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역사

김치  무·배추·오이 등의 여러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발효식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소한 물건의 역사
editor 수담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했다?!
김치의 초기형태는 절임 채소인데요. 겨울철 채소류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시작된 방식이죠. 이 절임 채소 문화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생겨났는지 여러 가지 견해가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설이에요.
절임 채소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공자가 엮은 시경(詩經, BC 10C)에 나오는데요. “오이를 절여 저(菹)를 만들어 조상에게 바친다.”라는 구절이죠. 이때 저(菹)가 오이절임을 의미해요. 이 저(菹)라는 글자가 조선 시대 이래 김치류를 지칭하는 글자로 쓰여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반도 김치가 중국의 절임 채소 문화를 계승한 것으로 생각한 설이죠.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유래해서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설도 있어요.
중국 절임 채소 조리법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제민요술(齊民要術)」(6C)에 등장하는데요. 이 「제민요술」을 집필한 가사협(賈思)은 북위 고양군(현재의 산둥성)의 태수였어요. 당시 이 지역은 동이족(중국 동쪽 오랑캐 - 만주, 한국, 일본 등) 영향권이었는데요. 절임 채소 문화는 백제와의 교류를 통해 발전시켰다는 가설이죠. 더 나아가 가사협이 백제의 후손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어요. 

세 번째는 절임 채소 문화가 각자 알아서 등장했다는 설이에요.
소금, 술, 식초 등이 각 문명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절임 채소류 문화도 보편적으로 발생한 것 아니겠냐는 주장이죠. 하지만 절임 채소에 사용되는 기술은 소금으로 단순히 저장 보관하는 기술이 아닌 식초, 장, 메주, 술 등을 이용한 고도화된 기술인데요. 이런 고급 기술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자생할 수 있느냐는 반박이 있어요.

하지만 이 절임 채소는 우리가 아는 김치라기보다는 장아찌에 가까운데요. 한반도 김치의 발달 과정을 보면 오늘날의 김치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인 것을 알 수 있죠.
우리나라 김치의 변천사

1) 공자도 거른 절임 채소

소금과 장을 이용한 절임 채소를 가장 오래된 형태의 김치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문헌에서부터 등장하죠. 이 절임 채소는 채소를 절인 장아찌 같은 모습으로 신맛이 났죠. 중국 기록에 이 절임 채소의 신맛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재밌는 기록이 있어요. “주나라의 문왕이 창포저를 매우 좋아해서 공자도 이를 듣고 얼굴을 찌푸려가며 먹었는데 3년이 지난 후에야 익숙해질 수 있었다.” 「여씨춘추(呂氏春秋)」(BC 235)

즙장으로 만드는 절임 채소는 메주로 묽은 장을 만든 뒤 채소를 넣고 고온에 단기 숙성시키는 것인데요. 조선 초기부터 근대 조리서까지 제조법이 기록되어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일상적으로 즐기던 음식이었죠. 현재는 변형되어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 즙장, 쩜장, 집장 등의 형태로 불리며 장류에 가까운 형태로 흔적이 남아있어요.

간장으로 만든 절임 채소는 주로 가지와 오이를 주원료로 하는데요. 파, 마늘, 생강과 함께 끓인 간장과 참기름을 부어 저장해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들었죠. 조선 중기에는 간장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마늘, 산초, 형개, 생강 등 향신 양념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어요. 조선 후기로 가면서 오이와 가지 외에 무, 배추가 들어가고 각종 해산물도 더해지면서 고급스러워졌죠.

2) 이제야 김치답다, 물김치

물김치는 국물까지 먹는 형태와 건더기만 먹는 형태로 나뉘는데요. 국물까지 먹는 방식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매우 독창적 형태이죠. 이때부터 절임 채소 문화는 강한 산미를 지향하는 중국식 방식, 감칠맛을 선호하는 한반도식 방식으로 갈라서게 되었다고 보고 있어요.

국물까지 먹는 물김치의 대표주자는 나박김치와 동치미인데요. 소금물과 무를 이용한 김치이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요리책인 「산가요록(山家要錄)」 (1400s)에도 등장하는데요. 이를 통해 고려 시대에 이미 널리 퍼진 음식인 것을 알 수 있죠.

건더기만 먹는 물김치는 주로 오이와 가지를 이용했어요. 조선 시대 오이 김치와 가지김치는 대개 간장과 참기름을 첨가해 만들거나, 끓인 소금물에 할미꽃, 형개, 분디, 산초, 박초, 생각, 마늘, 향유잎 등을 첨가해 만들었죠.

3) 중국 사신을 대접할 때 쓰인 젓갈 김치

젓갈 김치는 1400년대부터 등장해요. 「세종실록(世宗實錄)」 8년(1426)의 기록을 보면 중국에서 온 사신을 대접하기 위해 “어린 오이(童子瓜)와 섞어 담근 곤쟁이젓(紫蝦) 두 항아리”를 영접도감에 보냈다는 내용이 있죠. 이를 통해 상류층만 즐길 수 있는 음식임과 동시에 중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음식임을 알 수 있죠.

젓갈을 넣은 김치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는 젓갈의 생산 및 유통이 활발해진 18세기 이후부터인데요. 조선 초기 젓갈을 담을 때 채소가 첨가되는 형태에서 김치를 만들 때 젓갈이 첨가되는 형태로 바뀌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4) 소금 대신 고추?

우리가 먹는 고추 품종은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데요. 1542년경부터 일본과 중국에 전파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1592)을 전후하여 전파되었어요.

처음에는 위를 다스리는 약용 초장을 만들 때 쓰였어요. 가난한 승려와 하층민들이 대체 식량으로 사용하다가 음식에 넣었을 때의 맛과 효과가 알려지면서 점차 상류층으로 퍼져나갔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김치에 고추가 들어간 기록은 17세기부터 등장하는데요. “고추를 항아리 속 채소와 섞으니 김치는 맛이 있고” 라는 이서우(1633~1709)의 시 구절과 김창업(1658~1721)이 남긴 “고추 열매가 향기로우며 김치에 넣으니 부드럽고 맛은 시원해지네"라는 글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죠. 1700년대 중반부터는 토착화에 성공해 재배가 확대되면서 요리에 널리 쓰였죠.

고추가 김치에 사용된 배경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이 있는데요. 18세기 의례가 잦아진 데 비해 소금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고추가 들어갔다는 의견이죠. 아무튼 고추와 젓갈이 들어간 버무림형 김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초기 소금과 장으로 만든 김치는 쇠퇴했어요.

5) 박지는 원래 가지김치였다?!

섞박지는 배추나 무 등을 주재료로 해서 양념 채소, 젓갈, 고추를 버무린 형태의 김치를 뜻하죠. 박지는 1800년대 「규합총서(閨閤叢書)」, 한문 조리서인 「주찬(酒饌)」 등에 등장하는데요. 젓갈, 고추 등이 이미 조선에 있었음에도 19세기에서야 박지가 등장한 것은 이전까지 젓갈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재료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초기 박지는 오늘날 박지와 달리 주재료로 주로 동아, 가지 등을 썼고, 배추와 무는 부재료에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6) 배추값이 금값은 옛날이 더했다

배추는 중국이 원산지로 고려 이전에 한반도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재배가 잘 안 되어 조선 후기까지 아주 귀한 채소였죠. 이 때문에 조선 초기부터 배추를 절였다가 소금물을 부어 물김치 형태로 담은 기록이 존재하지만, 비주류 김치였어요.

1800년대 말에 토종 배추품종인 '서울배추’와 ‘개성배추'가 재배에 성공하고, 이파리가 발달하고 저렴한 중국의 배추가 대거 수입되면서 김치 양념소를 배춧잎 사이에 넣는 형태의 김치가 빠르게 정착했어요.

이파리가 발달한 배추의 출현으로 석박지를 잎 사이에 잘 들어가게 하려면 재료들을 잘게 썰어야 했는데요. 이 때문에 1920년경, 무를 채썰어 넣는 방식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이 통배추 김치 제조법은 들어가는 재료 가짓수도 많은 데다가 배추를 절였다가 퇴렴하는 과정, 재료를 전처리한 후 잘게 채 치는 과정, 잎 사이에 소를 넣는 과정 등이 더해지면서 만들기 힘들었는데요. 이 때문에 3~4일에 걸쳐 공동으로 김치를 만드는 김장 문화가 등장하게 되었죠.

박채린. (2019). 김치의 기원과 제조변천과정에 대한 종합적 연구.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34(2)
사소한 영어 표현
editor 지민
Be in a pickle  곤경에 처한
‘피클 안에 있다’? 직역을 하면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인데요. 시큼하고 짠 피클 안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너무 괴롭죠? 이러한 상황에 빗대어 생겨난 표현으로, 곤란하거나 난처한 상황에 놓였을 때 쓰이는 관용구랍니다. ‘I’m in a real pickel’, ‘I’m in a pretty pickle’ 등으로도 강조해서 쓸 수 있어요.

ex) I’m in a pickel, I need your help!
     나 문제 생겼어, 좀 도와줘!

A rod in pickle  장차 떨어질 체벌
‘Rod’는 회초리 혹은 매의 의미를 가진 명사이고, ‘Pickle’은 저장 또는 부패 방지의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두 단어가 합쳐져 ‘저장된 매’, 즉, 가까운 미래에 받게 될 또는 누군가가 벼르고 있는 벌을 이야기할 때 쓰는 표현이 되었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알아두면 유용하겠죠?
 
ex) A rod in pickle tends to be more tormenting than to be beaten now.
      앞으로 떨어질 체벌이 지금 맞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경향이 있다.

Pickle-puss (picklepuss)  비관적인 사람
‘Puss’에는 여러가지 뜻이 있지만 ‘사람의 얼굴’을 지칭하는 명사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여기에 ‘Pickle’이 앞에 붙어 ‘얼굴을 찌푸린 사람’을 뜻하는 표현이 되었어요. 쭈글쭈글한 피클의 겉표면을 찌푸린 얼굴에 비유해 만들어진 관용구랍니다. 

ex) Don’t be such a pickle-puss, we’re at a party now!
      얼굴 좀 펴, 우리 지금 파티에 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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