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우리가 재미없어 했던 체르니가 바로 연습곡이었어요. 쇼팽 연습곡이 나오기 전에는 연습곡 분위기가 체르니와 비슷했죠. 정직하게 연습하기 위한 곡. 비슷한 패턴을 훈련하기 위한 곡. 자, 하얀 도화지에 자를 이용하여 가로, 세로 각각 5cm 길이의 정사각형을 그린다고 생각해봅니다. 자를 대고 반듯하게 그리세요. 자 없이 반듯하게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세요. 하지만 색으로 칠하고 꾸미는 것은 곤란합니다. 어때요? 계속 같은 패턴을 연습하는 기술이 연마됐나요? 이제 눈 감고도 정사각형을 그릴 수 있나요? 극단적인 예시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기존의 연습곡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쇼팽 이후로 연습곡에 대한 개념의 분위기가 달라져요. 쇼팽은 연주자들이 단순히 테크닉적인 것만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것도 표현하길 바랐죠. 19세기 당시에 피아노는 부르주아 계층뿐만이 아니라 점점 대중화되는 악기로 보급되고 있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당시에 새로운 장르의 피아노 작품들이 나오기도 하였죠. 그러다 보니 쇼팽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을 원했어요. 그 결과 그는 ‘진부하게 연습만 해야 하는 연습곡’을 아예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든 것이죠. 뭐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자, 그럼 이쯤에서 다시 하얀 도화지를 가져옵시다. 아까랑 같이 가로, 세로 5cm 길이의 정사각형을 그려보세요. 대신에 이번에는 조금 더 자유로운 조건을 줄게요. 색칠하거나 꾸며도 됩니다. 여러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맘껏 펼치며 예술의 혼을 담아 표현해주세요. 자, 어떤가요? 처음에 그렸던 단순한 정사각형이 알록달록해졌죠? 이게 바로 쇼팽 이후의 연습곡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쇼팽의 연습곡은 그전까지의 연습곡과는 차원이 다를뿐더러 완성도 면에서도,  예술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죠. 그리고 이후에 다른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는데 대표적인 예로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E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이 있어요.

  이 작품의 특징을 잠시 살펴보자면 리듬은 같은 패턴을 유지한 채로 옥타브를 이용하여 선율을 만들며 음악이 진행됩니다. 그러면서 왼손 반주와 오른손 선율에 스타카토를 넣어주면서 음악 분위기를 더 가볍게 만들어주죠. 이 작품은 1분도 되지 않은 짧은 곡에서 예술적 표현과 반복적인 테크닉 등까지 익힐 수 있어요. 사실 음악에서 같은 패턴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자칫하면 지루함을 줄 수도 있어요. 그러나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명에 맞게 이 어려운 것을 쇼팽이 해냅니다.

  스타카토는 음을 하나씩 아주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주어진 음의 길이에 반절(1/2)만 연주하는 것을 뜻하죠. 짧게 끊어진다고 하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상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람마다 각자 경험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것보다 조금 더 와닿는 표현이 뭐가 있을까요. 흠... 다들 말하는 로봇을 떠올려보세요. 핸드폰에 ‘시리’ 목소리를 떠올리거나 구글 번역기에서 한국말로 말해주는 음성지원 기계를 생각해보세요. 그분들이 그 상태에서 조금 더 짧게 음절을 읽는다고 상상해보세요. 그것이 스타카토를 표현한 것이랍니다. “안! 녕! 하! 세! 요! 이! 상! 루! 바! 토! 였! 습! 니!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