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고양이 골골송은 스트레스를 받은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더군. 골골ㄹㄹㄹ…ㄱ..골.ㄹㄹㄹ…. 내가
 
019_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오막 to 한아임
2023년 4월
 


아임!

고양이 골골송은 스트레스를 받은 인간의 마음을 정화해주더군. 골골ㄹㄹㄹ…ㄱ..골.ㄹㄹㄹ….
내가 키우는 닥스훈트 루니도 잘 때 어떤 소리를 내나 얼마 전에 들어보았다. 사실 별소리 없이 새근새근거리는 숨소리였다. 가끔 그르르 하면서 코를 골긴 하지만. 
귀여운 것들이란 참 신기한 힘을 가졌다. 마음을 녹이는 힘. 루니에겐 내가 우리 4명의 가족 중에 4번째이다. 애정도가 꼴찌라는 얘기지. 그래서 집에 아무도 없을 때만 내 방으로 온다. 아빠->엄마->형->나 순으로 찾아온다. 가끔 집에 혼자 있다가 나가야 하는데 루니가 갑자기 와서 침대에 올려달라고 하면 나는 그대로 침대에 한 30분에서 1시간은 누워있는다.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서 내 허리 쪽 옆에 스르륵 하고 똬리를 트고 엎드려 잠이 드는 걸 보면 나는 나갈 수가 없다. 게다가 애정도 넘버4 에게는 잘 없는 기회이기도 하고 말이야. 


루니는 내가 미국에서 다시 귀국해서 고1로 복학하면서 데려왔으니까 벌써 17살이 되었다. 20살을 향해 가고 있으니 인간 나이로 치면 90대라고 보면 되겠다. 몇 달 전에 루니가 점점 아무것도 못 먹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골골대기만 하길래, 이젠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가 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데려가도 아마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고 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암은 아니었지만) 아마 이 나이대에는 자연스레 암도 생긴다며 혹여나 암이면 항암 치료로 고생시키기보다는 자연스레 가족 곁에서 세상을 떠나게 하려고 우리 가족 모두가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그게 불과 22년 10월? 11월? 정도였는데, 지금 다시 회춘해버렸다. 너무 건강해져 버렸다. 병원에서도 이유는 모르겠다고 하는 것 같다. 진짜 뼈밖에 안남았었던 루니에서 갑자기 4킬로까지 불었다. 4킬로면 루니 젊었을 적 몸무게와 거의 같다. 어떤 기생충 같은 게 너무 오랫동안 서식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병원에서 기생충 하나 못 잡아냈을까 싶기도 하고…어쨌거나 루니는 너무 활발해졌다. 병원 선생님도 루니가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하신다.

루니's 궁둥짝  

멍청해 보이는 궁댕이가 사랑스럽지? 
나중에 나의 집이 생기고 가정이 생기고, 혹여나 동물을 또 키우게 된다면 나는 아마 또 닥스훈트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소세지 체형…거부할 수 없는 소세지….

이렇게 누구는 갑자기 제2의 견생을 얻기도 하지만, 
최근에 희한하게도 타계하는 뮤지션들에대한 소식을 많이 들었다. 첫번째로는 류이치사카모도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몇 년 전에 한국에서 전시 같은 걸 열기도 했다. 구조물과 조형물들을 전시하고 거기에 영상과 음악을 공간에 입혀서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그런 전시였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즈음에 류이치 사카모토를 찍은 다큐멘터리 <코다>가 개봉을 했었는데 그것과 연관 지어서 전시까지 열었던 것 같다.

Ryuichi Sakamoto - Coda 2017 (Documentary 2018)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튜브에 떡하니 올라와 있다. 이렇게 봐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네.
거기서 커다란 포스터도 하나 샀던 기억도 나고. 그땐 내가 혼자 오피스텔에 살 때라 벽에 걸어두기도 했었다. 그 전시를 보고는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었다. 그전까지는 그저 ‘뉴에이지 아티스트’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만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일본, 그리고 일본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미친 음악적 영향이 대단한 뮤지션이더군. 실험적인 시도도 많이 하고 말이야. 그리고 젊었을 적 류이치 사카모토는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대중적으로도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스타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게…잘생기심…

Ryuichi Sakamoto - Heartbeat (Live)

여튼. <코다>를 보면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을 넘어서서 ‘소리’에 집중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실제로 이런저런 소리를 녹음하고 찾아보고 연구하는 모습이 나온다. 비 오는 날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비를 맞기도 하고, 전혀 음악적이지 않고 소음일 것만 같은 사운드를 이리저리 쳐보고 만져보고 수 시간 동안 하며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찾아내기도 한다. 음악을 하다 하다 소리 연구가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그의 최근 앨범을 들어보면 그 실험적인 고민이 엄청 녹아있다.

Ryuichi Sakamoto - 20210310

이런 앰비언트스러운 음악이랄까? 나도 정확히 표현하진 못하겠다. 암 투병을 하는 와중에도 이 앨범을 얼마 전 유작으로 남기고 떠나셨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며 작업에 몰두했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거대한 우주 속의 인간’ 같은 느낌도 있고. 트랙들을 듣다 보면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의 숨소리까지 다 녹음이 되었는데 이게 작곡하면서 감정적인 컨트롤로 인한 소리인지, 아니면 진짜 신체적으로 힘겨운 숨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둘 다 같기도 하다.

Ryuichi Sakamoto - 20211201

문득 이런 거장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작곡을 할까 궁금하다. 나는 깊은 생각을 하며 작곡을 하진 않는 것 같다. ‘이게 더 사운드가 좋군.’ ‘이런 이야기 정도면 이 음악과 잘 맞겠군’ 이런…내가 느끼기에도 가볍다랄까? 깊은 생각이나 감정이 바탕이 되는 곡을 작곡하게 되는 순간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그저 일처럼 매일 작업실에 가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만드는 음악도 좋지만(창작자라면 무조건 지녀야 할 요소), 그런 음악들을 만들다 보면 종종 줄기를 잃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억지로 이 곡의 기준이 되는 줄기를 세우려고 해도 안 될 때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갑자기 어떤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특정 감정이 느껴지거나 특정 서사가 느껴져서 1분 만에 무아지경의 세계로 빠져 줄기가 만들어지는 곡들이 있는데 그런 곡들이 결국은 더 ‘깊은’ 곡들이 되는 것 같다. 오랜 시간 깊게 판다고 해서 깊어지는 것이 아닌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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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 전엔 나의 어렸을 적 영상을 보다가 그냥 단번에, 그저 그러고 싶어서, 영상을 따라 피아노를 붙였던 곡이 있다.

Omak - 외식

곡이 매끄럽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과정을 거친 곡들에 애정이 가는 것 같다. 어쩌면 거장들도 그럴까. 궁금하다. 체계적으로, 수학적으로 계산 딱딱해서 코드 딱 짜고 멜로디 딱 짜고 스토리 딱 짜고 가사 딱 쓰고 이런 곡보다 순식간에 깊은 싱크홀로 빠져 만들어지는 곡들, 그런 곡들이 그들의 마음에도 더 애정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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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에 또 돌아가신 한 분, 원로가수 현미 선생님이다.
사실 현미 선생님에 대해 나는 잘 모르지만, 어렴풋이 그분이 지녔던, 대한민국 음악계 안에서의 무게감은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우연히 이 영상을 찾아보고 현미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시는 걸 처음 접했었다.

현미 - 밤안개 (1962 live)  

원곡이 재즈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재즈의 느낌이 물씬 난다. 곡 자체뿐만 아니라 보컬에서도 그 향기가 난다. 올드 재즈바에서 조용히 노래 부르던 옛 원로 재즈싱어들을 보는 느낌이다. 물론 이 영상에서만 이런 느낌으로 불렀고, 다른 무대에서는 아주 강력하게 부르기도 하셨다.

현미 - 밤안개 live  

이 영상은 무슨 엘라 피츠제럴드 (Ella Fitzgerald) 같다.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이니 자연스럽게 현미 선생님의 음악을 들으며 자랄 수 있는 그런 세대는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찾아보니 느낌이 참 묘하다. 다시 들어보니 아레사 프랭클린 (Aretha Franklin) 같기도 하고…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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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즈계에서도 레전드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색소폰 연주자 웨인쇼터 (Wayne Shorter).

Wayne Shorter Quartet - live in Bonn (2014)

 이분의 수많은 공연 영상 중 내가 제일 최근에 봤던 것을 가져왔다.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영화 <위플래시>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주인공의 선생으로 나오는 배우가, 

“(흘러나오는 락 음악을 들으며) 재능 없는 연주자들이나 저런 음악을 하지-“

다른 장르들을 폄하하려는 뜻은 없지만 재즈를 듣다 보면 정말 결국 음악 재능의 끝은 재즈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고도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현역으로 몇십 년을 ‘재즈’라는 필드에서 살아남은 뮤지션들은 정말 지구상에서 음악적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그의 명반들이 있지만 내가 젤 꽂혀서 많이 들었던 음반은 이거다.
Wayne Shorter - Adam's Apple (Full Album)  

앨범으로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집에서 아무것도 하고 여유로울 말야. 

이렇게 세상을 떠나가는 뮤지션들이 있다면 그와 동시에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뮤지션들도 있다. 

나의 지인이어서가 아니라 얼마 처음 싱글을 발매한박지지 소개하고 싶다. 이유는 하나다. 노래가 좋기 때문에.

박지지 - 사랑의 쿵쿵따
내 음원에 보컬로 참여해 준 적은 몇 번 있지만 본인의 음악을 낸 적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하려는 음악에 대한 생각이 뚜렷한 것이 느껴진다. 노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조만간에 나와 함께한 다른 음원이 (박지지 이름으로) 나올 텐데 그 음악도 기대해주길 바란다. 
2023년에 시작했으니 꾸준히 활동하기만 한다면 나중엔 아주 유명한 뮤지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자기 곤조(?)도 있고, 대중적인 감도 있으며 속에 담아 둔 하고픈 얘기들도 많은 것 같아 음악으로 풀어내면 아주 흥미로운 음악들이 쏟아질 것 같다. 

그리고 음원을 발매하면서 뮤직비디오도 같이 냈는데 이 뮤비도 아주 흥미롭다.
박지지 - 사랑의 쿵쿵따 M/V  

그리고 나는 이 뮤비 현장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캠코더로 현장을 담으며 메이킹을 만들게 됐는데, 좀 길긴 해도 나름 재밌게 잘 나온 것 같으니 시간 날 때 보면 감사하겠다.

박지지 - 사랑의 쿵쿵따 M/V 메이킹필름
그나저나 나는 5월 초에, 일본에 가게 될 것 같다. 일단 미국에 대한 계획은 하반기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5월에 일본이나 후딱 갔다올라고. 
안타깝게도 내가 사진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가진 시점에 코로나가 터져서 해외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가서 원 없이 찍고 오려고 한다.
그냥 사람 앞에서 막 플래시 터뜨리면서 찍는 용기를 가져보려 한다. 그리고 기타도 구경하고. 카메라도 구경하고. 여튼.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이었는데 약간의 해소는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다 항상 말하는 것 같긴 한데 진짜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일도, 작업도,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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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편지에서 숨만 쉬어도 세상에 이롭다고 해줘서 고맙다. 물론 너 또한 그렇다!
마지막으로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 발매가 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 Daniel Caesar 음반을 들으며, 안녕하겠다.
고럼 아님도 음악과 함께 소리와 함께 잘 지내고 있으려무나.
(그리고는 아임드리밍을 들으며 일찍 잠을 자야겠다…Zzz…)  
Daniel Caesar - Shot My Baby  
- 숨만 쉬어도 이로운 아임에게

오막이가

이번 편지를 보낸 오막은...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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