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되어준 독립영화' 특집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4 '첫 독립영화' 특집
9월 2일 오늘의 큐 💡
Q. 님, 독립영화를 좋아하게 된 순간이 기억나세요? 💕

님!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혹은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인디즈 큐를 읽고 계신 거겠죠? 가끔 독립영화를 보러 산 넘고 물 건너...까지는 아니지만, 무자비한 상영시간을 헤치고 머나먼 독립영화전용관을 가고 있다보면 이런 생각 들지 않으신가요? "내가 어쩌다 독립영화를 좋아하게 됐더라?"

매주 독립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인디즈들에게도 독립영화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입덕작'이 있는데요. 오늘은 인디즈의 '첫 독립영화'를 소개합니다. '처음'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생각나는 작품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요. 오늘 인디즈는 각각 결정적으로 독립영화를 사랑하게 만든 작품, 또 처음 독립영화의 세계로 이끈 작품을 꺼내보았어요.
<윤희에게>로 많은 관객을 만났던 임대형 감독의 전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독립영화를 보러 다니기 시작하던 그 때, 운명적으로 다가오게 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독립영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바로 그 장르! 바로 단편영화죠. 말그대로 '어쩌다' 영화제에서 마주한 뒤 단편의 세계에 빠지게 만든 곽새미, 박용재 감독의 중단편작, <여름의 끝자락>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지난 '여.캐.소' 특집을 보며 "나도나도! 제 여.캐 소개할래요!" 인디즈 큐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캐릭터를 소개해주신 분들이 계세요. 오늘 레터 마지막에서 다른 이들의 '최애여캐'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비록 극장에선 자주 만나지 못하는 시기지만, 매주 이렇게 인사를 나누어 좋습니다. 님, 9월도 건강하게 인디즈 큐와 함께 해요! 🙏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소개하며
처음이 되어 줄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

처음이 되어 준말하자면 나를 독립영화로 이끌어 준영화를 소개하기로 했지만, 말하고 싶은 처음들이 꽤 많이 떠올라서 어떤 처음을 잘 포장해서 말해볼까, 오래 고민했다. 운명을 여전히 믿는 탓인지 모든 영화와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떠올랐던 많은 처음들 중에서도 그런 의미의 운명적인 첫 만남을 했던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인생의 타임라인에서 동떨어진 기억의 조각으로 존재하는 순간이 있다. 2016년의 마지막 영화였던 임대형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극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아직까지는)으로 본 날이다. 이즈음의 대부분의 기억이 거의 희미한데, 그래서 이 영화를 어떻게 보러 갔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영화를 보던 순간과 영화를 보고 나와 버스를 탔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다시 봐도 슬픈 영화는 아닌데 왜인지 이 영화를 처음 마주하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영화가 나의 인생에 너무 중요한 영화가 되겠구나, 하고 보면서부터 이미 확신했던 것 같다.
 
여전히 이 순간을 가끔 떠올리며 산다. ‘어떤 영화는 인생을 바꾼다는 이 흔한 말을 체감하게 만드는 영화는 어디서 어떻게, 어쩌면 만날 수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그래서 운명적인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일까 봐 조급해지는 경험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각은 무뎌가기만 한다는데, 아주 좋은 기억은 희미해질 일만 남았는데, 또 한 번 이런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까? 이런 불안 혹은 기대가 종종 머리를 스친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나에게 이런 의미인 것 같다. 또 다른 운명적인 처음이 되어 줄 영화를 다시 한번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 이 사적인 경험을 말하는 글이 당신에게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행간을 채울 당신의 사적인 기억 또한 있으리라 믿는다

-인디즈 14기 정성혜

 〈여름의 끝자락〉을 소개하며
39분의 첫 만남

첫 시작은 누구에게나 설레고 두렵다. 처음이고, 해보지 않았다는 경험의 역치란 누구에게나 공평하므로. 내게 첫 시작이 된 독립영화는 한 대학의 졸업영화제였다. 당시 핫하디 핫한 배우가 등장한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아침 9시부터 줄을 섰건만 내 앞의 앞에서 영화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이 곳을 나가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뭐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당일 영화 볼 수 있는 회차는 거의 다 예매했는데, 그 중 한 편이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내 첫 시작이었던 독립영화는 단편도, 장편도 아닌 중장편이었다. 1시간 내지 50분 분량의 드라마, 혹은 10분 내외의 유튜브 영상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러닝타임 39분은 처음 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40분도 아닌 1분이 모자란 39분 속에 무더운 여름 날씨와 세 소녀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낸 걸까. 독립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그렇게 낯선 숫자로부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한 소녀의 집착과 그 집착이 불러일으키는 파국. 충격받기보다 심리를 솔직하게 파고드는 카메라가 좋았고, 경악했다기보다 긴장을 좀처럼 풀 수 없는 연기력에 감탄했다. 어떠한 필터 처리 없이 솔직한 땀냄새가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이 영화가 좋았다
이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독립영화를 사랑했던 것 같다. 여러 편을 보고, 여러 극장과 여러 영화제를 전전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모든 애정의 시작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다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본다면 독립영화에 막 첫 발을 뗀 나와 지금의 나는 또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있을까. 시작은 누구에게나 설레고 두렵지만, 시작에 시작을 거듭할수록 첫 시작이 애틋해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인디즈 14기 서지원
내 여.캐도 소개합니다 🎤
3주에 걸친 여.캐.소 특집을 읽으면서, '아, 내 여캐도 소개해야하는데!' 손가락이 들썩거렸던 분들 계실까봐, 지난주 레터 마지막에는 인디즈 큐 구독자 분들의 이야기를 부탁드렸는데요. 많은 분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자신의 독립영화 여성캐릭터를 보내주셨어요. 역시 사랑은 표현해야 커지는 것 같네요💕 님, 애정이 듬뿍 담긴 소개글 같이 읽어요!
*사연이 소개된 분들에게는 이번주 중, 작은 선물이 도착할 예정이에요💌
<벌새>의 영지
인디즈도 꼽은 적 있는 많은 이의 인생 캐릭터, <벌새>의 영지선생님!
💬 "단순히 영화로 느껴지지 않고, 제 삶과의 공통점이 많았어요. 공감도 많이 되었고 한편으로 위로도 받았구요."
<야구소녀>의 주수인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곧고 강인한 캐릭터예요⚾️
💬
 "수인이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이에요. 지지해 주는 인물이 없을 때에도, 늘지 않는 구속에 좌절할 때에도 수인이는 묵묵히 공을 던지고, 운동장을 달려요. 그렇게 수인이는 주변 인물들을 변화시키고, 스스로도 성장해요. 수인이를 보면 달려갈 힘을 낼 수 있어서 저는 주수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집도 없고 남자도 없'지만 복은 많은 찬실!🧧
💬 "스스로의 부족함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인정하면서 사랑하는 것들을 돌보는 것이 쉽지않은데 찬실이는 묵묵하게 해내요. 강말금 배우가 찬실이를 무지 사랑스럽게 연기하기도 했구요."
<김복동>의 김복동
유일한 다큐멘터리 영화! 인디즈가 뽑은 <칠곡 가시나들>의 주인공들도 떠오르네요. 단단하고 아름다운 인권활동가, 김복동입니다.
💬 "그 단단함과 기지는 어디서 솟아오르는 것인지!"
<메기>의 여윤영
이주영 배우의 재등장🤭 흔들리고 불안하면서도 결코 피하지않는 인물, 윤영입니다.
💬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가 데이트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여윤영은 고민 끝에 직접적으로 남자친구에게 사실을 묻는다. 여윤영은 연애를 하는 모든 여성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가장 현실적인 여성 존재로써, 마치 조금은 유난스럽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들에게 보내는 위로 같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행에 따라 더욱 강화된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모두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협조 바랍니다.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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