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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읽지]  2021-09-02 #70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photo by pixabay

언젠가 우리도 터전을 옮겨야 할지 모른다
소니아 샤 지음, 성원 옮김
메디치 펴냄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이주했다. 터전을 옮기는 것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의 공통된 특성이다. 심지어 식물도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옮겨간다. 야생의 일부분인 인간도 마찬가지다. 2015년에는 전 세계 1500만여 명이 어쩔 수 없는 이유(자연재해, 정치 불안 등)로 자기 나라에서 탈출해야 했고, 2045년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사막지대에서 6000만명이 거주지를 떠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100년이면 해수면 상승으로 1억8000만명이 추가로 이주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류사 차원에서 이주는 자연스럽지만, 각국 정치인들은 이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그러했고 유럽의 정치지도자들과 언론매체 역시 고향에서 쫓겨난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혼란을 가져다준다는 프레임을 쌓아올렸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같은 이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과학자들의 잘못된 주장과 정치인의 위험한 신념이 결합하면서 공고해졌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혐오의 ‘기원’에, 잘못된 우생학에 대한 믿음과 이를 확대 재생산한 정치인들의 결정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믿음이 서로 결합되는 과정을 상세하고 꼼꼼하게 쫓아가며 반박한다.

국내 독자들에게 이 책의 논의는 다소 급진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이라는 공간의 인구밀도가 낮아진다면? 인구가 줄어들고 지방 곳곳에서 ‘사람’을 필요로 한다면? 이미 그런 현상은 발견되고 있고 ‘계절 노동자라도 보내달라’는 요구가 지자체에 빗발친다. 정책 당국은 이주민을 최대한 ‘통제 가능한 노동력’으로 다루려 하지만, 전 세계 차원에서 생존하기 위한 이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이주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김동인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금융회사, 그들의 사기
홍성준 지음, 레인북 펴냄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선 금융사기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기 범죄, 특히 금융사기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책이다. 각각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DLF펀드 사기 판매,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 등의 전말을 상세히 다뤘다. 저자가 지난 십수 년 동안 금융 부문 시민단체(약탈경제반대행동)에서 활동가로 일해온 덕분인지 현장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금융사기 상품은 물론 사실상 사기로 간주해야 할 정도의 고위험 상품들이 관련 법의 그물망을 어떻게 비켜나가 거래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차단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어떤 사법개혁이 필요한지도 친절하게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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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
콜센터상담원 지음, 코난북스 펴냄
“ ‘전화기 너머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콜센터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필자의 경험이 생생히 담겼다. 책을 읽다 보면 새 학기 선물 주문과 반품 요청이 나란히 쏟아진다는 봄부터 난방가전을 둘러싼 클레임이 유독 거세다는 겨울까지, 상담사의 사계절을 함께 겪은 양 숨이 가빠진다. 어떻게든 상담사를 모멸하려 드는 ‘진상 고객’들의 단골 레퍼토리엔 숨이 턱 막히기도 한다. “네가 그러니까 콜센터 같은 데서 일하지.” 서류 한 장으로 취업이 가능하지만 한 달 내에 취업자의 절반이 그만두는 기간제 노동의 최전선. 스스로를 ‘욕받이 무녀’라 칭하는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인으로서 자긍심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회사는 물론 고객의 부당한 요구를 단칼에 잘라버리는 상담사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지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책이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남궁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 편지를 읽고 선생님이 저랑 절교할까 봐 두렵습니다.”

연재 노동자 이슬아와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의 서간 에세이가 묶였다. 연재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던 이들의 왕복 서간은 조금은 낯선 온도의 우정을 보여준다. 친절한 체면치레 대신 예상치 못한 솔직함으로 독자(와 남궁인)를 긴장시키는 건 이슬아 작가다. ‘저는 남궁인과 함께 남궁인의 문장을 부정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반장과 회장을 역임하신 건 알고 있지만 (이메일) 아이디를 insiders라고 쓸 정도로…’ 등등. 특히 이슬아의 마지막 편지 ‘남궁인밖에 모르는 남궁인 선생님께’는 SNS에서 폭발적인 횟수로 공유되며 뭇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기도 했다. 가히 시대의 최전방에 선 편지다. 읽을수록 느끼하고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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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조금
유진목 지음, 책읽는수요일 펴냄
“다른 것이 되지 못한 나는 나인 채로 살고 있다.”

‘나는 부모가 싫었다’라는 문장 앞에 오래 서 있게 된다. 부모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를 사랑해야 한다고(심지어 공경해야 한다고) 배운다. 시인은 그러한 가르침에 어떤 권위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잘한 일이 집을 떠난 일이라고 적는다. 세상에는 가족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준다. 그 덕분에 ‘어떤 독자’는 후련해진다. 용기를 얻는다. 집을 떠날 수 있는 힘을 내본다.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부모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 자식을 아끼고 보살피는 부모들. 그래서 작가가 좋아한다는 방식으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책 슬퍼 뒤짐.”

장정일의 독서 일기


아무리 좋은 약도 오남용의 위험이 있듯이 자기 계발서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유익한 것은 아니다. 당신이 상위 20%에 속하거나 예술가·스포츠 선수와 같은 특별한 직종을 가졌다면 〈노력의 기쁨과 슬픔〉을 읽어볼 만하다. 반대로 당신이 금수저나 은수저와 거리가 먼 보통 사람에 속한다면 도리스 메르틴의 이 책을 권한다.│장정일(소설가)

'노력하면 실패한다'는 달콤한 주문 전체 글 읽기 >>>

     
지난해 설 명절에 먼 친척뻘 동생들을 만났다가 놀란 일이 있습니다(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이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이었네요😅). 지방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에 어렵사리 성공했던 두 명이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각자 벤처기업과 물류회사에 취업했던 이들은 공교롭게도 퇴사 사유가 같았습니다. “고객을 응대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각자 맡고 있는 업무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하루에도 여러 차례 고객 전화를 상대했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겨워 더는 다닐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추천도서로 실린 콜센터 상담원의 책을 읽다 보니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시사IN>에도 일종의 고객 응대팀이라 할 독자팀이 있으니까요. 여기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시사IN> 독자들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합니다. 반듯하고 예의를 지키는 분들이 대다수라고요. 다만 한 달에 한두 번 가량은 화가 잔뜩 난 채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언성을 높이는 독자를 접하게 된다고 합니다. 배송이나 환불이 주로 문제가 된다는데요. 한 독자팀 직원은 그중 가장 상처가 됐던 말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네가 그러니까 그런 데서 일하고 있지.”
 
콜센터 직원의 책에도 똑같은 구절이 나오는 걸 보면, 이게 꽤나 흔한 일인가 봅니다.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해 고안해낸 상습적인 관용구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저라면 이 말에 결코, 언제까지나 적응될 것 같지 않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요. “얼마나 심한 진상이 있는지 까발리는 게 아니라 ‘전화기 너머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라는 책 구절을 읽으며 문득 떠올립니다. 전화를 거는 나 또한 언제라도 전화를 받는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주말에는 낯선 책들을 찾아 읽으며 상대의 자리에 서 보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키워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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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추상적입니다. 일반적인 '기삿거리'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크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닐까.' 망설이고 고민하는 취재진과 달리 기사가 나간 후 독자들이 보내온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독자들은 기사 댓글로, 취재진의 메일로 자신들이 경험한 질병, 돌봄, 죽음의 이야기를 보내주었습니다. 덕분에 우리가 모두 죽음의 '당사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시사IN저널북(SJB) 두 번째 책으로 기획 중인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가제) 출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됐습니다.  이 책은 2020년 가을과 겨울 '죽음의 미래'라는 꼭지명으로 시사주간지 〈시사IN〉에 5회 연재되었던 기사에서 출발했습니다. 단순히 기사를 묶으려는 책은 아닙니다. 대표 저자인 김호성(호스피스 의사), 송병기(의료인류학자) 그리고 김영화·나경희 〈시사IN〉 기자가 관련 내용을 더 깊이 읽을 수 있도록 새로 쓴 내용을 대폭 포함시키려 합니다. 

이 책이 과연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요?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분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소'로 이 책을 선택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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