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7월16일 월요일 오전 5시 30분, 새벽 여명이 동트는가 싶은 시각에 미국 뉴멕시코 앨러모고도 공군기지 사막지대에서 태양이 폭발한 것과 같은 거대한 섬광이 대지를 대낮처럼 밝혔습니다. 곧이어 하늘을 갈라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버섯 구름이 피워 올랐습니다. 지구상 최초의 핵실험은 이렇게 우리 인류에 다가왔습니다. 여러분, 당시 이 핵실험을 실행한 미군부의 작전 암호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트리니티(Trinity)'입니다. 트리니티는 기독교의 삼위일체 즉 성부,
성자, 성령 등 세 위격을 뜻합니다.
왜일까요.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미국은 핵무기 개발을 서두릅니다. 이
전체 계획은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립니다. 1944년 맨해튼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소장
오펜하이머는 인류 최초의 핵폭발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삼위일체의
성스러운 의미를 담아서 미국은 자신들은 언제나 정의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으며, 주님을 위해선 사탄의
나라인 적국에게 원자폭탄 투여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논리로 무장하길 바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핵실험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들은 원자폭탄의 구조와 거대한 버섯구름의 열량, X-선과
방사선, 충격파 등을 정밀하게 계산해보고는 지구를 불타는 별로 만들지나 않을까 번민의 밤을 보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의
걱정과 달리 일단 이 핵실험은 지구를 태우지는 않았지만 저는 핵실험은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금단의 땅을 밟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의 영역을 넘어버린 인류, 인류는 그 이후 핵의 공포와 위험 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물론 전세계를 전쟁의 공포에 몰아넣은 2차
세계대전을 단숨에 끝낸 것도 핵무기의 위력입니다. 신의 선물일까요, 아니면
죽음의 유혹일까요.
첫
핵실험을 했던 장소, 그 사막지대는 호르나다 델 무에르토(Jornada
del Muerto)로 불리는데, 그 의미는 '죽은
자의 길'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죽은 자의 길,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2020,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해 첫 행보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돼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 등이 "백두산 기상을 안고 정면돌파전으로 용진"할 것을
다짐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는
조선노동당 창건 75년이 되는 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육성 신년사는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례적으로 나흘간에 걸쳐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2020년을 맞는 국가 사업과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 4일차 보고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은 2018년 4월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 전환하고,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등 일련의 비핵화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를 사실상 되돌리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과 대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선친의
사망으로 20대의 어린 나이에 최고영도자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핵무력 완성에
주력했습니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가능한 수소탄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한반도의
운명이 김정은의 선택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전해졌던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의 여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듬해 '하노이 노딜'의 허탈함도 함께 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미국의 선택을 전제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습니다. 핵을 손에 쥔 김 위원장은 끝내 어떤 길을 걸을까요. 그리고
한반도 남쪽에 사는 우리들은 어떤 각오로 '새로운 길'을
맞이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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