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클럽 #주말에뭐읽지 #시사인

💌   2021년 10월14일 735호
✏️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pixabay 
문과 동지들이여, 위축되지 말자
최원영 지음, 티더블유아이지 펴냄

언론사는 IT 산업 성격이 강하다. 대다수 독자를 랜선을 통해 만난다. 데이터 전문가나 웹 퍼블리셔와 협업할 때도 많다.
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대다수 기자들은 문과 출신이다. 인간과 사회를 언어라는 도구로 추상화시켜 사고하고 공부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언론사라는 회사가 가동되는 시스템은 IT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니 취재-기사 마감으로 이어지는 업무에서 벗어나 엔지니어와 상호 커뮤니케이션할 때 큰 난관에 부딪힌다. 엔지니어는 기자가 뭘 원하는지 헷갈리고, 기자는 엔지니어가 뭘 말하는지 모른다.
이 책은 문과 출신 엔지니어가 맨땅에 헤딩하던 경험이 담겨 있다. 필수적인 IT 용어와 개념을 비전공자(특히 문과)를 위해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요컨대 이런 식이다. “도대체 우분투(Ubuntu)가 뭐죠?” “자꾸 왜 도서관(라이브러리) 얘기를 하는 거죠?” “왜 자꾸 파이선을 배우라고 하는 거죠?” 우분투, 라이브러리, 파이선이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웃고 넘어갈 질문이지만, 묻는 사람들은 진지하다. 그렇다고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리눅스, 자바스크립트, C 언어를 공부해보면 의문점이 풀릴 겁니다”라고 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목적이 뚜렷하다. ‘엔지니어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기초지식’에 초점을 맞춘다. 파이선으로 코딩할 줄은 몰라도,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어떤 순서로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는 이해하자는 것이다. 광범위한 지식을 240페이지에 압축하는 바람에 다소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입문·교양 목적으로 보자면 꽤 친절한 책이다. 문과 동지들이여, 위축되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재능은 결국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 김동인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슬로다운
대니 돌링 지음, 김필규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슬로다운은 우리 눈앞에 있다. 그리고 이를 감사해야 한다.”

세계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인가. 2019년 유엔은 2100년에 세계 인구가 109억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는 2064년에 97억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의 사회지리학자인 저자는 세계 인구가 더 빨리 감소하리라고 전망한다. 출산율이 급격하게 ‘슬로다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우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경제적 평등지수가 높아지고, 지구는 온난화를 멈추며,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동력원을 쓰게 될 것이라고.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인구’라는 시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책 자세히 보기 >> 
시작도 끝도 없는 모험,
<그림동화>의 인류학
오선민 지음, 봄날의박씨 펴냄
“실로 동화는 선한 일에 아무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동화인류학자’라 칭하는 저자는 인류의 원형적 형태를 찾기 위해 동화 속으로 떠난다. 동화는 집을 떠나 왕국에 도착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권선징악의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저자에게 동화는 혼란스러운 숲에서 타인을 만나 어떻게 고난을 견디고 삶을 꾸릴지 온몸으로 겪으며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옛 동화를 권선징악적으로 풀이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물어야 하는 건 동화 속 주인공이 숲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일을 어떤 방식으로 돌파하는지다. 저자는 동화 속에서 ‘거대한 혼돈과 부분적 연대’라는 서사구조와 ‘너의 죽음이 나의 삶을 낳고, 나의 죽음이 너의 삶을 낳는다’라는 공생의 윤리를 찾는다. 책 자세히 보기 >>

벌거벗은 미술관
양정무 지음, 창비 펴냄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완벽함과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과 그것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옵니다.”
미술관의 분위기는 관객을 무겁게 짓누른다.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그림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도 하고, 한 작품 앞에 서서 오래 음미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정의하려는 쟁투 뒤에는 각자의 욕망이, 저명한 미술관 뒤에는 패권주의가 숨어 있다. 이는 모두 하나의 주제로 수렴된다. 미술은 하늘 위에 존재하는 신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술은 땅 위에서 숨 쉬는 인간의 표정이며 분투이다. 미술의 ‘완벽함’을 부정하는 해석이 그 가치를 훼손할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완벽에 대한 환상을 걷어낼 때 진정한 ‘휴머니즘’으로서 미술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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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
“잼과 감자칩, 복권처럼 복수도 팔아먹을 수 있지 않을까?”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미술품 거래업자 빅토르는 비열한 방법으로 아내의 재산을 빼앗고 이혼한다. 양아들 케빈은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케냐 사바나에 놔두고 온다. 케빈은 다행히 원주민들에게 구조되어 마사이 전사로 거듭나지만 성인식에 할례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에 기겁해서 스웨덴으로 돌아간다. 귀향한 케빈은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CEO 후고와 함께 양아버지 빅토르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도모한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등 유쾌하지만 사회·정치·국제관계에 대한 냉소적 통찰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소설이다. 책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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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디에서 죽고 싶은가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내 생애 말기 돌봄을 보장할까요?

호스피스 의사와 의료인류학자 그리고 기자들이
죽음을 어려운 일로 만드는 삶의 조건들을 두루 살펴봤습니다.
죽음에 관한 각자의 내밀한 경험이 더 많은 보편의 이야기로 나눠질 때,
삶도 조금은 덜 잔인해집니다.

죽는 건 어렵지만, 읽는 건 쉽게.
책을 팔기만 하지 않습니다. 읽는 것도 책임집니다. 편집자가 매일 읽을 분량을 정해드리고, 함께 읽으면 좋을 관련 자료도 추천합니다 : )
오늘의 추천도서 소개글을 읽으면서 “이건 내 얘기야” 하신 분, 있나요? 제가 바로 그중 한 사람입니다. “왜 다들 파이썬, 파이썬 하는 거죠?” 부끄럽지만, 이건 제가 실제로 던졌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김동인 기자가 얘기한대로 요즘은 문과 출신 기자들도 데이터 전문가나 IT 개발자와 협업해야 할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회의를 하다 말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말귀가 통하나, 막막해지곤 하니까요.
 
그 못지않은 강적이 디자이너입니다. 몇 주 전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에서 북디자이너 정지현씨의 글을 소개해드린 일이 있는데요(“북디자인, 간파당하지 않되 막연하면 곤란해”). 그 글을 읽다가도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SIMPLE’이라는 단어가 쓰여진 단순한 카드를 보고 어떤 이미지를 연상했는지 물어보는 게임을 했는데, 단 한 사람도 같은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얘기가 실감나서요. 시사IN 같은 경우도 취재기자들은 늘 디자이너에게 “가독성 있게 (지면을) 짜주세요”라고 요청하곤 하는데요. 결국 지면이 완성될 즈음이면 서로의 동상이몽을 깨닫곤 합니다. 텍스트 기사를 한 줄이라도 더 넣고 싶어하는 취재기자와 그래픽 요소를 돋보이게 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곤 하니까요.
 
갑자기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혹시 눈치 채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번주부터 시사IN 뉴스레터 레이아웃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의 세심한 손길이 닿은 레이아웃이랄까요? 이번에도 편집자와 디자이너간 동상이몽은 피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한 가지 대원칙에 합의했기에 큰 충돌은 없었습니다. ‘독자들이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뉴스레터를 읽게 하자’가 그것입니다. 정작 뉴스레터를 읽는 독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하네요. ‘좋았어요👍’ 또는 ‘아쉬웠어요👎’ 버튼을 누르고 피드백을 남겨주시면 향후 디자인을 가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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