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린 옷은 가나와 칠레뿐만 아니라 인도 등 여러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됩니다. 가나와 칠레의 사례처럼, 최근 몇 년 새 의류 폐기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 산처럼 쌓여가고 있고요.

이러한 상황의 원인으로는 ‘패스트패션’을 꼽아요. 패스트패션이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게 유통하는 의류를 뜻해요.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만들어, 빠르게 소비한다는 의미이죠. 일반 패션 브랜드가 계절별로 1년에 4~5회 신상품을 출시한다면,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1~2주 혹은, 3~4일이나 하루 만에 신상품을 출시하기도 해요.

이런 패스트패션은 SPA 브랜드 기업이 주도해요. 자라, 유니클로, H&M이 대표적인 SPA 브랜드로, 자체 상표를 가진 의류회사가 점포까지 직접 열어 운영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패션 업체가 옷을 기획·생산부터 직접 판매까지 하는 방식으로, 중간 유통 과정이 생략돼 제품 공급 시간과 제품 가격을 줄일 수 있죠. 

SPA 브랜드는 소비자의 요구나 유행을 재빨리 반영해 단 몇 주 만에 신상품을 대량 공급할 수 있어요. 또한 고객 반응이 좋지 않아 재고가 남을 만한 제품이 있으면 빠르게 할인해서 팔아버리죠. 소비자들은 최신 유행 스타일의 의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더 자주 찾게 되고요.

“작년 이 계절에 뭘 입었더라?”, “입을 옷이 없네”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을 사는 일. 

혹시 님도 공감되시나요? 패스트패션은 저렴하기 때문에 한 번 살 때 여러 벌을 구입하게 돼요. 그리고 대부분 유행을 타는 옷들이라 한 해만 지나도 손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죠. 

저렴한 가격이 과소비를 불러일으키고 낮은 퀄리티의 옷이 과도한 의류 폐기물을 만들게 되는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0억 개의 의류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20년 전보다 생산량이 400%나 증가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옷 중 땅에 묻히거나 불에 타는 비율이 73%라고 하죠. 옷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열 벌 중 일곱 벌은 버려지는 현실인 거예요. 실제로 2018년, H&M에서 40억 달러(약 4조 4620억 원) 상당의 팔리지 않은 재고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적도 있었어요.

한편 패션 업계에서 시즌이 지난 재고 의류를 처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이월 상품으로 할인 판매하거나 기부, 업사이클링, 소각이 있죠.

명품 브랜드의 경우에는 대부분 이미지 문제로 시즌이 지난 재고 상품을 소각하거나 매립해요. ‘시즌 상품이 남았다’는 사실이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죠. 물건을 하나 더 파는 것보단, ‘품귀현상’으로 이미지를 챙기는 게 더 이득이 되는 거예요.

지난 2018년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2860만 파운드(약 400억) 상당의 옷과 장식품, 향수 등을 태워 환경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어요. 다른 여러 브랜드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그러나 제품을 소각하는 이유가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녜요. 재고를 태운 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러한 이유로 일반 브랜드에서도 재고 상품을 소각하고 있어요. 더불어 재고를 창고에 보관하며 관리하는 비용 대비 소각 처리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옷은 버려져서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뿐만 아니라,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주인이 생기고 버려지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 오염에 영향을 미쳐요. 생산∙유통∙소비∙처리 모든 단계에서 수많은 물을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내뿜는 등 문제가 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