방식으로 기록했어요. 시대를 뛰어 넘은 추상 세계를 창조한 것입니다. 🧶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은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를 짚어보는 책이 아니다. 주체적 예술가로 살아온 400명의 여성 예술가를 기록하고 기념할 뿐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미술사 속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에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