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기자 #루스벨트게임 #이케이도준

[주말에 뭐 읽지]  2020-11-6 #32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pixabay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지은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목인 ‘루스벨트 게임’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8대 7’이라고 말한 것에서 따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케네디 스코어’다. 7점을 잃어도 8점을 따면 된다. 점수를 잃으면 만회하면 된다. 이 간명한 목표의식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이야기의 무대인 ‘아오시마 제작소’는 사회인 야구팀(한국 실업팀과 유사하다)을 보유한 중견 제조기업이다. 회사 사정이 나빠지자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야구팀 역시 존폐 기로에 섰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경영진의 고민과 언제 해체될지 몰라도 승리를 위해 구슬땀 흘리는 야구단의 이야기가 매끄럽게 교차한다. 9회 말 2사에 터져 나오는 역전타처럼 ‘읽는 쾌감’을 불러내는 시원한 전개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독서 행위로 경험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대중소설이다.
 
빌런(악역)으로 등장하는 경쟁업체 대표를 제외하면 등장인물 대부분이 선한 의지를 갖고 회사를 사랑하며 공동체에 힘이 되고자 한다. 따뜻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에서는 찾기 어려운 착한 판타지에 가깝다. 일본 경제가 점차 잃어가고 있는 ‘착한 기업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착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결국 ‘말 잘 듣는 노동자’라는 정상성을 주저 없이 내민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다루는 대목에서 작가는 ‘회사에서 퇴출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일본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연공서열제, 집단의식 강화 등이 어느 정도 미덕으로 그려지는 것도 다소 갸웃한 대목이다. 착한 스토리가 갖는 양면성, 따뜻함과 찜찜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책이다. 물론 그마저도 작가의 의도이거나 한계일 수 있지만.

김동인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봄날의책 펴냄 

“누군가의 평생이 있어야만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상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고통스러운 위로입니다.”  

홍은전의 글에는 이름이 있다. 박경석·장혜영처럼 ‘아는’ 이름도 있지만, 대개는 김성현·박현처럼 모르는 이름이다. 그리고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아니다, 그의 말마따나 모르던 것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것만 있었다. 
임용고사를 치는 대신 노들야학으로 갔던 2001년 겨울, 홍은전은 아무도 이기지 않고도 교사가 됐다. 이후 노들에서 보낸 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도록 단련시키고 글을 빚게 만들었다. 무수한 비참이 홍은전을 통과해 이야기가 되었다. 읽는 이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는 글은 깊고 따뜻하다. 어쩔 수 없이 그처럼 좀 더 열심히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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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남원상 지음, 따비 펴냄 

“식문화에서만은 역(逆)제국주의가 그리 낯설지 않다.” 

“치킨 티카 마살라는 이제 영국의 진정한 국민음식(national food)입니다.” 2001년 영국 외무장관 로빈 쿡이 한 말이다. 치킨 티카 마살라는 닭이 들어간 커리(카레) 요리로, 인도 식민지배에서 비롯한 음식이다. 저자는 인도에서 영국으로 전래된 커리를 필두로 침략자들에게 ‘역방향’으로 흘러 들어간 음식에 주목했다. “세련된 이미지나 선진화된 공급 및 유통 시스템이 아닌, 오로지 탁월한 맛의 힘으로” 전파된 민족 음식이다. 흥미롭게도 역제국주의를 일으킨 대표적 음식들은 피지배국 안에서도 가장 하층민들이 즐기던 먹거리였다. 지배 국가에 들어간 뒤 이 음식은 원형과 전혀 다른 사치스러운 별미가 된다. 음식과 역사 이야기를 적절히 계량해 버무린 책이다.  




캐빈 폰 인사이드  
자크 클라인 기획, 프리다 문 지음, 강경이 옮김, 판미동 펴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소박한 집을 짓고 싶은 바람이 누구에게나 있다.”  

이 책의 기획자는 12년 전 블로그에 통나무집 이야기를 모았다. 땅 사진, 작은 집 밑그림, 실제로 집을 지은 지인들의 이야기…. 뉴욕주 북부 숲속에 직접 집을 지었다. 동영상 웹사이트 비메오(VIMEO)의 공동 창업자이자, 아동을 위한 DIY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 CEO인 자크 클라인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캐빈 폰’ 사이트를 개설했고 온라인으로 연결된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자신들이 직접 지은 오두막 사례 2만여 개가 모였다. 이 사례를 모아 2015년 〈캐빈 폰〉이 출간됐다. 이번 책은 캐빈 폰의 외관보다는 내부 공간 이야기다. 오두막의 아기자기한 내부 사진이 곁들여진 실용서이자 참고서다. 숲속에 작은 집을 짓고 싶은 독자들에게 눈 호강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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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한 국어사전 탐방기   
박일환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말이란 탄생 과정과 오랫동안 사용해온 내력이 있기 마련이므로 쉽게 버리거나 고치기 힘들다.”  

저자는 “국어사전을 벗 삼아 지낸 지 꽤 됐다”라고 썼다. 사라진 단어, 새로 실린 단어, 외국어에서 비롯한 단어 등 갖가지 우리말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었다. ‘이런 말도 있었나?’라고 혀를 내두를 만큼 낯선 표현이 적잖이 등장한다. “조사를 해보니 ~라는 뜻이었다”라는 구절이 매번 뒤따른다.
저자는 순우리말만 살리자고 주장하지는 않으나, 어떤 단어든 우리말로 포용하자는 쪽도 아니다. 책에서 으뜸으로 삼는 기준은 언중의 쓰임새다. ‘혈우병’이나 ‘대인배’처럼 이미 널리 퍼진 표현이라면 부정확하거나 어법에 어긋난 말도 받아들이자는 것. 반면 ‘무인상품’이나 ‘폴립(polyp)’과 같은 말은 버리거나 바꾸자는 입장이다. 우리말 ‘운동’이 아닌 ‘탐방’에서 나온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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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독앤독
시사IN×동네책방 콜라보 프로젝트. '독'립언론과 '독'립서점이 만났습니다

책방에서 만난 사람

"울지 말아요 모든 게 잘될 거예요."

사강이 쓴 책을 찾아달라며 우리 가게를 방문한 손님의 표정에서는 편안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학창시절에는 가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주변에서 문제아로 불렸다고 한다. 
거리를 떠돌던 시절 그녀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접어든 이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데...

  동네책방×문학상💬

전주 동네책방 7곳이 '제1회 동네책방 문학상'을 시작한다네요. 주제도, 포스터도, 발상도 참 멋지지 않나요?

시, 소설, 수필, 사진에세이 4개 부문으로 나눠 12월10일까지 원고를 받는다니 동네책방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응모해 보시길요. 
전주에 살지 않아도 
응모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은 전주의 시사IN 친구책방인 잘익은언어들 문의하세요.
💌<시사IN>이 전국의 동네책방🏡 35곳과 함께 진행중인 책 읽는 독앤독🐶(독립언론×독립서점) 콜라보 프로젝트 페이지를 클릭해보세요. 다양한 책과 책방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시어도어 책 소개 잘못돼 있네요. 다른 책 소개가 올라가 있어요."
지난주 #31호 뉴스레터에서 편집자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으로 <인간의 내밀한 역사>(시어도어 젤딘 지음, 어크로스 펴냄)를 소개했는데 본문으로 #30호 뉴스레터에 실렸던 <도미니언>(톰 홀랜드 지음, 책과함께 펴냄) 내용이 잘못 들어갔네요.

저자와 출판사, 독자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뉴스레터가 발송된 뒤에야 편집 실수를 알아채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수정할 수가 없었네요😰 
앞으로는 좀 더 정신줄 잘 챙기는 편집자가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며,
뉴스레터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아래 버튼 누르고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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