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월요일에 《팽팽팽》 전시 연계 토크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했어요. 많은 분이 참여해서 여러 질문 해주셨는데요. 그중에 "미술계에서 활동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약간 횡설수설 답을 했는데요. 대략 이렇게 얘기했어요. "연대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다른 종류의 연대가 아니라 각자가 미술계의 일원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답을 좀더 부연하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습니다. 

《팽팽팽》을 준비하면서 참여작가도, 저도 스스로 미술계 일원이라고 말하는 것을 왠지 주저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우리가 아직 경력도 얼마 없고 성과를 낸 것도 없는데 '작가'라고 하기도, '기획자'라고 하기도 민망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죠. 미술계에 발을 들이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살짝 발 담고 있는 수준아닐까 하면서 머뭇거리게 되었어요. 하지만 전시를 준비하면서, 최근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요. '미술계'라는 것이 나와 별개로 구성된, 어떤 이미 정해진 집단이 아니라 결국 나와 내 동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미술계가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어떤 선생님들의 미술계도 아니고 한 기관이 대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우리의 것이고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죠. 그렇기 때문에 미술계 일원으로서 더 책임감을 갖고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미술계는 썩었어"라고 회의하기 전에, 나와 내 동료들이 만들어가는 미술계는 다르다는 믿음을 갖기로 했어요. 더 나은 미술계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어느 곳과 달리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이번 주에는 전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전시와 지구에서의 삶을 새롭게 '만들기'를 제안하는 전시를 보고 왔어요. 그 무엇도 고정된 것이 없고 우리는 늘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봅니다. 

아, 그리고 이번부터 임효진의 코너는 새 이름을 달았습니다. 임효진의 서울살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