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하는 사람들

김지우
TWC 대표·파도살롱 운영 
TWC는 강원도 기반 로컬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창업자·활동가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그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TWC 스스로도 기획자가 되어 강원도의 지역 자원을 이용한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8년 1월에 강릉에 도착한 TWC에는 현재 총 12명의 구성원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그중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강원도에 연고가 없는,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한다고 하면 굉장히 특이한 사람들로 보이겠지만, 저도 그렇고 저와 일하는 사람들 모두 평범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평범한 저희가 어쩌다 남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다양한 형태의 삶이 용납되는 때, 지역에서의 삶
우리나라는 그간 국가주의 방식의 성장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는 특정 산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사람, 인프라, 자원, 자본은 모두 서울에 모일 수밖에 없었죠. 그로 인해 지역에는 많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자리도 부족하고, 자원도 없고, 문화 인프라도 부족하고... 이처럼 지역이 직면한 문제들을 지역 내에서 해결하면 어떨까, 그런 문제의식에서 TWC가 강릉으로 향한 것입니다. 
삶의 다양성이 증가한 것도 저희가 이주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이제껏 탑바텀(top-bottom)식 국가 주도 성장을 하며 다양성을 경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이 널리 퍼져 있죠. 과거에는 모두가 경제 성장을 목표로 달렸지만, 이제는 개인의 삶의 질이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된 흐름 덕에 저도 강릉 이주를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왜 우리는 '로컬'로 향했을까
TWC가 강릉으로 왔듯이 '로컬' 지향이 트렌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요. 그렇다면 '로컬'이 왜 주목받고 있을까요?
'로컬', '지역'이 어떤 키워드와 연계되는지 살폈더니, '퇴사' '취향' '레트로' '이주'와 연관되더라고요. 이전보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중에 지역에서 자기의 일을 도모하려는 사람도 생긴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는 지역으로 떠난다면 귀농, 귀촌의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주하는 사람을 보면 이런 도시에서 살아 보고 싶다, 취미였던 무언가를 내 삶에서 더 큰 부분으로 삼고 싶다, 지역의 자원이나 라이프스타일에서 비즈니스 기회로 찾고 싶다 등등, 다양한 욕구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입니다.

지역에서 새로운 변화와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것
제가 3년간 강릉에서 지내면서 느낀, '로컬 지향'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려 합니다.
첫째. 인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지역에서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형태라 여겨집니다. 실제 사회 구조적으로도 그러하고요. 그래서 지역으로 오는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있더라고요. 지역에서 와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이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둘째, 공공·정책적인 부분의 문제입니다. 지역에서는 공공과 민간이 맥락을 공유하는 일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정책이 민간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시장에 있는 사람, 회사, 개인, 활동가와 공공에서 정책을 만들거나 실행하는 행정이 비슷한 수준의 맥락을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정책도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셋째, 사람의 문제입니다. TWC가 강릉에 있다 보니 채용 공고를 올리면 많아야 3명 지원합니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더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때문에 이곳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경력에 보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단 민간 회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역에서의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에도 사람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부에서 왔다가 가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거죠. 이를 정책이 보조할 수 있도록 아웃풋 중심으로 사고하는 조직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중간 지원 단체나 공공을 보면 얼마의 예산을 투입했는지, 인풋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떤 변화, 성과, 결과를 일궜다고 말할 수 있는 아웃풋 중심의 정책이 더 많아지면, 지역에 사람을 남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실시간 질문 지역이라는 위치적 특성상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에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할 텐데 말이에요. 지역에서 인적 자원을 어떻게 만나고, 공동체로 어떻게 끌어들이시나요?
발제자 답변   채용 공고를 내면 굉장히 소수의 인원만 지원을 하는데, 그 소수의 지원자들은 기존에 저희 회사를 알고 있거나 저희와 관계를 맺고 있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다른 지역에서 강릉으로 이주해 오면서 입사를 지원한 거죠. TWC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인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꾸리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회사관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저희에게는 개인을 존중하는 업무 환경이 당연하다 보니 조직 문화를 서로 맞춰 나갈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