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김연수 #일곱해의마지막

[주말에 뭐 읽지]  2021-06-17 #61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세 번 읽으면 누구나 사랑하게 된다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펴냄

김연수 작가의 오랜 팬이다. 그의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단박에 단행본을 손에 쥐었다. 기다린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분량이 아쉬웠다. 헛헛한 마음에 작가의 인터뷰를 뒤적였다. 그는 “그동안 감히 말하지 못했지만 내 책을 세 번 읽어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라고 말했다. 세 번을 읽으면 누구나 텍스트를 사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허전함을 채우는 비기를 어쩌다 알게 된 것 같았다.

이 책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백석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기행(백석 본명)’이 한국전쟁 후 북에서 겪은 7년의 이야기다. 1912년에 태어나 젊은 시절 인생의 역작을 남겼고, 1960년대 이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1996년까지 살았던 사람. 어느덧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와 같은 문장을 읊을 수도 쓸 수도 없는 현실에 기행은 부닥쳤다. 체제와 이념 속에 삶의 디테일은 사라졌고 반짝이는 순간은 희미해졌다. 이런 기행의 인생 궤적을 좇다 보면 절로 우울해진다.

그런데 삶이란 마라톤은 한번 시작하면 울며 뛰어가든, 가다 서다를 반복하든, 천천히 걷든, 가긴 가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우리는 감히 어떤 삶을 실패냐 성공이냐고 말할 수 없는 거니까. ‘눈 밝은 후대의 작가가 발굴하고 재구성한 기행의 삶을 그저 살펴보는 것이 인생’이란 생각이 책장을 덮을 즈음 들게 된다.

어쩌다 2021년 〈시사IN〉 공채를 담당하게 되었고, 이 소설을 떠올리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여자 주인공 옥심이 증언하는 ‘웅웅거리는 소리에 대한 기억’과 ‘작가의 말’이 특히 그랬다. 작가의 말만 옮겨보면 이렇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그 모든 이야기를 응원한다.


김은지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남성됨과 정치
웬디 브라운 지음, 황미요조 옮김, 
나무연필 펴냄

“충돌과 투쟁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연다.”

1979년 당시 프린스턴 대학 정치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여성은 셋뿐이었다. 여성 입학을 허용하는 정도의 ‘관용’을 베푼 결과였다. 저자는 정치학의 질문, 역사, 도발과 복잡성을 사랑했지만 어떤 지점에 다다르면 ‘남성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는 한계를 깨닫는다. 정치학에서 젠더는 미개척 분야였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손에 든 것을 가지고 정치학의 토양을 뒤엎어 젠더가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추적해나간 결과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베버를 호출해 이들이 어떤 의도와 방식으로 세계를 구축하려 했는지 살펴본다. 페미니즘이 여성에 대한 배제와 거부를 드러내는 일에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 결과물이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영순 지음, 학고재 펴냄

“한국 복지국가 발전에 개입해온 핵심적 행위자는 누구이고, 복지국가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한국의 GDP 대비 복지지출은 1990년 3.1%에서 2019년 12.2%로 크게 증가했다.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질적 결함이 있다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복지 프로그램이 외형상으로 확대된 것 또한 분명하다.
복지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재분배 체계’다. 누가 어떻게 돈을 내서 재원을 마련할지, 그 재원은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지 사회 구성원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정의관을 가지고 다투게 된다. 이 다툼의 과정이 복지 정치이고, 그 결과가 복지정책을 결정한다.
지은이는 이런 정치적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을 조망한다. 주요 복지 프로그램의 도입과 개혁 과정에서 나타난 복지 정치를 문헌조사 등을 통해 분석했다.
 

K를 생각한다
임명묵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90년대생은 왜 그토록 투쟁적인 세대가 되었나.”

제목의 ‘K’는, K-방역, K-팝, K-드라마 등의 용어에 나오는 그 K다. 바로 대한민국. 한국인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대한민국은 서구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한국인들은 이런 성과에 대해 자랑스러우면서도 얼떨떨해하고 어떤 경우엔 한국에 대해 감탄하는 외국인들의 영상을 만들어 퍼나르며 자신을 확인한다. 저자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90년대생’ ‘K-방역’ ‘민족주의와 다문화’ ‘386’ ‘입시 및 교육 시스템’ 등을 통해 이런 현상과 열풍의 근원을 파헤친다. 전 지구적인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류 속에서 한국인들이 왜 ‘K’에 그토록 열광하는지 분석하며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현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지음, 어크로스 펴냄

“관계의 밀도가 영원히 동일하지 않다고 해서 기억들이 휘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명이 있는 모든 것에서 관계도 예외일 수 없는 걸까. 한때 각별히 다정했던 사람이지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짐작하는 순간이 온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그때의 나도 그때의 당신도 아니어서, 오늘 우리는 그저 다른 길을 걷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눠 가진 기억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은 내가 지나온 한 시절을 추억하는 가장 보드라운 방법이다. 저자는 완벽한 실천 대신 부족하지만 서투르게 세상과 연대해온 자신의 일상을 기꺼이 꺼내 보인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이나 공동체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은 어떻게 확인하고 연결될 수 있을까. 타인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기꺼이 겹쳐보려는 마음, 그 온기가 ‘좋은 삶’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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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방에서 만난 사람

가끔 무슨 책을 찾는지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헌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권했던 한 권의 책을 찾는다는 K씨가 그랬다. 책 제목도, 내용도, 출판사도 모르는 K씨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이 책에 나오는 '얀'이라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얀'이 개인지, 고양이인지, 사람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  윤성근('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얀'이라는 단서로 탐정처럼 책 찾기 전체 글 보기 >>

읽는 당신×북클럽이 끝났습니다. 100일간의 대장정도 끝이 났네요.
‘<시사IN> 독자들이 동네책방에 모여 100일간 같은 책을 읽는다’라는 상상이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었는지, 돌이켜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팬데믹 시대가 안겨준 선물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 같으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책모임을 한다는 게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을테니까요.
 
100일간 세 권의 책을 함께 읽어낸 독자들은 부쩍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개중에는 공정-가난-불평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주제를 토론하며 사유가 깊어졌다는 분도 계셨고요,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일 없었을 것 같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며 자신이 갇혀 있던 세계를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가하면 지금 사는 동네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북클럽을 통해 교류하는 동네책방이 생기면서 평소 퇴근 후 잠 자고 가는 곳 정도로 여겼던 동네에 마음 둘 데가 생겼다면서요.
 
물론 아쉽거나 불편한 점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래도 “세 번을 읽으면 누구나 텍스트를 사랑하게 된다”는 김연수 작가의 말을 살짝 비틀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세 번을 들르면 누구나 그 장소를 사랑하게 된다”고요. 읽는 당신×북클럽 시즌2가 가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인연을 맺게 된 동네책방을 언제든, 자주 들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즐겨찾는 동네서점지도 사이트에 가니 서울지역 독립서점 20곳에서 열리는 ‘6월의 우리동네 책방배움터’ 공지가 올라있던데요. 아직 단골책방이 없는 분이라면 이런 정보를 참조해 내 취향에 맞는 동네책방을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다른 지역 정보도 book@sisain.kr로 보내주시면 공유하겠습니다).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독자중에는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분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분들께는 북클럽 참여 독자가 남긴 메시지를 대신 전해드릴까 합니다. “지역 내에 오래오래 남아있어 주세요. 동네책방 모두 번창하시길 바래요💔”


덕분에 다음 읽을 책 목록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깊어진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꾸준히 한 권씩 읽어볼게요!!🙏"
"서점에서 그냥 지나치던 책들이 이렇게 설명과 같이 보니 보고싶은 책으로 다가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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