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37호

부산 동구 범일동에 위치한 이중섭 거리

안녕하세요, sun편집자입니다😎


지난주에는 매서운 바람에 귀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거짓말처럼 날씨가 따뜻해졌습니다. 그래도 출근길에는 따듯한 전기매트의 품이 그립습니다. 지금보다 더 추운 날씨, 시멘트 바닥에 겨우 가마니 한 장 깔고 잠을 청하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70여 년 전 625 전쟁을 피해 부산에 도착한 피란민들입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못 할 고통인데요 이들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화가 이중섭도 있었습니다.

이중섭은 1950년 12월 9일 북한 원산에서 부산으로 기항해 지금의 부산 남구 우암동에 있었던 적기 피란민 수용소에 들어갔습니다당시 수용소는 피란민 4~5명이 얼어 죽었을 정도로 매우 추웠다고 합니다식량도 넉넉지 못했고요이중섭은 아내 마사코(이남덕), 두 아들과 함께 1951년 1월 중순 따뜻할 것 같은 제주도로 떠납니다그곳에서 우리가 아는 수많은 작품을 그렸습니다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중섭 박물관도 제주도에 있지요하지만 이중섭 가족은 1951년 12월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제주도에서도 가난한 생활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이중섭은 제주도에서 11개월 정도를 보냈습니다. 부산에서는 2년여를 머물렀고요. 이중섭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던 저는 제주도보다 부산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놀랐답니다. 또, 이중섭이 1956년 9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남한에서 가장 오랜 머무른 도시가 부산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중섭이 범일동에 살았던 1952년에 그린 <범일동 풍경>

이중섭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와 부산이 깊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부산은 이중섭에게 피란민이라는 꼬리표와 예술의 자유를 주었습니다이중섭은 부산항에서 가족을 일본으로 떠나보냈고중구 광복동에 자리 잡고 있던 다방가에서 은지화를 그렸습니다. 1953년 부산역전대화재로 많이 남아 있진 않으나 부산 여기저기를 흘러 다니며 수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부산 동구 범일동의 이중섭 거리는 이중섭이 <범일동 풍경>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이곳의 벽과 난간에는 이중섭의 그림과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범일동 풍경이 한눈에 보이니 날씨 좋은 날 방문한다면 시원한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산에서 찾아보는 이중섭 흔적>은 이중섭의 발자취를 좇아 부산에서의 그를 재구성합니다저는 이 책을 편집하며 이중섭이 그림을 그린 곳머무른 곳동료 화가들과 얘기한 곳을 서성였습니다그리고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선연하게 느꼈습니다무엇이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게 했을까요순수한 열정에서 느껴지는 절박함이 이중섭이라는 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독자 여러분도 이 책이 그리는 이중섭과 피란 수도 부산을 만나길 바랍니다.

<부산에서 찾아보는 이중섭 흔적>


이중섭의 삶이 바뀐 1950년 12월 9일,

흩어진 조각을 이어붙여 부산에서의 삶을 복구하다 


피란민으로서 이중섭은 어떤 생활을 했을까. 화가로서 부산 어디서 무엇을 그렸을까. 가장으로서 생계는 어떻게 유지했을까. <부산에서 찾아보는 이중섭 흔적>은 책과 회고담, 기사를 이어 붙여 부산에서의 이중섭을 재구성했다. 또 그의 그림을 통해 당시 피란민들의 고달픈 삶과 피란 수도 부산을 읽어 낸다.


이중섭이 자주 다녔던 루트를 짐작해 보면 하나는 앞에 이야기했던 1부두-옛 부산역-40계단-대청동, 영주동-광복동-남포동으로 이어지는 경로이다. 또 다른 하나는 범내골-박고석의 동천 아틀리에-문현동 판잣집으로 이어지는 경로이다.
6‧25 전쟁기 부산에는 피란민들이 넘쳐났고 이중섭도 피란민이었다. 이중섭에게서 가족을 잃고 삶의 뿌리를 뽑히고 거리를 배회하는 음울한 피란민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1950년대 초 부산의 풍경을 그린다면 이중섭도 빼놓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중섭과 부산의 인연을 강조하지 않아도 다른 피란민들 틈에 섞여 앉아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중섭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_<부산에서 찾아보는 이중섭 흔적> 중에서
편집자의 쪽지📝 
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초록이 다녀온 곳_부산사직실내체육관

여러분농구 좋아하세요?
농구에 큰 관심이 없던 저는 작년 초 영화 <슬램덩크>를 보고 만화책을 찾아 읽게 되면서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가을, 부산에 프로농구팀이 생겼죠. 바로 KCC 이지스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겨 온 것입니다! 초등학생 이후로 농구 직관을 가본 적 없던 저는 요즘 사직실내체육관으로 직관 가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비록 제가 갈 때마다 지지만) 직접 경기를 보니 TV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박진감이 있더라고요! 현란한 드리블과 패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지는 속공 상황, 저절로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 3점 슛까지. 경기 사이사이 들려오는 <부산 갈매기>와 부산 사투리를 사용한 응원도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어요ㅎㅎ
농구 시즌은 3월까지 계속되니 남은 겨울, 따뜻한 실내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싶으신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이지스의 다음 홈경기 일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uk이 다녀온 곳_해운대 동백섬

본격적으로 부산 시민이 된 지 어언 3년. 저는 광안리와 멀지 않은 수영역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자취방에서 버스로 30분이면 가는 위의 사진 속 장소, 해운대 동백섬을 저는 서울서 부산으로 여행 온 지인과 함께 처음으로 가보았습니다. 1999년 부산시 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에는 삼각형 모양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 시민들이 제법 많이 보였습니다. 아직 꽃봉오리가 활짝 열리지 않은 동백꽃 앞에서 사진도 찍고, 아래로 내려가면 보이는 해운대해수욕장과 푸른 바다를 보며 물멍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불긴했지만, 따스한 해를 맞으며 광합성을 하니 컴퓨터 앞에 하루 종일 앉아 굳었던 몸이 조금은 녹는 기분이었어습니다.
부산의 관광지를 거닐다 보면, 도심 곳곳에 위치한 트레킹 코스, 갈맷길 표지판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백섬에도 물론 있었고요. 앞으로 저는 부산의 도보꾼 박창희 교수의 <걷기의 기쁨>과 함께 갈맷길을 걸어볼까 합니다.

이달의 산지니는
1 슬픈 경계에 놓인 연변 사람들의 삶 |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북토크
박태일: 우리나라 초창기 시집들은 20~30편이 실려 있다. 그러다가 80년대에 들어서 시집 한 권에 50~60편이 실리기 시작했고 일종의 문학적 관행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는 70~80편이 한 권으로 묶인다. 나는 이 버릇, 문학적 관행을 깨고 싶었다. 

1930년대 초반, 만주를 침략하고 그곳을 병참기지로 삼기 위해 일본은 우리 농민들을 그곳으로 들여왔다. 그리고 주로 콩, 옥수수 농사만 했던 땅을 벼농사가 가능한 땅으로 개척하도록 했다. 그 사람들이 대를 이어 지금까지 겨레를 이루어 살고 있다. 이 역사는 우리의 근대사와 바로 맞물려 있다. 연변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라는 인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목요일(1월 25일) 일곱 번째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를 출간한 박태일 시인(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박태일 시인은 중국과의 수교도 이루어지기 전인 1991년부터 지역문학 연구를 위해 중국 연변 땅을 밟았습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20여 년의 세월 동안 연변 땅과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써내려온 시들의 모음입니다. 백편 하고도 한 편의 시가 이번 시집에 실렸습니다. 
오롯이 연변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했던 한 시간은 참 뜻깊었습니다. 여전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사 안내
<아이 캔 두 이모>
김우남 소설가와의 북토크
모르고 지나쳐 왔던 일상 속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김우남 소설가의 단편집 <아이 캔 두 이모>와 함께하는 북토크가 개최됩니다!
유튜브 채널산지니에서 라이브로도 만날 수 있으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달의 신간
한국수산지 Ⅰ, Ⅱ
농상공부 수산국 지음 | 이근우, 서경순 옮김 | 각 45,000원

한국 최초의 근대적 수산 조사서이자 인문 지리지인 <한국수산지>의 번역본. 전체 4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으로 제1권에는 조선의 지리와 수산, 제2권에는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의 지리와 주요 어획물을 기록하였다.
아이 캔 두 이모
김우남 지음 | 168쪽 | 16,000원

김우남 소설가가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단편집.  
표제작 「아이 캔 두 이모」는 스스로 한글을 배우며 배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이모의 삶을 따스하게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접하고 있던 안온한 배움에 대해 성찰한다.

진실과 기억

홍순권 지음 | 336쪽 | 25,000

내부자의 시선에서 말하는 과거사 청산의 필요성과 현실 그리고 문제점.

민간인 학살, 역사 교과서 수정 사건, 부마 민주 항쟁, 한일 관계. 4가지 주제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큰 흐름을 정리한다.



부산에서 찾아보는 이중섭 흔적

정석우 지음 | 288쪽 | 19,800

이중섭이 피란 이후 가장 오래 머문 도시, 부산에서 그의 흔적을 찾다.

책과 회고담, 기사 등 여러 기록물을 통해 화가, 피란민, 아버지로서의 이중섭을 복원하고 피란 수도 부산의 의미를 되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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