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계에 부는 ‘이유 있는’ 녹색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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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16. 오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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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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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독 바이에른 주의회 제2당에, 벨기에·룩셈부르크서도 선전
ㆍ기성정당들 난민 해법 두고 내부 갈등 노출에 반사이익도



최근 유럽 각국 선거에서 녹색당이 약진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바이에른주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녹색당이 득표율 17.5%를 기록해 38석을 차지했다. 지난 선거인 5년 전 8.6%(18석)보다 2배가량 높아졌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연방정부의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까지 누르며 주의회 제2당 자리를 꿰찼다.

같은 날 치러진 벨기에 브뤼셀 구역 지방선거에서는 생태-녹색당(16.8%)이 사회주의자당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지난 선거에서는 득표율 3위(12.4%)로 브뤼셀 19개 구역 중 한 곳에서만 시장을 배출했지만 이번에는 4명이 당선됐다. 이날 룩셈부르크 총선에서 녹색당은 득표율 4위에 그쳤지만 5년 전(10.1%) 총선보다 5%포인트 오른 15.1%를 얻었다. 전체 정당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생태주의를 바탕으로 이민자 포용, 유럽연합(EU) 통합 노선을 일관되게 유지해 온 녹색당이 전통적인 진보층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색당은 68혁명 당시 대학생이었던 중장년 엘리트 계층을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이제 반자본주의 구호는 접었지만 환경·인권 문제 등에서는 여전히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여름 유럽 전역을 강타한 이상고온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과 산불이 빈발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높아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녹색당의 선전이 기성 정당들에 실망한 표심을 흡수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성 정당들이 난민 위기 해법, 경제 양극화 등 현안을 해결하기는커녕 좌·우파 모두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노출하는 것에 반감이 컸다는 것이다.

일례로 독일 기독사회연합(CSU)은 메르켈 총리 소속 정당인 기독민주연합(CDU)의 바이에른지역 자매정당으로 같은 우파지만 다른 목소리를 냈다. CSU는 극우 반이민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표를 끌어오기 위해 포용노선인 메르켈 총리와 달리 바이에른 주정부의 독자적인 국경통제까지 주장했다. CSU가 1위를 차지했지만 득표율(37.2%)은 역대 최저였다.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 위기를 확대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AfD는 처음으로 바이에른주의회에 입성했다.

유럽의회 내 친환경 정당 블록 동맹90·녹색당 대표 안톤 호프라이터는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 기성 정당들의 무기력한 행태를 비판하면서 “우리는 다른 당들의 약점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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