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레터에서 공지한 것처럼 이번 주에는 총총레터 11호가 발행되지 않습니다. 대신 번외편으로 여러분이 독자 엽서에 써주신 질문에 답변을 가져왔어요. 모든 질문에 답변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몇몇 보석 같은 질문은 다음에 좋은 자리에서 길게 이야기 하고 싶어서 아껴뒀어요. 다음 기회에 또 답변하도록 할게요!

독자 엽서 보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독자 엽서를 읽으며 총총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감사해요!! ❤️

1년 전, 2019년 6월에 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홈페이지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알게 되었는데, 그중 뉴스레터 서비스 붐에 맞춰서 여러 메일링 서비스 업체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는 새로운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번에는 카카오톡 링크 공유 기능을 만들어봤어요..! 👉클릭)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 홈페이지에 메일링 신청 폼을 넣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받기는 했는데, 어떤 식으로 메일을 보낼지 고민하고 망설이기만 하다가 반년 이상 흘렀던 것 같아요.  

그러다 새로운 계기가 된 것이 지난 2월에 진행한 <우리의 일에 대하여> 세미나입니다. 문화예술계 종사자 다섯 분과 함께 일과 커리어, 노동 조건 등에 관해 이야기한 세미나인데요, 그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금의 뉴스레터 형태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세미나는 같은 문화예술계 안에 있지만 다른 경험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제 시야도 넓어지고,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 덕분에 아이디어와 용기를 얻어 지금의 뉴스레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이십대 때부터 제가 미술 전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전시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어요. 동시대 미술 전시에 관심은 있는데, 요즘 하는 전시 소식을 접할 경로는 없었던 친구들이 있었던 거죠. 그런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미술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유튜브 같은 것을 하고 싶었어요. 북튜브의 인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거든요. 미술도 그런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유튜브형 인간이 아니어서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인스타그램 형식도 생각해봤는데, 원하는 모양이 잘 안나오더라고요. 그런 고민 중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미나에서 뉴스레터라는 형식의 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뉴닉 같은 무료 뉴스레터 서비스를 상상하면서 만들었어요. 시사뉴스를 쉽게 풀어주는 뉴스레터 서비스처럼 동시대 미술 전시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주는 뉴스레터를 구상했습니다.  

또한 비평에 관한 제 생각이 변화한 결과이기도 해요. 이전까지는 늘 긴 글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빠르게 유통되는 짧은 글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미술 전문지에 실리는 긴 글을 읽는 독자층과는 다른, 짧은 글을 원하는 다른 독자층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미술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비평과 글에 대한 생각은 늘 현재 진행형이어서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쓰고 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 기획자가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많은 일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한테는 그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미술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아서 그걸 만드는 창작자들이 어떤 의미로든 잘 살게 되는 것이요. 총총레터를 통해 여기 이렇게 재미있는 미술이 있다고, 우리와 같은 시간과 장소를 사는 사람들이 만드는 미술이 있으니 좀 봐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물론 이것도 제 품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대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지금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인 문화기획활동 긴급지원 190시간’에 선정되어 약간의 기금을 받았어요. 그 기금으로 전시 보러 다니면서 밥도 먹고 책고 사고, 11호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코너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주로 온라인에 짧게 올라오는 전시 소개글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되고, 가끔은 먼저 가신 분이 올려주신 사진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되기도 해요. 가급적 다양한 공간의 전시를 소개하려 노력하고, 동일한 전시 공간의 전시를 소개할 때는 간격을 두려고 해요.

어떤 전시를 보고 싶은 마음을 1~10단계로 표현한다면, 접근성이 좋은 전시는 보고 싶은 마음이 5만 되어도 보러 가고, 심지어 1이라도 시간만 맞으면 보러갑니다. 그렇지만, 전시장이 너무 멀면.. 8정도는 되어야 몸이 움직입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구독자님 말씀에 제 전시 관람 습관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네요. 😂

전시 사진을 한 장만 쓰는 것은 텍스트가 중심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같이 있으면 아무래도 이미지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전시 이미지를 접합니다. SNS에는 전시에 대한 말은 많지 않지만 전시 이미지는 정말 많습니다. 총총레터는 텍스트로 전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이 독자가 직접 전시장에 가서 전시를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총총이란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냐면요. 이건 진짜 처음 얘기하네요. 사실 어감이 좋은 단어를 고른 게 첫 번째 이유예요.('옐로우 펜 클럽'에 아무 뜻이 없는 것처럼요.) 그 뒤에 몇 가지 의미가 있기는 해요. 가장 큰 의미는 편지의 맺음말로 쓰는 ‘총총’입니다. 편지를 ‘총총’이라는 한자어로 마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저는 늘 그 단어를 쓰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었습니다. 서신의 끝을 ‘총총’으로 맺는 것은 굉장히 클래식하고 낡은 느낌을 주면서도 동시에 의태어 ‘총총’의 귀여운 느낌을 주는, 두 가지 이질적인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총총’이 제 이름이 되어서, 편지를 ‘총총’하고 마치면서 끝인사와 보내는이 이름을 겹쳐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바쁘게 걷는 모양의 의미로 ’총총’거리며 전시를 보러 다닌다는 의미🏃‍♀️, 별이 ‘총총’처럼 총명한 느낌🌟까지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데'와 '-대'는 정말 헷갈리는 어미인데요. 저는 평소에는 간단하게 내 경험을 이야기하면 "밥 먹었는데~"로 하고, 들은 이야기를 하면 "밥 먹었대~" 정도로 구분하면서 써 왔는데요. "있다던데"는 소식을 전달하는 느낌이어서 "있다던대"로 착각했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던대'라는 어미는 없다고 합니다. 오직 '-던데'만 있어요. 맞춤법은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없네요. 😂 앞으로는 더 세심하게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던데' 항목 보기

📌국립국어원 '-던데', '-던대' 상담 사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