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전의 글에는 이름이 있다. 박경석·장혜영처럼 ‘아는’ 이름도 있지만, 대개는 김성현·박현처럼 모르는 이름이다. 그리고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아니다, 그의 말마따나 모르던 것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것만 있었다.
임용고사를 치는 대신 노들야학으로 갔던 2001년 겨울, 홍은전은 아무도 이기지 않고도 교사가 됐다. 이후 노들에서 보낸 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도록 단련시키고 글을 빚게 만들었다. 무수한 비참이 홍은전을 통과해 이야기가 되었다. 읽는 이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는 글은 깊고 따뜻하다. 어쩔 수 없이 그처럼 좀 더 열심히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