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독립언론' <시사IN>의 자존심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경제팀 전혜원 기자입니다


최근에 돈이 좀 들어갈 일이 생기고 보니, 부끄럽게도 정기적으로 내는 구독료나 후원료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아차 싶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저희를 구독하고 또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어떤 것일지 감히 헤아려보는 시간이었어요. 그 기대에 스스로가 부응하고 있는지 돌아보기도 했고요. 저희 <시사IN>을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응원해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로 말하자면 MBTI의 ‘인프피(INFP)’인데요(MBTI가 그리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재미로 말씀드리는 것이니 양해해주세요^^;). 기자들 사이에서는 ‘기자는 기사만 안 쓰면 참 좋은 직업’이라는 말이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저는 사람 눈을 잘 못 보거든요.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고역이에요. 전화 한 번 할 때면 수첩에 예상 질문을 빼곡히 적어놓고 시뮬레이션 열 번, 심호흡 열 번을 합니다. 인터뷰 5분 전에는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머리를 쥐어뜯지요. 그런 제가 벌써 10년차라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괴로운 일을 왜 계속 하고 있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을 텐데요. 저는 취재 과정보다 기사 쓰는 순간이 더 좋아요(가끔은 ‘신발’이라고 중얼거리며 씁니다. 고제규 전 편집국장이 ‘구강 헐리우드 액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정확히는 기사를 다 쓰고 나서 찾아오는 잠깐의 희열로 버팁니다. 물론 마감 뒤 마시는 맥주의 맛도 빼놓을 수 없고요. 거창한 소명의식 이전에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 명확해서 아직은 이 일을 붙들고 있습니다(회사 생각은 들어보지 않았습니다 ㅎㅎ).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해서 먹고 산다는 건 엄청난 행운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 첨단 기술의 시대에 중소기업 종이잡지사에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저 역시 언제까지 이렇게 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느끼기도 해요. ‘워라밸’이라고 하잖아요.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견뎌내고, 일상은 일과 철저히 분리하는 삶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저희 <시사IN>이 그 일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다만 우리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고 있고, 일하는 데 하루의 많은 시간을 쓰는 한, 그 시간 동안 그 누구도 존엄성을 잃지 않고 마음이든 몸이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하는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설령 갑자기 일자리에서 밀려나더라도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는 사회였으면 합니다. 그걸 위해 세금이든 보험료든 내서 공동으로 위험에 대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정치가 각자도생보다는 연대를 말하길 원합니다.

그런 사회에 한 발짝 다가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서 저는 기사를 쓰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배달의 민족 ‘배민1(한 번에 한 집 배달)’ 수수료 갈등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앱 ‘배달의 민족’을 켜보시면, 첫 화면 왼쪽에 ‘배민1’이 있고, 오른쪽에 ‘배달’이 있잖아요. 여기서 ‘배민1’은 라이더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한 뒤에 다른 집 배달을 시작하는 거고요(배민 전업 라이더와, 일반인 부업 아르바이트로 알려진 ‘배민 커넥터’들이 배달합니다.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서비스합니다). 첫 화면 오른쪽의 ‘배달’은 라이더가 한 번에 여러 집을 배달하는 거예요(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등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들이 배달합니다).

‘배민1’을 이용하려면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수수료 1000원에 배달료 5000원을 내야 했는데요. 이번에 수수료가 음식값의 6.8%로, 고객이 많이 주문할수록 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로 바뀌었어요. 배달료도 6000원으로 1000원 올랐고요.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게 되었는데, 그 맥락과 해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요즘 배달료가 왜 이렇게 올랐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왜 그런지 기사에 담겨 있습니다.

배달 앱을 포함한 플랫폼 문제를 다룰 때 늘 고민이 듭니다. 분명 배달 앱은 전단지를 스마트폰으로 옮겨 배달음식의 범위를 넓혔고, 고객이 다른 고객의 리뷰를 참고할 수 있게 해줬죠. 배달 앱을 바탕으로 소형 프랜차이즈와 개성 있는 맛집이 매출을 크게 높이기도 했고요. ‘착취’만 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기업으로선 이익을 내야 하는 것도 맞고요. 그러나 플랫폼이 점유율을 높인 뒤 일방적으로 이용 조건을 변경할 때, 자영업자들은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은 OECD에서 일곱 번째로 자영업자가 많습니다. 미국이 6.1%, 일본은 10%인데 우린 25%에 가깝습니다. 너무 많은 자영업자들이 적은 마진으로 경쟁하는 가운데 터진 갈등이라는 것도 생각해볼 지점이 있습니다. 또한 연이어 일어나는 사고를 보면, 라이더가 이 구조의 ‘승자’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라이더도 자영업자도, 어쩌면 우리 노동시장이 품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일지 모릅니다.

기술이 우리 시대를 바꾸는 풍경에 관심이 갑니다. 일하는 우리 모두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으니까요. 지나치게 납작하지도, 그러나 안이하지도 않게, 성실하고 치밀하게 기록하겠습니다. 요즘 <시사IN>은 윤석열 정부의 새 장관 후보자들을 검증하느라 한창입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입사 1년차 주하은 기자가 출연하기도 했어요(영상 보기, 15:50부터). 권력을 감시하고, 차별과 각자도생이라는 ‘비문명’ 앞에서 연대를 말하는 것. 우리 시대 중요한 변화의 의미를 묻고 통찰을 길어 올리는 것. 독자분들이 저희에게 주신 임무라고 여기고, 계속해보겠습니다.

             2022년 4월 
전혜원 드림


🗞️ 전혜원 기자의 기사들
  • 최저임금 차등적용 하자는 고용주 단체, 취지는 어디로?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발언했는데요. 사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고용주 단체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나온 주장입니다. 이것이 정말로 필요한지, 가능한지, 다른 나라는 어떤지 따져봤습니다.
  • 한 로스쿨생 논문이 ‘독점’의 의미를 다시 묻다 1989년생 미국 최연소 연방거래위원장 리나 칸이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빅테크 기업 규제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요. 그가 로스쿨생 시절 쓴 논문이 시작이었는데요. 리나 칸의 문제의식을 들여다보고 한국에 의미하는 바를 짚은 기사입니다.
  • 백종원 현상과 자영업의 덫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에피소드마다 논란이 될 때 쓴 기사입니다. 너무 많은 자영업자들,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정치세력에게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진정으로 아프게 다뤄야 할 이슈, 한국 자영업 문제입니다.
  •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진짜 사장님일까? 한국 자영업의 큰 축이 프랜차이즈이지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스스로 리스크를 지고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와는 많이 다릅니다. 과연 이들을 ‘사장님’이라 할 수 있을까요?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을 다뤘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책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이 나오게 해준 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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