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9 I 2021.08.19.
"혜정이가 시설에 살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혜정이의 거취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인간에 대한 문제, 이 세상이 어떤 곳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혜정이는 범죄집단에 의해 시설로 납치된 것이 아니었다. 현존하는 사회제도를 통하고 부모의 의지와 주변 사람들의 침묵 속에 '합법적으로' 격리된 것이었다. 그렇게 격리된 혜정이의 삶을 '그 또한 하나의 삶'이라고 수긍해버린다면 이 사회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합법적으로' 사회 밖으로 추방해버릴 수 있는 곳임을 자인하는 것이었다. 혜정이의 입소 서약서에는 '입소 후부터 장애인의 질병이 악화되거나 기타 사고로 사망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어른이 되면>, 장혜영

벗, 장혜영 의원 좋아해? 지금은 '정의당 국회의원'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장혜영은 발달 장애를 가진 동생 혜정씨의 '생각 많은 둘째언니'이기도 해. 14살부터 18년 동안 장애인시설에서 살아온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며 글도 쓰고 다큐도 만들었거든. 본인(1호)은 장 의원이 동생과 함께 지낸 기록을 담은 저 책을 넘기면서 그를 다시 보게 됐어. 프리랜서 노동자인 자신의 삶도 불안하게 흔들릴 때, 많은 돌봄이 필요한 동생과 24시간 함께 하며 그의 삶을 되찾아주기 위해 싸울 수 있다니. 이 사람 정의롭기만 한 게 아니라 무척 헌신적인 데다 현실적이구나, 했어.  

효율과 속도를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대한민국에서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이의 가족으로 산다는 건 형벌에 가까워. 구성원 중 한 명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희생해 돌보거나, '시설'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맡기거나. 어느 쪽이든 고통스러운 양자택일의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야. 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자는 외침, 너무 당연한 목소리 아닐까? 

🙋 레터 하단에 지난주(28호) 도서증정 이벤트 당첨자 발표가 있으니 확인 부탁해!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내 장애인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2. 안 읽으면 손해다: 10대 페미와 60대 페미 外 
  3. 이벤트 당첨자 발표

내 장애인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줄거리 

정부가 이달 2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어. 주변에 장애인이 없는 휘클러들에겐 잘 와닿지 않는 소식일 수도 있어. 하지만 등록된 장애인구가 263만3000명(5.1%)에 이르는 데다, 우리 사회 전반의 인권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휘클리도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φ(._.) 
 
이 소식을 이해하려면 일단 '돌봄'의 두 갈래 길을 알아야 해. '시설'과 '지역사회'(커뮤니티)야. 경제 성장에 급급했던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효율과 속도를 방해하는 전쟁 고아, 장애인 등을 사회에서 분리하기 시작했어. 재워주는 대신 한데 모아 가둬둔 거지. 본격적으로 장애인들을 수백 명씩 집단 수용하는 시설을 만들기 시작한 건 전두환 정권이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만들면서야.

원래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살며 보호받는 게 안전한 거 아니냐구? 아니야. 선진국들은 대부분 1990년대를 전후해 시설을 없애고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며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 개인의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집단거주시설은 존재 자체가 비인간적이기 때문이야. '도가니'처럼 극단적인 사례까지 언급할 필욘 없어. 당장 코로나 초기에도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망자의 절반 가량은 시설 거주자들이었거든.

그래서 장애인권운동을 벌이는 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탈시설, 지역사회 돌봄'을 주장해왔어.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화답해 당선됐고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목록에도 올렸어. 2일 발표된 로드맵엔 그런 약속의 이행방안을 담았어.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 
  • 시설 수: 1539개 
  • 거주 인원: 2만9천여명  (중증 장애인의 98%, 발달 장애인의 80%가 시설 거주. 발달 장애는 특정한 장애명이 아니라 유전적, 환경적 원인으로 몸이나 정신의 발달이 늦은 경우를 아우르는 개념이야.)
  • 평균 거주기간: 18.9년
  • 거주자 평균연령: 만 39.4살 

📂대한민국은 '시설사회'다 
'장애여성공감'이 엮은 책 <시설사회>에선 시설이 "장애인이 거기에 들어가는 순간 '자립할 수 없는 존재', '버림받는 존재'라는 낙인이 부여되는 도덕적 장소"라고 설명해. 생명과 몸에 대한 관리를 누군가에게 의탁해야 하는 곳. 그리고 그런 생각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는 '시설 사회'라는 설명이야. 장애인을 시설로 보내는 건 가족이지만, 거기서 살고 죽게 하는 권력은 국가이고, 효율성을 따지는 자본의 논리라는 거지. 

📂시설 수용 정책은 왜 문제일까? 
  • 대형시설 중심이다: 장애인복지법상 '30인 정원' 규정이 있지만 과거 존재해온 시설은 그대로 유지됐어. 학교를 생각하면 알겠지만 집단생활엔 '규율'이 따르게 마련이야. 지은 죄가 있거나 의무복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평생 통제 아래 산다는 것, 상상할 수 있어? (oдolll)
  • 사회로부터 격리돼 있다: 대부분 도심 밖, 일반주거지역 밖에 있어서 고독감/우울 같은 정서적인 문제들이 시설 안에 있으면서 커질 수밖에 없어.
  • 권력관계가 생긴다: 돌봄 제공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다보니 관계가 기울어지게 돼있어.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알려지기 어렵지.
  • 자의로 선택하기 어렵다: 거주시설 입소자는 대부분 선택으로 들어간 게 아냐. 보호자/지방자치단체의 조처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만약, 시설에 들어가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시설에 들어가 자유를 저당잡힐 이유가 있을까? 

📂주요국 사례 
  • 노르웨이: 1970년대부터 탈시설 운동이 시작됐어. 1985년 정부 위원회 보고서(발달장애인의 생활 여건)에선 “시설에서 발달장애인이 처해 있는 생활 여건은 인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어.  1988년 '시설해체법'을 시행했고 시설에서 나온 발달장애인에겐 개인당 17평 이상의 주거공간을 보장했어. 26살 이전에 장애를 가져 교육이나 취업 기회를 갖기 어려웠던 이들에겐 연간 적어도 2400만원 이상의 장애급여와 시간제한없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했고. 
  • 영국:  1960년대부터 탈시설 작업을 시작했는데 1990년 입법을 통해 본격적으로 지역사회 돌봄을 선언했어. 2004년부턴 장애인 개인 돌봄을 위한 예산을 지방정부가 제공해야 할 의무를 법제화했고. 
  • 미국: 소송의 나라 천조국답게 장애인들의 탈시설도 소송운동이 견인하고 있대. 치료전문가들이 '지역 사회 치료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 장애인에게 주 정부가 지역사회 기반 치료를 제공하도록 법원이 명령하는 거지. 
    • 스웨덴: 대표적인 복지국가답게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어. 1946년부터 탈시설화를 계획했고 1997년 시설 폐지를 법으로 못박았어. 1999년까지 모든 장애인 수용시설 폐쇄를 결정했고 2000년부턴 모든 지원이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고 있어.  
    • EU: 2012년 유럽연합 탈시설 공동기준을 권고했어. 회원국들에게 시설을 폐쇄하라고 권고함. 

    📂정부 로드맵 주요내용
    1. 2022~2024년 3년간 시범사업 진행. 10개 지역에서 20명씩 자립 지원. 
    2. 2025년부터 해마다 740여명 자립 지원해 2041년 마무리. 
    3. 신규 시설 오픈 금지, 기존 시설은 '주거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변경해 유지. 
    4. ‘공동형’(장애인 3~4명과 전담직원 동거하는 그룹홈 방식)과 ‘개별형’(장애인 단독 거주하며 방문 지원하는 방식) 주거 지원. 자립 전 '체험홈' 서비스 마련. 
    5. 인권침해 발생시설은 한번만 적발돼도 보조금 지원 중단. 

    ⓒ게티이미지뱅크
    💬 한번 물어봤다

    장애인의 시설 거주를 본격화한 1981년 이후 40년 만에 국가가 '탈시설'을 선언했으니 이번 로드맵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어. 하지만 장애인권운동 단체들에선 비판이 나와. 이유가 뭘까? "너무 늦은 데다 너무 무책임하고, 너무 긴" 로드맵이기 때문이야. <한겨레>에서 복지를 취재하고 있는 서혜미 요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한번 물어봤어. 

    휘클리: 혜미요원. 정부의 이번 로드맵, 핵심내용이 뭐야? 
    혜미 요원: 그간 장애인 시설에 수용돼 있던 분들이 다른 사람들처럼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그걸 위해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거야. 시설 중심의 집단거주가 기존의 장애인 정책이었다면, 앞으론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개별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거지. 정부가 특히 브리핑 때 강조한 건 장애인 거주시설을 새로 개설하는 걸 중지한다는 거랑, 인권침해 발생한 곳들은 한번만 확인돼도 보조금 끊는다는 거고. 

    휘클리: 지금까진 그럼 인권침해 발생해도 보조금 줬다는 거네? 지금까지 그리 해온 게 더 황당한데? 
    혜미 요원: 그렇지. ㅎㅎ 나도 이번에야 알았어. 아마 인권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지원을 끊으면 "여기 거주하던 분들은 어디 가서 사냐"는 현실적 판단으로 그랬을 것 같다는 추정은 드는데 그리 볼 문제는 아니지. 

    휘클리: 장애인권운동 단체들에선 로드맵 자체에 비판적이더라. 왜 그런 거야?
    혜미 요원: 그동안 운동을 해온 분들과 당사자 분들께는 성에 차지 않을 내용인 것 같아. 정부 차원에서 '탈시설'을 선언한 것 자체는 환영할 만 하지만 보다시피 탈시설은 세계적인 흐름이고 우린 이미 수십 년 뒤처져 있는 상태라. 일단 이번 로드맵에 3~4인 공동주거를 남겨뒀는데 그건 사실상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쪼개기' 하는 정도라고 보거든. 2041년 탈시설 지원 마무리하고도 현재의 거주시설들을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기관'으로 남겨두겠다고 했고. 

    휘클리: 말만 탈시설이지, 기존 시설들은 남겨둔다?
    혜미 요원: 이게 본인 의사를 물어서 탈시설하는 방식이란 말이지.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정도의 중증 장애인이거나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주거서비스기관'은 남겨둔다는 거야. 사실 복지부가 '탈시설'이라는 말 자체에 굉장히 조심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어. '시설' 관계자들이 "우린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데 인권침해 발생한 곳처럼 여긴다"고 하니까. 복지부는 시설 없인 로드맵이 제대로 갈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아. 단기간에 시설을 폐쇄하고 거주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울 만한 준비가 안돼 있으니까 결국엔 시설 관계자들과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듯. 그래서 그렇게 전향적인 내용이 나올 수 없던 게 아닌가 생각해. 
     
    휘클리: 사업기간이 20년이나 되던데, 시설의 도움 없이 탈시설에 이를 자신이 없다는 건, 의지가 없는 거 아니야? 
    혜미 요원: 그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어. 이행기간이 너무 길잖아. 유럽에서 과거 탈시설 논의가 시작되고 완전한 탈시설에 이르기까지도 40~50년은 걸렸다는 거야. 그런데 우리는 출발 자체가 한참 늦었잖아. 시차를 감안한다면 더 전격적으로 진행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시설 거주자 평균 나이가 40살인데 20년 뒤면 60살. 오히려 '탈시설이 두려워질 나이지. 참고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최혜영 의원(민주당) 등 68명이 공동 발의한 탈시설지원법을 논의중인데 이 법안에선 10년 안에 시설을 폐쇄하기로 했거든. 정부안이 훨-씬 후퇴한 거지. 

    휘클리: 탈시설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혜미 요원: 시설은 집단적인 생활을 하는 곳이니 기본적인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없잖아. 처음 탈시설운동을 전개하고 본인도 탈시설한 마로니에 8인 중 한분이 얘기한 내용인데, 중증장애인의 경우 용변을 가리기 힘들어 처리가 필요한 일이 생길 수 있잖아. 시설에선 그런 일들을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해야하니까 수치스러울 수 있다고 하더라구. 그런 것조차 지켜지지 않고. 사회에선 나이에 맞게 교육이 이뤄지지만 시설에선 먹고 자는 게 거의 전부라고 했어. 탈시설한 분이 얻게 된 기쁨도 '나만의 공간이 있고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아주 작은 거야.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권. 

    휘클리: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분들은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지원한다는 거야?  
    혜미 요원: 1년에 한번씩 수요조사를 하고 의사가 있으면 시설에서 나올 수 있게 한대. 그리고 탈시설하기 전에 중간 단계로 '체험홈'을 운영해서 자신에게 맞는 생활을 체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거야. 그런데 내가 좀 문제라고 생각한 건, 장애인들의 자립 욕구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시설 안에서 전담조직을 만들어 관리하게 한대. 시설들이 외부 기관들하고 연락하고 교류하는 걸 꺼려서 장애인들에게 정보 전달이 잘 안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걸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오히려 시설 안에 전담조직을 만들게 한다고? 과연 정보가 잘 전달될까? 

    휘클리: 20년이라는 이행기간, 한해 탈시설 인원 740여명이라는 숫자는 왜 정해졌는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럼 800명이 탈시설을 원하면 60명은 다음해까지 대기하는 거야? 복지부는 뭐라고 해?
    혜미 요원: 전반적으로 계획들이 추상적이야. 예산을 물어봐도 추계(어림잡아 계산함)조차 하지 않은 것 같더라구. 예산이 없어. 내년부터 당장 시범사업을 시작해서 10개 지역 20명씩 탈시설 지원한다는데 그 사업 예산도 기획재정부랑 협의중이라고 해. 그 정도 예산은 확보하는 게 상식적이야. 다른 사업들 진행할 때도 무르익어서 발표할 정도가 되면 기재부에 이미 예산 확보해둔 상태였거든. 이게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지. 대통령 임기는 곧 끝나는데, 시범사업은 그 이후 본격화될 테고. 정권이 바뀌면 다시 없던 일처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

    💬 더 물어봤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엔 “시설퇴소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라며 '탈시설 정책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어. 청원자는 자신이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30대 엄마라고 소개했고. '탈시설'이 장애 있는 시민들에게 이렇게 중요하고 간절한 문제라면, 왜 어떤 부모들은 이런 주장을 해야 하는 걸까?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지만 "탈시설 세상을 꿈꾼다"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이사에게 조금 더 물어봤어. (휘클러 아니어서 존댓말로 정리했어. 양해부탁!)

    휘클리: 쌤은 탈시설운동을 해오셨잖아요. 왜 어떤 부모님들은 이번 발표를 철회해달라고 하고 왜 어떤 부모님들은 탈시설을 지지할까요. 
    종옥님: 지역사회 돌봄은 발달장애인이 어디 있든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24시간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에요. (정부가) 그걸 먼저 생각하지 않고 시설을 쪼개서 분산하려고 하니, '그림만 탈시설'하는 게 되는 거죠. 일부 시설에 보내놓은 부모님들 중에 걱정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우리 아이가 시설에서 나오면 갈 데 없는데' 하는 마음. 그런데 거기에 편승해서 (정부가) 시설을 온존시키려는 듯한 느낌도 있어요. 정부의 정책 선언은 의미있지만 탈시설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부족한 거라고 볼 수밖에 없죠. 

    휘클리: 쌤은 아드님을 시설에 보낸 적 없으신가요?  
    종옥님: 그런 적은 없지만 모든 발달장애 아이 부모들은 상상은 다 해요. 정도가 심하거나 가볍거나를 가리지 않고 사회적 지원 없이 아이가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가기가 매우 어려울 거라는 판단은 늘 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힘이 없어지거나 내가 나를 봉양할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게 명확하게 있어야만 우리가 언제 죽더라도 안심하고 죽는데 사실 지금은 안심하고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나의 죽음을 자식에 대한 무책임으로 느낄 정도에요. 

    휘클리: 24시간 활동지원이 안 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결국 쌤이 함께 할 수 없을 땐 시설에 가실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겠네요.  
    종옥님: 발달장애 아이들은 스스로 원하는 걸 의사표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더구나 집단생활을 하게 된다면 효율에 의해 아이의 의사가 무시될 거라는 게 너무 명확하고. 돈으로 거래되는 관계니까요. 인간으로 제대로 존중받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거죠. 발달장애인들이 무기력하게 수용만 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연상되니까 상상하면 그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시설만은 안 갔으면 좋겠다. 지역에서 우리가 늘 들여다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열려있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엄마가 24시간 있는 것처럼 어떤 지원이 24시간 필요하다, 그 지원 아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희망이에요. 

    휘클리: 사실 24시간 활동지원이 된다면 '탈시설'이란 선언은 아예 없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종옥님: 그럼요. 결국 시설은 없어지는 방향으로 갈 거에요. 누가 생각해도 그게 옳으니까요. 그럼 빨리 해야 하는 거잖아요.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고 하는데, 시설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지역사회에서 살게 하는 비용이나 사실은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날 것 같지도 않고.* 발달장애인이 24~25만명 정도거든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결단일까요? 죄를 짓지 않은 자기 국민을 장애가 있다는 것 때문에 시설에 둔다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휘클리주: 올해 장애인 거주시설 지원예산은 5274억원이야. 3만명의 시설 거주 장애인이 자립생활할 때 드는 예산은 추계된 게 없어. 다만 핀란드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시설 장애인들이 탈시설해 자립했을 때 지원 예산은 7%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대. 반면 자립한 장애인들이 누릴 만족과 우리 사회 인권이 올라감으로써 누릴 전반적인 효용은?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휘클리: 만약 적절한 활동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면, "탈시설은 사형선고"라고 하는 부모님들도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종옥님: 그게 사실 먼저 전제가 돼야죠. 현재로선 탈시설이란 구호가 구체적인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신뢰하고 희망할 수 없는 거겠죠. 로드맵을 만들었으니 이제라도 거기에 희망을 얹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들을 만들어 가야죠. 시설을 상상하지 않는 상황을 빨리 오게 해야 하는 거에요. '내가 늙은 다음엔 우리 아이를 시설로 보내야 하나', 그런 상상 말고, 지역사회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이벤트 알림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에 대해 조금 공부하려는 벗들을 위해 위의 두 가지 책을 각 2명의 휘클러에게 선물하려고 해. 관심있는 휘클러는 레터 하단 💎휘클리에 내 의견 남기기 버튼 꾹 누르고 읽고 싶은 책, 신청해줘😁! 참여는 다음주 수요일(25일) 정오까지!  

    1) 어른이 되면 (장혜영)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탈시설한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 밖 400일의 일상을 기록한 책. 에세이 형식이지만 발달장애와 장애를 가지고 한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어. 

    2) 우리에 관하여 (피터 카타파노 외)
     『뉴욕 타임스』 오피니언면의 시리즈 칼럼 <장애>에 실렸던 60여 편의 글을 모은 책. 철저하게 장애인의 관점에서 본 장애에 관한 이야기야. 
    기사 읽다가 기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을 때, 있다? 없다? 포털에 기사는 수백 갠데 정작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던 순간들, 있지? 답답할 땐 연락줘. 우리가 대신 물어볼게. 한겨레 편집국에서 250명의 요원이 대기중이야. 활용해보라구. 💌휘클리에 질문하기

    💎 10대 페미와 60대 페미가 만났다? “여학생이 짧은 숏컷을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이 벌점을 줬어요. 혐오감을 일으키는 머리 모양이라면서요.”(10대) “여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온몸이 후끈해진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죠.”(60대) 같고도 다른 여성들의 삶. 젠더미디어 <슬랩>에서 들어보자. 😆
    💎 이름 모를 청년의 죽음은 닮았다 올해 6월까지 반년 동안 적어도 351명이 산재로 세상을 떠났어.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숨지고, 스키장에서 안전순찰요원으로 일하다 머리를 다쳐 세상을 떠나고, 건설현장에서 트럭에 치여 숨지고. <한겨레>21이 전하는 우리 곁의 산재 이야기. 
    💎 ‘위선 프레임’은 흥미롭다, 그러나 위험하다 빌 코스비의 죄가 위선이라구? 아니, 그의 죄는 강간이야! 위선 프레임이 위험한 이유는 뭘까? 진짜 범죄의 진실을 가리기 때문이야.   
    💎 여름밤 개구리 울음의 생존전략 구애하는 수컷 개구리에겐 ‘딜레마’가 있어.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려면 개굴개굴 목청껏 울어야겠지만, 그럼 연못 어딘가에 숨은 천적에게 위치를 노출하게 돼. 포식자 눈길을 피하면서 이성에게 어필해야 하는 수컷 개구리는 어떤 전략을 펼쳤을까?

    💎 유네스코 현지 직원이 전하는 '아프간'은 지금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탈출 러시' 기사는 많이들 봤을 거야. 유네스코 아프간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송첫눈송이씨가 동료 여성 직원 '레자'의 탈출기를 통해 아프간 현재 상황을 전해왔어. 
    💎 인도 선수 디피카의 특별한 올림픽 도전 이번 주말 넷플릭스, 뭐 볼 거야? 올림픽 설렘 아직 안 식었다면? 다큐멘터리 <레이디스 퍼스트: 내일을 향해 쏴라> 추천! 인도 양궁 선수 디피카가 여성 스포츠인에 대한 자국 내 편견에 맞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야기야. 
    💎 첫 젠더·성범죄 전문 대법관 눈앞 이번에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오경미 판사는 성범죄를 비롯한 젠더 이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분이야. 어떻길래?! 우리한테도 RBG 같은 대법관 언니가 생기는 건가?! 

    기다리던 책 나눔 이벤트 당첨자 발표!(ノ*ФωФ)ノ 소소한 이벤트인데 반성과 다짐, 호기심까지 알찬 의견 남겨줘서 고마워. 쓰레기와 관련한 추가 질문들은 잘 모아뒀다가 다음 기회에 담을게. 당첨자들의 피드백과 전화번호 뒷자리는 아래와 같아. 당첨자들에겐 오늘(19일)까지 연락할게. 앞으로도 휘클리 많관부!
     
     📚 사라진 내일 (헤더 로저스)
    • 내가 버린 쓰레기가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없는 일로 여기지 말고 누군가의 노동이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필요 이상의 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꼼꼼히 분리하잔 결심도 했어(7463)
    • 이번주 휘클리를 읽는 내내 많이 공감했어. 알면 알수록 어려운 쓰레기 세계 속에서 가끔 무력감이 들 때도 있지만, 개인의 실천이 결코 무용하지 않음을 같이 배웠어. 정부와 기업의 노력을 나란히 지적해서, 쓰레기 배출에 대한 문제를 오로지 소비자한테 전가하지 않는 부분도 좋았어(1995)

     📚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홍수열)
    • 재활용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다뤄줘서 좋았어. 고생하시는 노동자분들의 이야기를 보니 그분들을 생각해서도 분리수거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재활용되는 쓰레기 외에도 일반 쓰레기가 어떻게 소각과 매립으로 분류되는지 과정을 알려줘(9121)
    • 쓰레기 관련 OX퀴즈를 풀어 보니 내용이 더 머리에 쏙쏙 들어왔어(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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