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북 뉴스레터
거리에 사람이 끊겼습니다. 서점도, 도서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이야말로 책을 가까이 해야 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시련을 통해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능력 곧 읽기를 통한 통찰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사IN>은 매주 금요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책 읽는 시간을 준비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펴냄

지인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 몇 개가 연일 떠들썩하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될 때마다 불안을 토로하는 메시지들이 수백 개씩 쌓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접촉’ 자체가 공포스러운 단어가 되었다.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보면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슈퍼 전파지’로 거론된 곳에 대한 두려움은 이내 혐오와 낙인으로 번졌다. 유럽 등지에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해진 것처럼, 우리 내부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상을 망가뜨린 ‘주범’은 중국인이 되었다가, 대구 출신이 되었다가, 신천지 신도가 되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감염자에 대한 낙인이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현재 상황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저자는 몸의 면역체계와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우리의 면역력은 개인적이기보다 공동체의 영향 안에 있으며, ‘상호의존’한다. 소수의 백신 미접종자들이 다수의 접종자들에 의해 보호받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저자는 공중보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현재 국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깬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을 오염시킬까? 자연적인 것은 선한가? ‘germ(병균)’은 몸의 일부를 가리키는 ‘배아’라는 뜻과 ‘씨앗’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바이러스 안에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만으로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단어에 내포돼 있는 셈이다. 
방역이 점점 개인화되고, ‘X맨’ 찾기가 그 공백을 메울수록 우리는 면역과 더욱 멀어질지도 모른다.

김영화 기자


"섹스하는 사이만 
같이 살 수 있나요?"
텀블벅 펀딩 1400% 달성!

외롭지 않을 권리
황두영 지음 / 시사IN북 펴냄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는 동거, 그리고 높은 장벽의 혼인. 
이 두 가지 선택지면 충분할까? 원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꾸릴 권리를 꼭 혈연이나 결혼으로 보증 받아야 할까?😕

외로움이 새 사회적 질병으로 떠오른 시대, 국회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내 최초로 ‘생활동반자법’ 명칭을 만들고 입법 내용을 제안했던 저자가 한계점에 이른 ‘정상 가족’의 대안으로 생활동반자 관계를 소개합니다.🙌 

개인이 행복하면서도 공동체의 미래가 탄탄해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돌봄 해법을 제시하는 책. 지금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김영옥 외 4인 지음, 봄날의책 펴냄

“아프고 나이 들어가는 몸은 우리를 다른 장소로 데려간다.”  

우리는 모두 아프고 나이 들고 의존하다 언젠가 죽는다. 이 책은 당연하지만 자주 은폐되거나 부인되는 ‘늙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새벽 세 시’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늙음에 대한 은유다. “통증이 가장 날카롭게 지각되는 시간”이고, “나이 들어가는 몸을 버티는 시간”이다. 질병, 돌봄, 그리고 노년을 중심으로 풀어낸 여섯 편의 글을 읽다 보면 아프고 늙고 의존하는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의미인지 묻게 된다. 

엮은이는 “아픈 이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이들, 나이 들어가는 가까운 이를 보며 불안하고 겁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약상자였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인권의 관점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식사에 대한 생각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펴냄

“좋은 음식이 없는 좋은 삶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지’ 추적한 책이다. 우리 삶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인 음식이 어떻게 우리의 몸과 생활,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켰는지 풍성한 사례와 통계로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 조상이 전염병이나 결핵을 두려워하며 살았다면, 이제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식습관이다”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우리 대부분의 식생활이 지구에도, 인간의 건강에도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환기시킨다. 저자가 보기에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저항으로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우리를 둘러싼 일련의 시스템과 문화가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책은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습관의 말들
김은경 지음, 유유 펴냄

“그런 깊은 자괴감 뒤에도 하루에 한두 시간씩 꼬박꼬박 유튜브 구독에 시간을 바치고 있다는 거다.” 

습관에 관한 말 100개가 담겼다. 첫 장은 이 문장이다. ‘자기만의 루틴을 마련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가꾸겠다는 다짐이다(김민교 〈아무튼, 계속〉).’ 

저자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프리랜서가 된 지난해 이 말의 의미를 절절히 실감했을 터다. 출근도, 퇴근도 정해져 있지 않은 삶에서 ‘습관’은 화두가 됐다. 습관이라는 틀로 생활을 뜯어보면서 저자는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원하는 습관과 없애고 싶은 습관은 곧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비추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글을 한 편씩 읽으며 자연스레 내 삶에 녹아들어 인식조차 하기 어려웠던 습관이 떠오른다. 그러면 선택할 수 있다. 내일 아침 일어난 뒤 곧바로 스마트폰을 볼 것인가, 아니면 5분간 스트레칭을 할 텐가. 
물론 성공은 보장 못한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
에밀 뒤르켐 지음, 민혜숙·노치준 옮김, 한길사 펴냄

“신앙, 의례, 공동체 이 세 가지가 종교의 본질적 요소다.” 

에밀 뒤르켐은 사회학 그 자체를 만들어냈다고 평가받는 거장이다. 이 책은 1912년에 내놓은 생애 마지막 저서로, 그의 학문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뒤르켐은 종교적 신앙이란 성스러운 사물과 속된 것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다고 보았다. 이 신앙을 유지하려면 의례가 있어야 한다. 의례는 혼자 할 수 없으므로 공동체가 필요하다. “신앙, 의례, 공동체 이 세 가지가 종교의 본질적 요소다.” 

어떤 책은 너무나 중요해서, 절판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학문 분야의 깊이와 폭이 의심받을 만한 책이, 드물지만 있다. 사회학에서 이 책은 그 드문 목록에 반드시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1992년에 첫 번역판이 나왔고, 이후 절판과 재출간을 거듭하다가 2020년에 한길사판으로 다시 출간됐다. 절판되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시사IN 코로나19 페이지 아주 좋네요. 강추합니다."

"최근 그나마 '정보'를 해석, 전달해주는 데가 시사인 밖에 없음. 일시후원이라도 할까봐."

"잘한다 시사인 힘내라 시사인"

독자들의 상찬, 고맙고 감사합니다. 현장을 지키는 의료인들처럼 저희도 묵묵히 취재하고 기사 쓰며 제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시사IN북
book@sisain.kr

이번호 <시사IN> 뉴스레터 어땠나요?

<시사IN> 뉴스레터를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다면? 
이 링크를 복사해 친구에게 전달해주세요 https://newsletter.sisain.co.kr/

수신거부를 원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04506 서울시 중구 중림로 27 가톨릭출판사빌딩 3층 (주)참언론 TEL : 02-3700-3200 / FAX : 02-3700-3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