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해외식문화/시티팝/단편영화/단편소설 궁금하시죠?
 
Newsletter Issue 74

4 June, 2021  1161 Subscribers
 
 
 

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큐입니다.

어디선가 주워듣고 메모해 둔 문장이 있습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 가능한 감수성과 공감력이 문명발전의 목적이다.’ 이 문장이 진실이라면, 문명 수준이 높아 질수록 개인은 존엄한 존재로서 서로를 대하게 되고 사회는 다양성을 포용하게 됩니다. 영화와 소설만큼 타인의 감정을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창구가 있을까요. 게다가 짧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래서 시작합니다. <단편극장>과 <단편서점>.

<단편극장>에서는 비디오 크리에이터 에이비가 5주에 걸쳐 5편의 단편영화를 소개합니다. <을지로도시음악>의 단편영화 버전이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할까요. <단편서점>에서는 단편소설 1편을 8주 동안 연재합니다.

다만, '뉴스레터가 너무 길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스크롤 세 번을 넘지 말자'가 나름 뉴스레터 분량이었거든요. <단편극장>과 <단편서점>만 따로 월요일에 보내드리면 좋을까요? 평일의 시작과 끝을 시즌앤워크 뉴스레터와 함께… 라는 식으로요. 아직 미결정입니다. 의견있다면 알려주세요. 고맙습니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온라인으로 즐기는 진 테이스팅 [Delhi/India]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Under The Jamaican Moon by The Milky Way
3. Novel by 단편서점
카페, 커피그림  (1/8회)
4. Movie by 단편극장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5. Event by season & work
[LIVE] season & interview '일하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시즌2
 
 
 

온라인으로 즐기는 진 테이스팅 [Delhi/India]
바로 comber
기원전부터 증류주 제조가 행해졌다는 인도에서도 수제(craft) 진 열풍이 불고 있다. 큰 뜻을 품고 탄생한 증류소들이 ‘인도산 진’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도 한다. 단지, 유통은 생산지와 근교에만 집중해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 맛볼 기회는 적은 상태다.

그래서 인도 최대의 와인&주류음료 교육기관인 <IWBS(2021년 2월 인덜지 인디아(Indulge India)로 개명)>를 운영하는 소믈리에 ‘가간 샤르마’ 씨는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록다운이 끝나자마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도 각지의 증류소를 섭외하여 11월에는 델리 수도권 지역의 미디어 관계자를 중심으로 국산 진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를 ZOOM으로 진행했다. 그 후 일반대중을 상대로 한 프로젝트 *‘#IndianGinTrail을 시작했다. 약 35mL짜리 진 샘플 7종 외에 주니퍼베리와 토닉워터(모두 인도 국산)가 행사사전에 참가자 집으로 배송된다.

인도는 풍미를 더해주는 식물과 향신료가 풍부하고 개성적인 진을 만들기 좋은 환경이다. “광대한 토지의 은혜, 증류주를 만들는 전통기술, 현지에 뿌리 내린 맛의 이해로부터 인도는 지금 최고급 생산하는 나라입니다”라고 샤르마 씨는 말했다. 향후에는 인도 국산 위스키와 양고기 테이스팅 모임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국산 진 온라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1시간 2500루피(약 38,000원. 테이스팅 키트 포함)
-월 1회 개최
콤버노트
“기획자는 닷 커넥터(Dot Connector)다”란 말이 있다. 점을 찾아 선을 잇는 사람이라 이해할 수 있는데, 팬데믹 시대를 계기로 이 점(Dots)들의 거리의 (공간)제약이 없어지고 있다. 이런 행사들이 국경을 넘어 진행될 수도 있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차는 존재하겠지만, 사실상 전 세계를 배경으로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구현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는 좋든 싫든 (물리적 기반의) ‘로컬’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Under The Jamaican Moon
by The Milky Way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앨범 이름부터 [SUMMER-TIMELOVE SONG]이다. 추적추적 비 오는 초여름 날씨에 듣기 참 좋은 smooth jazz. 여러분들은 jazz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jazz는 아주아주 어려운 단어다. 난해하고 복잡하고 자의적이고 아무튼 그냥 연주자 마음대로다.

그래서 jazz가 무엇이냐 물으면 항상 8마디 정도 즉흥연주를 한 뒤에 이게 jazz.’ 라고 할 정도로 그냥 그 느낌이자 정서다. Smooth jazz 라고 하면 이제 그 복잡시러운 jazz를 듣기 편하게 만든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팝 성향이 강하며 AOR / Easy listening 계열에 속한다.

이번에 소개한 곡이 jazz계열의 팝이다. 아주 듣기 편안하다. 몽글몽글한 기타 톤과, 신디사이저 그리고 퍼커션의 소리가 따듯하다. 열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jazz기반의 곡이다. 허스키한듯 미성의 보컬도 너무 좋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어떤 강렬한 태양 아래 해먹에 누워 듣는 느낌. 근데 이제 자메이카 태양이 아닌 달이니까 무-드를 끼얹었다~ 이 말이야~

+대중음악 가수이면서 재즈 보컬에 가까운 이소라 눈나의 1집 재즈곡 <그냥 이렇게>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허스키한듯 미성인 보컬이 바로 마츠시타 마코토다. 그리고 건반에 재즈 피아니스트 노부타 카즈오. 이 둘이 만나 'The Milky Way'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드는데, 이번에 소개한 [SUMMER-TIME LOVE SONG]이라는 앨범 단 한 장에 거의 혼을 실었다. 전곡이 그냥 다 좋다. 마츠시타 마코토는 일전에 뉴스레터에 소개한 적도 있으니 넘어가고 노부타 카즈오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49년생. 음악을 배우고 작곡가 편곡가 건반연주자로 활동하다가 79년 마츠시타 마코토와 [FIRST LIGHT]를 작업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던 아이돌 마츠다 세이코의 초기 작품을 편곡해 주었으며, 당시 제작사의 주문대로 미국 음악을 많이 따와 작업했다고 한다. TOTO라던가 Boz Scaggs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 마츠다 세이코의 <花時計咲いた(꽃시계 피었다)> 노부타 카즈오가 편곡에 참여했다.
+ 마츠시타 마코토의 명작 [FIRST LIGHT]. 이것도 노부타 카즈오가 참여해 연주도하고 노래도 했다. 

season & work
 

카페, 커피그림
1/8회

6월 29일 - 정인

아침, 정인이 카페 카운터에 섰을 때 그녀는 얇은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다. 창밖은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장마가 시작됐다고 했다. 여름의 입구에서 더위가 잠시 쉬어가는 것 같았다.

정인은 능숙하게 오픈 준비를 마쳤다. 고양이 밥을 채우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더워진 후로 한동안 아이스커피만 마셨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따뜻한 커피였다. 정인은 언제 다시 커피를 따뜻하게 즐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천천히 시간 들여 마셨다.

며칠 전, 정인은 기념일을 앞두고 남자친구 동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어린 시절 그렸던 그림들을 찾았다. 동현과 사랑을 시작했을 무렵 정인은 미대 입시를 준비하며 매일 그림을 그렸다. 동현은 정인의 모델이었다. 그때 그린 그림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남은 대부분의 그림들에는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정인은 상하지 않은 그림들을 정리해서 새 액자에 보관했다. 하지만 수가 얼마 되지 않자, 정인은 손님이 없을 때 틈틈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대를 자퇴한 이후로 오랜만에 잡아보는 연필이었다. 정인은 동현과 찍은 예전 사진을 보며 따라 그리기도 하고, 기억 속의 둘의 모습을 꺼내 그리기도 했다.

최근 며칠, 동현에게서 연락이 없어 정인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의 끝에는 동현의 바쁜 목소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정인은 미안해졌다. 동현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정인은 ‘바빠?’라고 물어보려 했지만 바보 같은 질문인 것 같아서 서둘러 다른 질문을 생각해내려 했다. 그사이 수화기 사이로 동현 주변의 어지러운 소음이 들렸다. 정인이 머뭇거리는 동안 동현은 “나중에 연락해, 급한 거면 문자하고.” 라고 말하며 끊었다. 정인은 동현과 11년을 만났지만, 그가 말한 ‘나중’이 언제고, ‘급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동현이 말한 ‘나중’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 찾아왔다. 동현은 아무렇지 않게 전화해서 아무렇지 않게 ‘잘 지냈어?’라고 말했다. 정인은 잘 지냈다고 답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동현은 뜸들이며 말을 시작했다.

 “우리... 이번 여름휴가 있잖아...” 
 “응.”
 “같이 못 갈 것 같은데 어쩌지. 이번에 부모님이 요즘 얼굴 못 봤다고, 같이 보내자고 하셨거든... 또 우리 결혼하면 앞으로 부모님이랑 같이 가기 힘드니깐... 괜찮아?”
 “응, 괜찮아.”
 정인은 습관처럼 말했다.

비가 그친 저녁, 햇살이 카페의 창을 통해 들어왔다. 고양이는 창가에 올라가 몸을 웅크린 채 늦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정인의 손에는 얼음을 채운 차가운 커피가 들려있었다. 햇살이 카페 바닥부터 올라와 벽에 새로 걸린 그림들을 비출 때,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날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1회 끝. 2회 계속)

최현승

+작가소개 :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감독 정가영
출연 정가영, 전은지, 조인성
러닝타임 19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에이비의 감상 노트
단편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즐기는 부분은 이야기의 시작이다. 짧기 때문에 때로는 이야기 흐름의 중간부터 시작될 때도 있고, 때로는 결론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때도 있다. 어떻게 사건을 시작하는지는 단편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이고 장편영화에서 즐길 수 없는 색다른 맛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목에서 모티브를 따온 정가영 감독의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는 제목부터 관심이 끌린다. 이 제목에 관심을 보인 순간부터 여러분은 이미 이 영화에 들어온 것이다!

영화는 정가영 감독이 새로운 작품의 배역 캐스팅 고민을 전화로 친구에게 털어놓으면서 시작된다. 실제로 충분히 있을 법한, 지금도 감독인 그녀가 하고 있을 법한 행동이다. 그리고 그녀는 황당한 소리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들의 궁금증을 폭발시키는 한 마디를 한다.

조인성이랑 영화를 찍고 싶어

영화를 보면서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조인성의 등장 유무에 따른 것이 아니다. 조인성 대신 내가 선망하는, 동경하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대입하여 달콤한 상상에 취하게 만드는 조건이 나를 설레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느낀 이 영화의 메세지는 굉장히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앞서 원래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언뜻 보면 의문문처럼 보이지만, '…'이라는 코멘트를 통해 권유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처럼 정가영 감독의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도 마찬가지다(이미 감독은 제목에서부터 여러분에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좋아한다면 밀어붙이면 된다. 그러면 여러분도 여러분의 조인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그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영화 연출을 맡은 정가영 감독은 1990년 생으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면서 실체와 허구의 벽을 허무는 연출을 좋아한다. 기막힌 연출 못지 않게 연기도 잘한다. 2019년에 개봉한 <하트>라는 작품도 추천한다. 이 작품 역시 본인이 연출하고 본인이 주연인, 북치고 장구치는! 기막히고 재밌는 정가영 월드가 펼쳐져 있다. 여러분은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에이비
 
 

[LIVE] season & interview
"일하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season02 : 을지로 도심제조업(5명)
#05 오병진 (서울자원 대표)

일시  3월 4일(목),  19:30-21:00
가격  무료
문의  인스타그램DM or 양에게 연락
*010-7164-6749(양)
 
 
 
FEEDBACK : 이번 뉴스레터는
제철과일 season & work
heavyfeather.docu@gmail.com
서울시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 5층 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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