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고산 침엽수림이 사라진다

입력
기사원문
김기범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ㆍ강원 고사목 발생률은 18%나
ㆍ한라산은 20년 새 33.3% 줄어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침엽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생물로 분류된다.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고산지대를 대표하는 나무인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은 기온 상승으로 빠르게 수가 줄고 있는 수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들 수종이 고사해가는 원인 분석은커녕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전국 산림에 대한 조사가 지난해에야 시작돼 겨우 강원 동북부 지역 실태 파악만 완료된 때문이다.

최근 산림청이 발간한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실태조사 1년차 보고서’는 정부 당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고산지역 침엽수 감소 연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김현권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아 공개한 이 보고서를 14일 보면, 강원 동북부 주요 고산지역의 고사목 발생률은 18.2%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연구진이 표본으로 선정한 나무 가운데 고사한 나무 비율로, 다섯 그루 가운데 한 그루꼴로 고사목이 발생했음을 나타낸다. 산림청은 2017년부터 전국 고산지역의 침엽수 고사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는 점봉산, 백운산, 가리왕산, 청옥산, 두타산 등 강원 동북부 산악지역을 대상으로 삼았다. 올해는 한라산, 덕유산, 지리산, 화악산 등 영남지역 산악을 조사하고 있다.

산림청 집계에 따르면 특히 1100~1300m 고도의 고사목 비율이 가장 높다. 1000~1100m 사이의 고사목 비율은 6.6%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지만, 1100~1200m와 1200~1300m의 고사목 비율은 각각 19.0%와 22.1%로 나타났다. 1300~1400m와 1400~1500m에서도 고사목 비율이 각각 16.6%와 16.9%로 높다.

또 산림청이 위성영상 분석을 통해 최근 20년간 고산지역 침엽수림 면적 변화를 파악한 결과, 25%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백운산,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의 1990년대와 2010년대 침엽수림 변화 비교(국립산림과학원 위성사진)를 보면 밝은 초록색으로 표시된 침엽수림이 지난 20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이 뚜렷하다.

산림청은 침엽수림 면적이 200㏊ 이상 크게 감소한 지역으로 설악산, 백운산, 지리산, 한라산 등을 꼽았다. 또 대규모 침엽수림이 형성된 산악 가운데 한라산이 33.3%나 줄어 가장 심각했다.

산림청은 나무와 공생하는 균류가 활동에 들어가기 전 고온이나 가뭄이 들면 수목의 생리작용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균류로부터 영양물질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을 고사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 밖에 태풍 피해와 침엽수의 생장을 방해하는 하층 식물 등도 고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고산지역 침엽수림 보호를 위해서는 신속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케이블카, 스키장 등 난개발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주로 환경, 생태, 기후변화, 동물권, 과학 분야의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열공 중입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