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시작된지도 어느덧 2개월이 지났습니다. 최악을 예상했던 지난 4분기와는 다르게 연초 실리콘밸리의 투자 분위기는 조심스럽게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특히 1월 중 잠시 온기가 돌았던 주식 시장의 분위기에 힘입어 당분간 희망과 공포가 교차되는 모습이 자본시장 전반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는 '뉴노멀'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히면서 실리콘밸리 대형 벤처캐피탈들 또한 천천히 투자를 재개하는 모습입니다.

또한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역학관계는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지난 2 - 3년 간 이어진 스타트업 투자 버블과 비교해볼 때

투자 여력을 가진 벤처캐피탈들이 꾸준히 투자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투자의 헤게모니가 스타트업에서 투자자로 이동하였기 때문입니다. 헬리콥터처럼 자금을 살포하던 헤지펀드들도 시장에서 사라졌고 지난 2년 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급격히 늘어났으니 극심한 투자자금에 대한 수요-공급 불균형 상황 속에서 벤처캐피탈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투자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Carta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분기부터 미국에서는 투자자에게 친화적인 스타트업 투자 조건들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특히 회사 청산 시 투자자의 원금 대비 2 - 3배의 금액을 먼저 분배할 것을 요구하는 2 - 3x liquidqtion preference(청산우선권)은 성장 단계에 집행되는 후기 벤처투자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IPO 시장 회복이 더딜 경우 M&A 회수를 염두에 두는 투자가 증가하면서 참가적 우선주 및 청산 우선권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타트업들은 구체적인 투자 조건 설정을 뒤로 미룰 수 있는 브릿지 라운드를 늘리며 변화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SAFE 또는 Convertible Note 형태로 진행되는 브릿지 라운드는 구체적인 투자 조건은 다음 라운드에 확정하는 대신 빠르게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존투자자들이 회사의 런웨이를 늘리기 위해 많이 활용합니다.

또한 브릿지 라운드는 실질적인 다운라운드를 진행하면서도 형식적인 절차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가장 선호되는 형태의 투자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위 문구는 2001년 10월 뉴욕타임즈 기사 'Venture Capital, Withering and Dying'에 언급된 내용입니다. 22년이 지난 지금 상황에 그대로 적용해도 어색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글로벌 벤처 투자가 경색되기 시작한지 이제 1년 남짓 지났지만 여전히 시장은 뉴노멀과 익숙해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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