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저는 이 드라마의 화제성이 방향을 전환하는 시점에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보통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 해당 드라마와 관련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하고 팬덤이 형성되어 후속 작업을 요청하기도 하는데요. <우영우>의 경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가 만들어졌는데 특이하게도 남초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 갤러리에서 우영우를 대상화, 희화화하거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너무 심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커트 머리라는 점과 박원순이 만든 대안학교 출신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매 회차 별로 '페미가 묻은' 장면을 찾아내는 등)
ㄱ) 인기를 얻을수록 백래시의 대상이 되고 있군요. 드라마의 어떤 점이 디씨 사용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ㅈ) 놀라운 반응이네요.
ㅂ) 방향을 전환하는 시점이라면, 금융사의 부당 해고에 관해 다룬 에피소드였나요?
ㄷ) 네 아마도 그 시점 이후 특히 남성 시청자의 비판과 이탈이 큰 것 같고, 거슬러 올라가 두 로펌 대표가 여성인 점, 2회차에서 여성 동성애를 다룬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우는 게시물을 본 것 같아요.
ㄷ)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지능이 높은, 고기능 장애가 있는 우영우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성장서사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우영우는 법리적 해석에 능하지만, 재판에 이기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요.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른 드라마와 달리 법-질서의 승인 하에서 인권이나 정의, 차별 등을 문제 삼는다는 점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ㅅ) 우영우를 다 보진 않았으나 은행 화폐 측정기(?) 에피소드나 농협은행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 등을 볼 때 실제 판결은 어쨌든 거대 기업이 승리하였는데요, 그러나 그 승리 반대편에 개인의 죄책감이나 병? 통증?(정명섭 변호사 각혈 등)을 대조시키는 부분이 눈에 띈 것 같아요. 그 과정을 보면 묘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승리의 편은 사회적 부를 가져가지만, 자성과 성찰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거나 혹은 성찰의 지점을 덜 확대시키는 걸까 등등 생각이 들었어요.
ㄷ) <우영우> 인기로 인해 자폐스펙트럼과 장애에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에 대한 혐오를 드라마와 갈라놓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우영우는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ㅂ) 앞선 논의를 따라가며 생각하다 보니, 왜 드라마의 배경이 거대 로펌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어떤 에피소드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로펌을 옹호하는 듯한 표현도 있었는데요, 거대 로펌처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또 기여하고자 하는 곳도 없다는 식의 대사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거대 로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기업 친화)을 신경 쓴 것이겠지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는 반감이 들었습니다.
ㅈ) 우영우의 법에 관한 지식(지성이라고 부르겠습니다)은 타고났고 저절로 발휘되는데 감수성은 타고난 것이라 할지라도 약하며 외부의 자극을 통해 촉발되고 커져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적 감수성은 준호를 통해서, 인권 감수성은 다른 인권변호사(사내부부 해고사건)를 통해서….
ㄷ) ‘법무법인 태평양’등에서 자문을 얻었다고 하는데, 저 역시도 드라마의 순응성이랄까요 보수성을 느끼는 대목이 종종 있었던 것 같아요. 전장연 시위에서 우영우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이해와 관심을 요청했을 때, 우영우는 피해를 입히지 않지 않느냐라는 댓글이 꽤 많았어요. 마치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처럼 지금 '대중이 허락한 장애 재현'이 아닐까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ㅈ) 우열주의가 우영우의 출생을 그리는 서사에도 배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출신 아버지에, 같은 서울대 출신에 로펌 대표이면서 법무부장관 후보인 어머니 식의 일종의 영웅 스토리.
ㄷ) 네. 우영우의 뛰어남을 보여주는 장치들이 꽤 많네요. 한국식 능력주의와 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ㅈ) 사내부부 해고사건에서 상대 쪽의 인권변호사는 ''피해(?)'를 입히는 변호사'로 등장하는데 우영우는 극중에서 이 인권변호사와 피해자들의 시위행위에 상당한 호감을 느끼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ㅅ) 저는 그런 부분에서 거대 로펌에서 신입변호사들이 거치는 경쟁도 눈에 띠었습니다. 그런 부분은 드라마 이전 <굿와이프>에서도 나타는 것 같고요. (그때는 전도연이 신입변호사였지요) 사실 영우, 수현, 민우 가 경쟁하는 구도이기도 하고요. 그때 공정한 경쟁이 무엇인지 질문 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ㅈ) 태산과 한바다 사이의 기업 간 경쟁도 드라마의 한 축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공정이 이 대목에서도 논의될 수 있는 것일까요? 조국 사태 이후 공정 경쟁, 경쟁의 공정성이라는 담론이 자리 잡았는데 이런 말이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ㅅ) 태산과 한바다는 이름에도 드러나듯이 작가는 이들을 대립으로 두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들의 공정이 무엇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사실 두 그룹은 정치세력, 자본과 긴밀하게 움직이는데 이 안에서 공정을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의사협회(!) 손님이 떨어져 나가자 동료변호사에게 고함을 듣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요.
ㅈ) 그러고 보니 이름에서도 로펌을 매우 우아하게 그렸네요. 개인적으로 법이 삶의 중심무대로 등장하는 시간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약한 시간이며 그 약함의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ㅅ) 그때에도 (극 중) 최수연이 "의사 증인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는 비슷한 대사를 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이 선배변호사의 잘못으로 드라마는 "대사" 상으로는 발언하고요. (실제 그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농협사건과 같은 정의와 관련된 사건을 다루지만, 에피소드가 변호사들의 성장을 돕는 재료는 아닐까 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 장애를 다르게 다루는 드라마, 선함을 중요한 테마로 다루는 드라마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영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ㅈ) 87년 체제가 들어서고 대의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점점 법이 우리 삶의 중심무대로 들어오고 사법부는 물론이고 국회, 행정까지 법조인이 헤게모니를 잡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대통령도 법조인인 시대인데 노무현, 문재인은 변호사, 윤석열은 검사입니다.
ㅅ) 그런 의미에서 제가 느낀 죄책감이나 성찰을 개인화 시킨다는 지점이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ㅈ) 언론계도 법조인들이 담론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ㅂ) [매거진 한경] ‘우영우’ 열풍에 웃는 로펌들…“더 이상 ‘어둠의 온상’ 이미지 No”↗
문제적인 현상들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변호사 개인이 (드라마의 경우는 '민우') 경쟁의 공정을 부르짖는 것은 (뒤틀린 방식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미 한 달에 천 삼백을 받는 대형 로펌 변호사이지만, 더 올라가지 않으면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로펌 간에는 왜 그렇게 경쟁하는 것일까요? 업계 1위가 아니라고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닐 텐데요. 드라마 속에서는 ‘짱들의 자존심 대결’ 같은 것으로 그려진 것 같습니다.
ㅈ) 사회적 불의를 저지르는 것으로 로펌이 승리하는 것을 우영우가 일정하게 미학적으로 정당화해준 셈이랄까요?
ㅅ)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는 첫 에피소드의 할머니가 어떻게 거대 로펌에 의뢰를 했을까, 혹은 가난한 사람들이 등장할 때 의뢰할 돈이 어디서 났을까 궁금했어요. 거의 양대 산맥 로펌처럼 나와서, 비용이 적지 않을 텐데 등등이요.
ㅅ) 상대적으로 국선 변호사는 헐겁게 그려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선족? 사건의 경우)
ㄱ) 네, 저도 궁금했습니다. 아마 사회공헌 차원에서 하는 것 같긴 한데요. 하여튼 궁금했습니다.
ㅂ) 네, 보여주기 식으로 적당히 수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옆에만 앉아 있으려 했는데, 우영우가 엉뚱한(?) 포인트를 짚어내 사건이 커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ㄷ) 로펌에서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인권 사건을 맡는다는 식으로 이야기 된 듯합니다.
ㅅ) 그런데 우영우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인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장애라는 특성을 활용하는 건 아닌지 긴장하게 하지만요)
ㄷ) 맞는 말씀입니다. 그 과정에 아직 신입인 우영우의 변호사로서의 성장이 놓여있기도 하고요.
ㅂ)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다는 표현이 무척 씁쓸하게 다가오네요.
ㄷ) 그런데 우영우가 규범적 사회 질서에 편입되는 것이 반드시 로펌 변호사로 잘 안착되어야만 가능한 것일까요.
ㅅ) 우영우의 성장이 어디로 확장될지가 중요한 지점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성장을 하는 존재일 것 같아서요.
ㅈ) 어떤 회차인가(어린이해방동맹?)를 보다가 나는 이후에 우영우가 로펌을 나와서 인권변호사로 독립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지만)
ㄷ) 오늘 마지막 회가 어떻게 매조지 될 지 궁금하네요. 리메이크도 되고 다음 시즌을 만든다는 소식도 있기는 하지만요.
ㅅ) 최수연의 대사 중 "니 성적에 로펌을 못 들어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과 유사한 대사 있었던 걸로 보아 어쩌면 지금 우영우 드라마 세계 안에서는 우영우가 정당하게 능력에 맞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고수익의) 변호사가 되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ㅈ) 태산에 상당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복선을 깔긴 했는데 이후에라도 로펌 체제 자체를 문제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ㅂ) 드라마 1회에 반짝반짝하는 장면들이 참 많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영우와 준호가 왈츠를 추며 로펌의 회전문을 나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들뢰즈가 말한 연인 기계처럼 아름다운 탈주선을 그리는 장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보아야 알겠지만, 제 마음속의 결말은 이미 1화에서 다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ㅎㅎ
ㅈ) 네 매우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왈츠 리듬이 우영우가 로펌 문들을 드나드는 열쇠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ㅇ) 변호사인 자폐인 우영우의 설정은 집중된 고도의 능력을 갖게 하고, 한편 외부적 통로는 미약한 이 존재적 조건에서부터 소위 정상적인 사람들과 차별적 성격을 부여하는데, 권모술수의 상황 속에서 사이다 같은 희망이 생겨날 때 등장하는 고래는 개인 우영우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들과의 협력의 한 가운데에서 생겨나는 에너지나 힘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자폐인 우영우의 사회적 성숙이라는 개인성보다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 속에서 수없이 깎여 나가는 우리들의 순수성이나 올곧음, 편견에 사로잡히거나 억압에 몸을 낮출 줄 모르며 자신의 생각을 밀어나가는 삶의 긍정적 힘을 표상하는 우영우 이기를 드라마틱하게 상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ㅅ) 네 우영우는 혼자 고래를 불러내기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고래를 불러내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새로운 관계들과의 협력의 에너지라는 부분에 공감이 됩니다.
ㅈㄱ) 성장의 세계관은 어떤 장애를 필연으로 내포하고 변화에 대한 의식들을 필터들에 투영시켜 흐리게 하는 효과를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떠돌고 방황하려고 사회를 유지할지 의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