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설레기 시작합니다. 3월 말에 제 생일이 있거든요. 23일, 올해는 수요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생일을 조금더 시끄럽게 축하하고, 생일 축하를 위해서 친구들, 지인들과 식사도 많이 잡았는데 어느순간엔가 그런 시끌벅적한 생일에서 조금 멀어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5년 전인가부터 생일은 혼자 보내는 날로 정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혼자 디너 코스를 먹었죠. 친한 스탭들이 있는 곳이라 식사를 하고 있으면 다들 지나가면서 "생일이라며?" "생일축하해~"하고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생일 당일만큼은 다른 누군가가 제 기억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평생의 어느 지점에서 생일날을 되돌아보아도 온전히 제것이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올해도 그랬습니다. 평소보다도 더 조용한 생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날에 친한 업계 동료들이자 언니들과 예약해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생일 당일에는 바피크닉에 가서 혼자 와인과 디저트를 먹는 계획이었죠. 거기 디저트인 가나슈가 정말 맛있거든요. 케이크 대신 디저트가 괜찮겠다 싶어서 그렇게 결정해놨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전주에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큰일이 날 뻔 했으나 생일 직전에 격리해제 되었습니다...하 두달 전에 예약해둔 생일 전날 디너가 있었는데 여기 못갈까봐 전전긍긍했지만! 다행히 그 전날 자유로워졌지뭐에요. 철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예약하기 정말루다가 힘들었다구요....휴 😤

3월은 제게 업무상/개인적으로 변화가 많았던 달이었어요. 매일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쓰고, 현장 미팅도 다니고, 새로 함께 일하게 된 분들과 화상미팅을 하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까 금방 생일이 돌아왔습니다. 생일 전날은 특히 바빴습니다. 새로 시작하게 된 매체에 처음으로 제 글이 올라가는 날이었거든요! 힘들었지만 굉장히 설레는 날이기도 했어요. 어떤 매체인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제가 이번에 예약했던 레스토랑은 '솔밤' 인데요, 생일이니까 큰맘먹고 페어링도 하고, 언니들과 축하의 샴페인 짠🥂을 했습니다. 식사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음식도 서비스도 참 좋았습니다. 생일이라는 이유로 레터링이 담긴 디저트도 받았구요, 촛불도 불었습니다. 

언니들에게서 선물을 한덩어리씩 받아서 집에 돌아와 화상미팅을 준비했습니다. 해외팀과 하는 미팅이라 늘 늦은 시간에 하는 미팅이 있거든요. 와인을 꽤 마셨던 상태라 차를 마시면서 술기운을 좀 가라앉히고 미팅에 들어갔습니다. 정신없이 미팅을 하다 보니 이미 12시가 지났고, 생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너무나 저다운 생일이 시작됐습니다.

마침 제 생일이 세계 개의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별이를 위해 귀여운 모자를 새로 샀는데 딱 날이 맞게 와줘서 별이에게 이 귀여운 모자를 씌우고 구경하는 것으로 생일의 첫번째 이벤트를 진행! 개의 의사야 어떻든 놀라울 정도로 귀엽지 않습니까....휴 저희집 개지만 정말 (말잇못)

자 신나게 놀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생일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저는 어제의 카레보다 맛있는 것은 어제의 미역국이라고 믿는데요! 미역국은 꼭 끓인 다음에 조금 묵혀야 맛있죠. 늦은 시간이었지만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미역국이란 참 그렇습니다. 생일에 먹는 것이다보니 각자 제철일 때가 다르겠죠. 제철음식이 꼭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부르는 이름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제철일 때도 있죠. 그래서 미역국만큼은 가장 개인적인 제철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역국은 집마다 지역마다 레시피가 달라요. 어떤 집에서는 홍합을, 어떤 집에서는 멸치육수만, 어떤 집에서는 소고기를 넣죠. 그래서 각자의 레시피가 다르다는 점도 개인적임에 한 몫을 합니다. 저희집은 국거리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만드는 집이었는데, 어쩐지 저는 들깨미역국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올해의 생일 미역국도 들깨미역국으로 하기로 했어요.

생일이기도 하고! 레터도 쓸 겸 좋은 기장 미역을 사보자....! 했다가 완전 까먹었습니다. 솔직히 좀 귀찮기도 하고요. 1년에 미역국 제가 몇 번이나 끓여먹는다고....😊 찬장에 남아있는 자른미역을 꺼냈습니다.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아 솔직히 저는 미역의 줄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보들보들한 가장자리 부분이 더 좋다구요! 근데 시판되는 자른미역은 그런 두꺼운 줄기가 잘 없어요. 

그래서 늘 제 선택은 자른미역입니다. 소포장된 애들도 많아서 한 번 사두면 차근차근 오래 먹을 수 있죠. 이것도 언제 사두었던 것인지 영...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마치 태초부터 집에 있었던 것 같은 그런 건해물 아이템이죠.

하지만 좋은 미역이든 싼 미역이든 안자른 미역이든 자른 미역이든, 문제는 양을 도대체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바싹 말라있는거죠 이 친구들은. 도대체 모르겠어요. 올해는 정말 양을 딱 맞추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조심스럽게 넣었습니다. 

몇 년 전엔가....하....정말 조금 넣었거든요? 닭가슴살 미역무침을 하려고요. 근데 미역이 한바가지가 나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3일동안 미역무침만 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떄 알았어요. 저는 미역을 안좋아하는구나...사실 미역국도 극호 아이템이 아니지만 생일에는 먹어야 한다고 버릇이 들었기 때문에 먹고 있답니다. 하지만 물론 싫어하는건 아니에요!

보세요 올해는 정말 조금 넣었어요. 너무 조금이라 미역국 할 양이 안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적은 양의 미역을 볼에 넣어 찬물을 붓고 미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화상 미팅 중간에 물을 뜨러 나온 제가 만난 것은....

또...또 한바가지가 되어있는 불린 미역....그렇습니다 올해도 미역 양조절에는 실패했어요. 몇 배나 불어나는거야 도대체....🤯😇 하지만 그래도 준수한 성적이군요! 다시 미팅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황태만 후다닥 추가로 넣어 불리고 주방을 떠났습니다. 그냥 기본 미역국에 들깨만 넣을까 하다가 황태를 넣으면 조금 더 시원해지지 않을까 급 생각이 나서 찬장을 뒤졌네요. 

본격 있는 재료로 어찌어찌 끓이는 생일 미역국입니다.

드디어 미팅이 끝나고, 영어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머리를 슬슬 털어내고 주방에 섰습니다. 불린 미역과 황태는 꼭 짜낸 후 한 번 더 먹기좋은 크기로 썰어줬습니다. 미역에 꼭 밑간을 안해도 된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밑간을 하는걸 좋아해요. 국간장과 다진마늘을 넣고 미역을 조물조물 무쳐냈습니다. 어차피 물을 넣을거니까 조금 간간하게 무쳤어요.

미역국은 간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맛이 애매해지는 음식 중 하나인 것 같아서 간을 특히 잘 맞추려고 합니다. 싱겁다 못해 밍밍해지잖아요. 니맛도 내맛도 아니고. 마지막에 간을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간을 맞추는 일은 음식을 요리하는 전반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각 부분에서 적절하게 간이 되어있어야 그게 합쳐졌을 때 맛의 균형이나 깊이가 딱 맞아떨어지면서 비로소 '간이 맞았다'는 상태가 되는거니까요. 그래서 단계별로 소금/간장을 적절히 추가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냄비를 달군 후 참기름을 넉넉히 뿌리고 미역과 황태를 한데 넣어 볶았습니다. 미역이 타지 않도록 불을 낮춰 천천히 볶았어요. 5~10분정도 볶다보면 미역이 열을 머금어 특별이 더 보들보들해질 때가 오거든요. 이때 기름이 튀어 손을 데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해야합니다. 요리용 긴 젓가락을 사두면 도움이 돼요.

미역이 볶아지면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솔직히....멸치다시 육수를 냈어야 하는데요...? 또 귀찮음이 이겨버려서....그냥 대차게 맹물을 넣고 다시마 한 장을 투척했어요. 다시마가 알아서 육수 내주겠죠 뭐! 안되면 연두 넣어(?) 센불로 미역국을 끓이다가 물이 끓는 순간 아주 약한 불로 바꿔서 뚜껑을 덮고 천천히 끓였습니다.

저는 미역을 아주 오래 끓여서 보들보들해진, 그런 미역국을 좋아해요! 그래서 가능하면 미역국을 오래 끓입니다. 1인분을 끓일때는 비교적 적은 시간 끓여도 되어서 30~60분이면 충분하니까 아주 힘들지도 않습니다. 생일에 맞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넷플릭스 쇼 중 하나인 <F1, 본능의 질주>가 공개되어서 첫 화를 보면서 미역국이 끓는것을 기다렸어요.

미역국이 끓으면 참 좋은 냄새가 납니다. 집안을 퐁실퐁실하게 채우는 부드러운 미역국 향기. 새삼스럽게 그 향기가 코 속으로 들어올때마다 쓸데없이 뚜껑을 열고 미역국의 안부를 확인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어느정도 미역의 식감이 완성에 가까워지면, 불을 잠깐 끄고 들깨가루를 넣습니다. 들깨가루란 참 신기해요. 이미 들깨를 갈아놓은 것인데 그냥 저렇게 가루째 넣어버리면 우리가 알고있는 그 뽀오얀 색이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뽀오얀 들깻국의 색을 내려면 들깨가루를 체에 받쳐서 된장을 풀듯이 풀어줘야 한답니다. 아직도 왜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 섬유질? 조직때문에 그렇겠지 싶기는 하지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은 단위로 뭉쳐서 그냥 희멀건 색이 되어버려요. 물론 맛은 똑같지만 참 신기하고 귀찮은 일입니다. 네. 귀찮죠. 그래서 저는 그냥 퍼넣었습니다...어차피 제가 먹을건데요 뭐! 맛만 똑같으면 되죠. 

마지막으로 한 소끔 끓여내고 뚜껑을 닫았습니다. 이대로 하룻밤동안 차근히 맛이 들어주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제가 자는 동안이요. 미역국에는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룻밤을 기다리는 일.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죠.  

좋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후다닥 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생일이네요.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안치고, 미역국을 한 소끔 끓여놓고, 어느날의 조여사(=엄마)가 싸준 갈비찜을 데우고, 특별히 달걀을 두개나 넣은 달걀말이를 했습니다. 저는 왠지 달걀말이가 있으면 그렇게 잘 차린 밥상인 것 같더라고요. 

웬일인지 잡채가 먹고싶었어서 일단 있는 재료로 무친 잡채도 곁들이려고 어제 밤에 미역국을 끓이는 틈틈히 재료를 손질해두었습니다. 아침에 그대로 볶기만 하면 되도록요. 간단하게 만들었는데도 참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망원동 '구내식당'의 잡채에는 역시 미칠 수 없네요. 다음에 꼭 사먹으러 가야겠습니다.

그릇에 찬거리들을 예쁘게 담고 있는 사이에 밥 뜸을 다 들였다고 쿠쿠가 노래를 부릅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차르르하게 잘 지어진 밥. 저는 약간 진밥을 좋아해서 물을 넉넉히 잡거든요. 그래서인지 뚜껑을 딱 열었을때 반짝임이 조금 더 돕니다. 예쁘지만 이제는 밥을 먹을 시간이죠. 원하는 만큼 밥을 떠서 그릇에 넣고 마지막으로 뜨겁게 끓여낸 미역국도 그릇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단촐하지만 충분한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역시 미역국은 김치랑 먹어야죠? 조여사의 김장김치가 충분히 익을 때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마침 딱 잘 익은 것 같아서 꺼내 곁들였습니다. 조여사 김치는 경기도 스타일이라 깔끔하고 시원한데, 남도김치랑은 또 다른 맛이 있어요. 뜨끈한 밥과 부드러운 미역, 사각거리는 김치, 진한 감칠맛 사이로 퍼져나가는 고소한 들깨향. 한 입에 이것을 모두 다 넣고 오물오물 씹었습니다. 역시 맛있어. 

급하게 만든 잡채도, 사치스럽게 달걀을 두개나 넣은 통통한 달걀말이도, 냉동실 어딘가에서 발굴해낸 갈비찜도 모두 다 맛있었습니다. 부모님이랑 떨어져 산지 올해로 13년째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나와살았으니까요. 그래서 집밥에 대한 미련이 좀 없는 편이에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집이고, 제가 한 밥이 집밥이죠. 이제 곧 생일을 부모님과 함께 보냈던 시간보다 아닌 시간이 더 길어질테죠.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간에생일날 혼자서도 미역국을 잘 끓여서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에 조금 뿌듯해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집에 오니까 또 바 피크닉 가기가 너무 귀찮은거에요....진짜 귀찮음에 지배당한 생일입니다.... 피크닉은 무슨 피크닉이냐 싶고, 날씨도 으슬으슬한 것이 오뎅탕이 더 땡기는 바람에 그냥 집에서 오뎅탕을 끓여먹었습니다. 우동도 넣었고요!

케이크 대신 제가 좋아하는 빵집에서 사온 크로아상에 초를 꽂고, 불을 붙였습니다. 작은 소원을 빌었어요. 소원은 말하지 않는 것이라지만요 저는 올해도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남들이 이룬 것 앞에서 제가 이룬 것은 너무나 작고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자고요. 제가 이룬 것 앞에 섰을 때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 위해서, 요령부리지 말고 느려도 곧게 걷자고요.

그것이 제 올해의 다짐이자, 서른을 맞이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촛불을 끄고, 아껴두었던 좋은 차를 마시며 생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올해도 늘 그렇듯 조용하고 좋은 생일이었습니다. 생일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보내요.

이것은 너무나 저만의 제철음식이지만, 언젠가 여러분의 제철에도 시도해보실 수 있으니 레시피를 남겨둡니다. 

마른 (자른) 미역 1T

황태 3조각

국간장 1t

다진마늘 1t

참기름 2T

다시마 1조각

물 600ml

들깨가루 2T

* 연두+국간장으로 마무리 간

만들땐 간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놓고 보니 이것도 복잡해보이네요. 요즘은 미역국을 배달해주는 곳도 많으니 시켜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미역국라면을 추천합니다! 면도 미역도 모두 야들야들해서 정말 맛있거든요. 저는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 꼭 이 미역국 라면을 보내주곤 한답니다. 왠지 고향의 맛이랄까 💛

오늘은 추천 술은 아니고요, 제가 요즘 빚고 있는 술을 소개할까 합니다. 2년 전에 미드(Mead; 꿀술)을 만드는 것을 배워서 종종 꿀술 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빚다 보니 그간 계속 실패해왔는데요! 올해는 조금 특별한 아이디어가 생겨서 새롭게 도전해봤어요. 

격리중에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런던에 사는 교포 조니 경호 셸드릭(Johnny Kyunghwo Sheldrick)입니다. 다양한 발효음식들에 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데 영상을 보니 꽤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어요. 그 중에서 제 눈을 끈 것은 대추와 인삼을 넣어 만든 미드! 문득 생각해보니 저도 미드 재료가 다 있고, 격리중에 심심하기도 해서 미드를 만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미드는 꿀과 물, 그리고 효모를 넣어서 발효시키는 아주 오래된 조주 방식이에요. 달달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도수를 높여서 달지 않게 만드는 방법도 있고요, 넣는 부재료에 따라 종류가 수십가지로 달라질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쫌쫌따리 미드를 빚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고요 ㅎㅎ

저는 인삼 대신 계피를 더한 수정과 스타일의 미드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꿀과 물을 섞어 머스트(Must)를 만들고 효모와 효모영양제, 그리고 손질한 대추를 넣어서 발효를 시작했습니다. 발효조 위에는 에어락이라는 것을 꽂아서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배출하되 안으로 다른 잡균,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는 장치가 있는데, 이 에어락이 달칵달칵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집니다.

뚜껑을 열어 귀를 가만히 대면 솨아아아 하는 소리가 끝없이 들려와요. 꼭 바다에 있는 것 같죠. 오래 전 방영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은조(문근영)가 가만히 술독에 귀를 대고 술이 발효되는 소리를 듣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술을 빚을 때 마다 그 장면이 생각이 납니다. 이런 느낌이었을까, 고요한 집에서 술이 익어가는 소리는 참 청명합니다. 

제 격리와 함께 이 친구도 신나게 익어가고 있는데요, 오늘로 13일차를 맞았습니다. 지난 미드 제조는 발효가 너무 안되어서 장렬히 실패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조짐이 좋아요. 거의 2주차를 맞았는데 아직도 효모 친구들이 힘이 좋습니다. 에어락이 15초에 한 번은 달칵거리고 있네요. 오늘로 4.7도 정도의 술이 되었는데, 조금 더 발효시켜서 7도까지는 끌어올려보고 싶어요. 그 다음에 청징을 진행할텐데, 아마 다음 레터를 보낼 즈음 해서는 술을 완성할 수 있겠네요. 또 후기를 전할게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도대체 모르겠는데 벌써 3월도 끝이네요. 목련을 기다리며 2월의 레터를 마쳤는데, 벌써 목련이 만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제게 생긴 좋은 일을 하나 공유하려고요! 제가 미쉐린가이드 서울의 프리랜서 에디터로 합류하게 되었답니다. 딱 생일날 첫 기사가 발행되었는데요, 오랜만에 새 매체랑 작업을 하려니 적응할 것이 많지만 새로운 시작이라 마음이 설렙니다. 종종 미쉐린가이드에서 제 이름을 발견하신다면 반가워해주세요!

봄에는 저와 구독자님 모두에게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3월의 마지막 레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