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는 월가의 대표 비관론자로, 세계 경제의 불안한 모습을 미리 경고하여 ‘Mr. Hardlanding(미스터 경착륙)’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여파를 진단하면서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세계성장률은 최대 0.5%p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최대 0.75%p 증가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전쟁 후 유가가 치솟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죠.
또한 미국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연준이 오는 5월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주장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세계 공급망 혼란이 끝날 것이라는 연준의 당초 판단에도 부정적이었던 로치 교수는 러시아가 현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서방의 제재보다 중국의 움직임이 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중국이 세계평화를 위해 러시아가 전쟁을 멈출 것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죠.
위스콘신주립대를 거쳐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로치 교수는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경제분석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구원,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와 전무이사를 거쳐 아시아지역 회장까지 맡은 화려한 이력으로 유명합니다. 아시아 전문가로서 2014년 저서인 ‘언밸런스드: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의존성’을 통해 미·중 경제 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2001년 당시 미국 경제가 IT 거품 붕괴 후 잠시 회복했다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하자 “W자형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다”며 ‘더블 딥(이중 경기 침체)’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2005년에는 미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위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했는데, 실제로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더욱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런 그의 비관적인 전망이 이번에도 들어맞을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