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뉴욕 타임스에서 일하고 싶다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오늘의 어거스트
이럴수가 어느덧 1월의 마지막 화요일! 여러분 우리 대체 뭐했어요?

뭔가 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 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 께름칙한 상황이 계속 되고 있지는 않나요? 그럴 때면 고개를 들어 오늘의 주인공 뉴욕 타임스를 봅시다. 170살이 넘는 이 할아버지도 매일 매일 혁신한다구요. 다른 때는 모르겠는데, 연초엔 좀 빡세게 살아도 괜찮아요.
💣 이번 주 에디터는 FRI 입니다

💬 오늘의 에디터 PICK
우리 애한테 욕하지 마세요
사실 노노카👧를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이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한번, 두번, 아니 세번을 보게 되었고 이 노래 영상이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 하는 맥주보다 이 각박한 세상살이에 힐링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근데 이 조막만한 아이가 일본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악플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면서요? 노노카의 부모님은 노노카의 한국 SNS 계정을 폐쇄하기까지 했다는데, 일본이 싫다고 일본 아이한테까지 욕하는 건 너무 구시대적 민족주의 아닌가요? 귀여운 것은 귀여운 대로 놔뒀으면 좋겠어요. 🍋

🍀 혹시 이 공고를 보셨나요?

뉴욕 타임스가 서울에 옵니다. 홍콩에 있었던 뉴욕 타임스의 디지털 뉴스 인력을 올 4월 서울로 옮깁니다. 
지난해 7월, 뉴욕 타임스는 홍콩에 기반을 두었던 디지털 뉴스 사업을 올해 4월 서울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때 영국령이었던 홍콩은 외국계 기업과 친밀도가 높고 중국 본토와의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 오랫동안 뉴욕 타임스의 아시아 허브로서 기능해왔습니다. 스티븐 던바-존슨 뉴욕타임스 국제부문 사장은 홍콩에서 서울로 디지털 허브를 옮기게 된 주된 배경에 대해 중국의 '홍콩 보안법 통과'를 꼽았는데요, 법 통과 이후 뉴욕 타임스 기자들의 비자가 실제로 재발급되지 않거나, 중국 본토에서 일하던 기자들이 추방된 케이스도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전보다 홍콩 내에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한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겠지요. 상대적으로 언론의 자유 지수가 높고 디지털 기반이 잘 구축되어 있는 서울로 올 예정이라고 발표했던 뉴욕타임스. 채용공고는 15일자로 마감된 상태지만, 8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몰려 서울로 뜨거운 이사가 한창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일단 뉴욕 타임스는 '신문사'입니다. 그것도 만들어진지 170년이 넘은 레거시 미디어 끝판왕이죠. 웬만한 탄탄한 기업들도 스러질 수 있는 시간 속에서, 그것도 힘들다고 아우성 치는 언론기업계에서 독야청청 고고히 서 있는 회사입니다. 그냥 잘 서있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 문학, 음악상인 퓰리쳐상을 현재까지 130여 차례 수상했고, 전세계가 믿고 인용할 정도로 객관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매체죠. 또 시대가 격변하면서 전통 미디어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 거의 유일하게 디지털화를 성공시키며 주목받고 있는 언론사기도 합니다. '레거시면서 동시에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듣는 진또배기 힙스터! 전세계가 닮고 싶고, 되고 싶은 언론계의 아이돌, 뉴욕 타임스를 한번 겉핥기 해봅시다.  

🙈 뉴욕 타임스는 어쩌다 인기쟁이가 되었나
뉴욕 타임스의 역사를 한번 쓱 볼까요?

뉴욕 타임스는 1851년 9월 18일 헨리 레이몬드와 조지 존스가 창설했습니다. 19세기 후반 '옐로 저널리즘 (황색 언론)'이 횡행했던 시기, 새롭게 뉴욕 타임스를 인수한 아돌프 옥스는 시대의 흐름과 반대로 '엘리트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보도할 가치가 있는 모든 뉴스를 다룬다(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는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마구잡이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담을만한 뉴스를 따로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양질의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에 구독할 수 있게 하면서도 신문의 섹션화 전략으로 섹션별 광고 수익을 올리는 등 이윤을 극대화했죠. 1910년대 1년동안 발간된 신문 전체를 '인덱스 북'으로 묶어서 도서관 등에 제공하면서 'Newspaper Of Record'라는 칭호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이후 마틴 루터 킹 지원금 광고로 촉발된 설리반 사건, 미국의 베트남 전쟁 기밀 문서 보도와 관련한 펜타곤 문서 사건, 러시아 정부가 2016년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시아 스캔들전세계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던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 등의 시발점 혹은 전환점을 마련한 취재로 뉴욕 타임스는 명실상부 저널리즘의 아이콘이 되었죠.

하지만 이 엄청난 뉴욕 타임스 조차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생 미디어 업체였던 버즈피드나 허핑턴 포스트 등에 트래픽 측면에서 한참 밀렸었는데요, 기사의 질만큼이나 독자들을 확보하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큰 깨달음으로 디지털화를 시작합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뉴욕 타임스의 CEO였던 마크 톰슨은 "훌륭한 스마트폰 뉴스상품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다시 이를 큐레이션해 종이신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회사 업무를 재정의"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퍼스트'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료 구독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존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쉬운 것부터 도전했죠. 이를테면 요리, 십자말 퀴즈와 같은 서비스들을 먼저 디지털로 전환한 것이죠. 또한 젊은 인력을 대거 채용해 세대 교체를 꾀했고 인공지능, 가상현실, 인포그래픽 등 디지털 기술을 뉴스 콘텐츠와 접목시키기 위해 데이터 과학자나 엔지니어 등을 집중적으로 기용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뉴욕 타임스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스노우 폴(Snow Fall)'은 케스케이드 산맥에서 일어났던 눈사태를 1만 7000자가 넘는 텍스트와 66개의 모션 그래픽 등을 이용해 만들었던 스토리 텔링 탐사보도 기사입니다. 사이트 개설 후 6일 동안 290만명 이상이 방문했고 역시 2013년도 퓰리쳐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죠. 당시 신선한 충격과 인기를 가져오면서 이후 국내에도 새로운 스토리 텔링 기법 그리고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작년 n번방 사건을 다룬 경향신문 사건팀의 <n번방 리와인드, 디지털 성범죄를 되감다>, 한국일보 미디어플랫폼 팀의 <지옥고 아래 쪽방>, <고문밀실 남영동 대공분실> 등이 있죠.

어쨌든 뉴욕 타임스가 다각도로 혁신한 결과 2020년 2분기 뉴욕 타임스 디지털 구독 및 광고매출은 1억 8550만 달러로, 종이신문 구독 및 광고 매출인 1억 7540만 달러를 넘어섰고, 디지털 유료 구독자 수는 65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오는 2025년까지 디지털 구독자 수 1000만 명을 목표로 한다고 하니, 확실히 디지털화에서 승기를 잡은듯 합니다. 또 뉴욕 타임스 주가가 2020년 8월 기준 기존보다 44% 가까이 상승했으니, 많은 언론사가 말그대로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주목받는 건 당연합니다.

💬 우리도 믿고 보는 정론지를 만들 수 있을까?
저는 이 엄청난 뉴욕 타임스가 서울에 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 몹시 기대됩니다. 분명 시들어가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마땅한 긴장감은 없던 한국 언론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 같거든요. 문화적으로는 K-pop, 사회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세계의 한 축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 그리고 저널리즘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한국 언론이 뉴욕 타임스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방향성'을 잘 받아들여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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