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투룸: 누구나 이방인

비하인드 투룸: 누구나 이방인
투룸으로 태교하기
글 주원 테일러


멕시코에는 ‘el bebe trae torta bajo el brazo’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아기가 샌드위치를 팔 아래 끼고 온다는 뜻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말은 새 생명이 부모와 가정에 큰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굳이 이 표현을 알지 못해도 혹은 그러한 믿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아기의 탄생 전후로 부모의 신상에 굵직한 변화가 생기는 것을 주변에서 한두 번쯤은 목격했을 것이다. 이사를 간다던지 직장을 옮긴다던지, 오랫동안 준비하던 일을 성취한다던지 말이다. 

 

투룸매거진은 나의 아기가 팔에 끼고 온 ‘샌드위치’ 중 하나다. 임신 5개월 차쯤 되었을까, 우연히 투룸매거진을 발견한 어느 오후를 기억한다. ‘나같이 해외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말이야?!’ 흥분에 혼자서 볼까지 발개졌다. 정기구독 신청과 동시에 에디터 포지션에 지원했다. 유진 편집장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시는 글들을 읽어보았어요. 우리 매거진의 방향과 잘 맞겠다는 예감이 들어 특별한 호기심이 갔어요." 좀 웃긴 비유지만 그날의 인터뷰는 예감이 좋은 소개팅 첫 만남 자리 같았다. 내가 상대에게 느끼고 있는 호감이 일방향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때의 풋풋한 설렘이 자꾸 생각나서다. 투룸매거진에 에디터 자리가 났던 타이밍도 기가 막혔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무려 20:1의 경쟁률을 뚫고 투룸 에디터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아기의 탄생 시기에 맞춰 목격되는 예비 부모, 혹은 초보 양육자들의 가시적인 삶의 변화는 사실 ‘아기의 샌드위치’처럼 어떤 운명론적인 순리라기보다는 새 생명을 향한 경이감이 만들어 내는 세계관의 전환과 한층 굳건해진 삶의 의지의 결실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있어 한 생명을 품고 잉태하기 위한 이 ‘임신’이라는 과정은 자신에게 더 충실하고 솔직해지는 법을 가슴 깊이 가르쳐 주었다. 한 여성이 엄마가 되는 데에는 숭고한 희생이 따르며 모성애란 자신을 온전히 버리고 이타적인 삶을 배우는 기회라고 하지만 나에게 ‘마더후드'는 아직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제대로 판단하는 눈을 기르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아이에게 인생을 가르쳐주고 아이가 세상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수 있을까?  매주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때마다 더욱 진득한 글쓰기를 통해 나의 생각과 마음을 분명하게 이해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올랐다. 투룸매거진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내 글을 공유하고 싶다는 용기도 함께 솟아올랐다.  

 

투룸매거진으로 태교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일같이 투룸매거진을 읽었다. 산부인과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실에서, 임신성 당뇨를 다스리기 위해 식후마다 산책하는 길 위에서, 배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져 잠이 오지 않는 긴 밤 침대 위에서. 그리고는 그 글들과 대화하듯 글을 적어 내려갔다. 투룸매거진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했다. 유진 편집장이 알아챘듯, 투룸매거진의 방향과 나의 세계관은 많은 면에서 닮아있었다. 투룸매거진을 위한 글쓰기는 나만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다져 나가는 훈련이기도 했다. ‘누구나 이방인’이라는 에세이 시리즈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출산에 가까워지면서 준비했던 8월호와 9월호에 수록된 에세이가 ‘엄마’의 정체성을 가진 여성들을 다루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8월호의 이방인 이경아 님이 홀로 두 어린아이를 데리고 간 피렌체에서 언어 강사라는 새로운 소명을 발견하게 될 정도로 언어의 아름다움에 빠졌던 경험을 고백할 때 ‘엄마’와 ‘직업인’이라는 두 정체성 간의 공생의 희망을 보았고, 9월호에서는 세계적인 작가 에이미 탄 Amy Tan과 그녀의 뮤즈였던 어머니의 이방인적인 삶, 그리고 모녀의 관계성을 조사하며 이방인인 삶을 사는 동시에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으로부터 치유받을 수 있었다. 

 

‘누구나 이방인’이 이방인의 여정을 걷고 있는 독자분들에게 휴식 같은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특정 이방인들의 사회적 성공에 초점을 맞춰 이방인의 삶을 정당화시키려 하거나, 보편적인 해외살이의 역경과 설움을 묘사해 의미 없이 감상에 젖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곧 태어날 나의 아기에게 세상을 어떻게 소개하고 안내해줄지 고민하는 그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적고 있다. 

에디터의 취향
‘엄마'를 주제로 한
‘누구나 이방인'의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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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에서의 1년이 빚어낸 투룸 라이프
두 아이와 피렌체에서 1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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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의 주인공 이경아 님의 책📖

Un Anno a Firenze 두 아이와 피렌체에서의 1년

엄마라는 이방인

전설적인 중국계 미국인 작가 Amy Tan이

글을 쓰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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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의 주인공 Amy Tan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The Joy Luck 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