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3: 더, 잘, 같이 안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논의가 더 필요할까?

더 안전한 공동체를 위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의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우리 동네를 중심으로 촘촘한 생활권 안전망을 짜려면, 섹션2에서 소개한 것처럼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거나 소녀돌봄약국으로 활약하는 약국들처럼 기존의 생활 공간들이 새로운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더 중요할 거예요.
이는 사실 자원봉사의 영역을 필두로 이야기해 볼 수 있겠는데요. 자원봉사이음의 박윤애 대표는 자원봉사라는 행위에 자원봉사자 스스로에 대한 심리 방역 효과 또한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원봉사를 위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고,
내 마음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다
나 자신과, 내 이웃과, 사회와, 생태계와 새로운 관계 맺기

보통 자원봉사를 두고 특별한 역량이 있는 사람이 시간을 특별히 많이 내서 희생해야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실제로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요. 이번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시민 하나하나가 방역의 주체였던 것처럼요. 이처럼 개개인이 마스크 잘 쓰고 소독 잘하고 나의 방역을 먼저 책임지는 것부터가 자원봉사의 기초일 것입니다. 자원봉사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더 나아가 내 이웃에까지 관심을 가져본다면 심리 방역에도 도움이 된다죠.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65만여 명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는데, 위기 상황에서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었다, 내 이웃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감각이 자기 심리의 방역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죠. 실제로 박윤애 대표는 자원봉사가 관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경험은 나 자신과의 관계를 다지고, 이웃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밑바탕이 될 거니까요. 또한 인간의 욕심으로 이 상황이 발생한 것을 깨달았으니, 생태계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위기에 빛난 자원봉사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의 실현을 체계화하는 정부

착한 선결제 운동, 착한 임대인 운동, 마스크 만들기 운동 등등.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된 직후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운동들이었습니다. 4월 이후에야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받아들여 조직화했고요. 국민들이 유연성 있는 사고로 끊임없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들이 행정에 받아들여지면서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라이프라인코리아의 김동훈 대표는 가장 인상적인 사례로, 부산의 소주 회사인 대선주조에서 알콜을 활용해 소독제를 만든 것을 꼽았습니다. 처음에는 (주류회사에서 일반 상품인 소독제를 판매하려니) 세금 문제가 있었는데, 국세청에서 이례적으로 1달 걸리는 사안을 3일만에 통과시켜다고 해요. 이 사례를 보고 창원 무학소주가, 그 다음에는 제주도 제주소주와 한라소주가, 지금은 주류업체 전체가 뛰어들었습니다. 덕분에 마스크와 달리 소독제나 손 세정제는 품귀 현상이 빨리 해결됐죠.  
🌱실시간 의견
"자원봉사, 주민 참여 좋은 말이지만 실제로 실천하긴 어려워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하시나요? 선의에만 기대야 할까요? 보상 같은 건 없고 희생해야만 미담인가요? "   
금전적인 보상이 참여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자원봉사라는 말이 좋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만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다른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요. 박윤애 대표는 자원봉사의 원칙에 '무보수성'이 왜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봉사에 수고비가 지급되는 순간, 자원봉사자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요. 

이에 대해 절충안으로 전 세계 40~50개국에서 약간의 비용을 지급하면서 자원봉사 참여를 촉진하는 '국가봉사단'을 소개했습니다.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도 자원이 없어서 못하는 사람들, 당장 참여하고 싶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용돈을 지급하면서 국가 재난 상황이나 국가적인 위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입니다. 뉴딜정책이 그 한 사례입니다. 청년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게 한 뒤에 장학금조로 비용을 지급하여 상급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돕고, 경력으로도 인정해 주었고요. 어르신들도 국가봉사단이 있다면 마음놓고 봉사에 참여하실 수 있으실 텐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못했다고 해요.

자원봉사가 다양한 양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금전적 보상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할

자원봉사에 대한 금전적 보상과 관련해서,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며 관련된 논의들이 진행될 조짐이 실제로 있습니다. 김동훈 대표는 그 사례로 이번 공적 마스크 판매를 들었는데요. 약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판매했는데 1인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니 자원봉사자들이 그 판매를 도왔습니다. 마스크 공장의 생산을 자원봉사로 도운 사례도 있었고요. 약국과 마스크 공장 모두 상업시설인데, 상업시설에서 자원봉사가 이뤄진 전례는 없었다고 합니다. 대구에 자원해서 간 3000여 명의 의료진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금전적인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상을 해주었고요.
그러니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금전적 보상을 논의하자는 흐름도 있고, 자기 생계와 관련된 역량으로 봉사하는 경우에 수입이 줄어드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재난 대응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재난 코디네이터가 되어서, 평소에는 생업을 하다가 재난이 터지면 해당 지역에 가서 봉사를 하기도 하니까요. 이처럼 생계를 그만두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경우에 대해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노동력뿐 아니라 각자 지닌 전문성과 재능으로도 봉사할 수 있다

동네형들의 박도빈 공동대표는 본인과, 본인이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사례를 소개해 주었어요. 해외 자원봉사를 오랫동안 하면서, 또 국제근로단체를 통해 한국에 온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기획하고 교육하면서 느낀 것은, 해외의 경우 자원봉사에 있어 자원활동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자원봉사와 자원활동을 구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난 상황에서는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자원활동은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봉사한다는 개념을 넘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여러 가지 활동에 자기 전문성을 활용하여 참여하는 개념이에요. 반드시 무보수는 아니고요. 여러 문화·예술 축제나 큰 행사에서 서포터즈, 기획단 명목으로 자원활동가들을 모집하죠. 이때 자원활동가들은 자발적으로 일하기를 바라며 참여하는 사람들이니, 정당한 비용을 받고 일하는 스탭들과 임무와 역할을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자원봉사와 자원활동, 자원활동가의 일과 무급 스탭의 일의 경계를 설정하고,
자원봉사자들이 금전적 보수 이상의 성취를 얻으려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때

이런 애매모호한 경계를 이해하고 설정하는 것은 사실 행정에서 해 주면 좋겠죠. 이에 대해 박윤애 대표는 자원활동이라는 이름 아래 경력을 쌓게 해 준다는 구실로 유급 스탭이 해야 할 일을 시키면 무보수로 착취하는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참여하다 보면, 돈 받고 해야 할 일을 자원봉사로 하는 건 아닌지 당사자들이 다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할 때에는 이 업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고, 그들이 보람을 위해 참여하는 만큼 인정해주고 자존감을 챙겨줘야 할 것입니다.
무급이지만 관리가 필요한 만큼, 자원봉사자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전문 인력이 굉장히 시급합니다. 사실 자원봉사란 굉장히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행정에서 가볍게 생각해서 큰 문제가 많이 일어났거든요. 실례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자원봉사하러 왔던 대학생들이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 현장을 잘 이해하고 전문성을 띠는 자원봉사자들이 쉽게 얻어질 수 없기 때문에, 훈련받은 분들이 자원봉사센터나 단체에 더 많아지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실시간 의견 
"사회적으로도 봉사동아리 경연대회 등 봉사하는 문화를 만들면 (힘들고 희생하는 인식개선) 좀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자원봉사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않은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일 수 있겠는데요. 박도빈 공동대표는 청년들이 어렸을 때의 자원봉사 경험이 실제로 즐겁지 않았다고들 입을 모은다고 소개합니다. 자원봉사 시수 채우기 위해서 공공기관에서 서류 작업 같은 것들을 하니까요. 때문에 자원 활동이 어떤 가치나 의미가 있는 활동이며, 내 삶의 일부를 나눔으로써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충분히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재난상황에서만이 하는 일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소소하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자원 활동이 많아진다면 가능한 일일 테고요.

박윤애 대표에 의하면 청년들에게 자원봉사에 대한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든 원흉, 자원봉사 시간 인정 프레임 체계을 폐지해야 한다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전합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자원봉사를 점수를 따는 것, 시간을 채우는 것으로 만들어버려서, 청소년들 사이에 자원봉사가 잘못 인식되게 만든 주범이라면서요. 더군다나 요즘에는 집에서 마스크를 만들거나 sns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처럼 재택 자원봉사, 온라인 자원봉사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런 건 아직 교육청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죠. 일상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으려면 시간으로 가늠하는 제도 또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 활동이 사회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등등, 새로운 기준은 다양할 것입니다. 

가치 있는 활동,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을 믿고,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완해야 자원봉사자들이 제고하고픈 가치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할 때입니다. 재택 근무, 공공업무의 온라인화 등 그동안 도입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코로나19 덕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처럼, 우리 삶이 바뀌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자원봉사의 개념 또한 새로이 바꾸자는 것이 박윤애 대표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안전, 재난 상황을 더 빠르게 돌파할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면서요.

개인의 선의를 조직화하기 위해 행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안현정 여주시 주무관은 행정의 더 큰 노력을 다짐했습니다. 자원봉사를 이야기할 때에 '가치'를 강조하다 보면 자원봉사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요. 개인의 도덕성, 양심, 애국심처럼 뭔가 좋은 가치에 기대는 것보다는, 오히려 개인의 일상적인 행동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선행이 될 수 있도록 행정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맞겠다면서요. 일례로 미국의 한 주에서는 개인이 동네의 안전 문제에 대해 직접 제보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sns에 투덜거리는 포스트를 올리는 것을 모니터링한다면서요. 박윤애 대표 역시 이에 동의했습니다. 나는 내 일을 했을 뿐인데, 남을 돕는 일이 되고 사회 안전망이 더 촘촘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행정과 전문가들의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