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2년 1월, 나란히 섬 43
올해 첫 업무를 쉼터 보일러 수리로 시작했습니다. 쉼터가 위치한 건물이 노후화되어 매년 보수할 곳들이 생깁니다. 그 가운데 하나, 보일러 정비도 연례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수리한 이후 새것처럼 번쩍이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이러한 손길이 작년에 해결하지 못하고 남겨진 일에도 닿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요청이 줄지 않는 쉼터 입소 희망자 군이 있습니다. 중국동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장, 노년 이주노동자로 노숙을 하거나 노숙 위기에 쉼터를 찾습니다. 이후 인터뷰를 통해 입소를 하게 되는데, 이들 가운데 일단의 준비를 마치고 쉼터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부분 정신 또는 알코올 문제로 짧은 쉼터 생활을 마치게 됩니다. 이들을 위해선 전문적인 돌봄이 가능한 노숙인 시설이 필요할 터인데, 이주민은 제도 상 입소 자체가 불가합니다. 작년 말, 70대의 나이로 거동이 불편한 이주노동자를 만났습니다. "곧 체류 기간이 만료된다"라는 어려움은 그가 처한 상황에 비해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고향이나 한국, 어디에도 돌봄을 기대할 가족이나 친지가 없을 뿐 아니라, 당장 도움 없인 화장실을 가는 등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로선 이분을 모실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그렇다고 갈 수 있는 노숙인 시설 또한 없습니다. 이렇게 제도가 돌보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을 메꾸기 위해 비영리 기구들이 존재합니다. 다행히도 한 노숙인 호스피스 시설에서 이분을 모셨습니다. 그러나, 그 기관 활동가의 이야기처럼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곳에선 다시 서겠다는 그분의 바람과 달리,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죽음을 기다리는 일 밖에 없습니다. 한국 입국을 허가받았을 때부터 중장년이었던 중국 동포 이주노동자가 노년이 되어가는 오늘, 현실에 맞는 지원과 대비가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이주민이라도 노숙인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겠지요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20년에 태어난 A의 상황도 풀지 못한 문제로 남아있었습니다. 미혼모인 보호자의 미등록 체류 상태인 사정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A 또한 국내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자국 대사관에서도 아버지 성 없이는 A의 여권을 만들어 주질 않으니, 서류상 양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작년 11월 말, 고대하던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법무부의 구제대책에서 '국내 체류 기간이 12년 이상'이란 요건에 좌절했습니다. 지난 120, 조건이 12년에서 6년 또는 7년으로 완화되었으나, A 가정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 가정에게 필요한 것은 구제책보다 보호자가 일을 할 수 있게 A가 어린이집에 입학을 하는 것입니다. 현행 제도상 A는 어린이집에 입학할 수 없습니다. 입학을 한다 하더라도 어린이집 생활 안전에 대한 보험 가입 등이 불가하니 가정에서 고스란히 책임을 떠맡아야 합니다. 이로 인해 과중될 보육비를 A 가족이 견뎌내기 만무한 상황이지요. 그러나, 수소문 끝에 A가 다른 아이들처럼 안전히 뛰어놀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위의 노숙 이주민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도가 아닌 비영리 기관으로부터 해결책을 얻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에 견학을 가서 A는 처음으로 또래들과 놀이를 했습니다. 이를 보며 안심하던 A의 보호자는 이전에 일하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휴일없이 일하던 직장 특성상 쉬는 날에도 A를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미뤄둘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논의되던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도입된다면 A 가정에 커다란 선물이 될 것입니다.

   올해도, 이렇게 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을 찾는 일에 손발을 걷겠습니다. 그들이 제 발로 서겠다는 그 바람이 닿는 날까지, 함께 서는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2월 후원자 명단
단체후원금
공덕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서울제일교회 루터회, 아산에이전시, 우리정공, 청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향린교회, 트립티

개인후원금

- CMS
Gudgeon Dan George, 강정범, 고유화, 권진관, 길재형, 김경곤, 김광래, 김귀주, 김명종, 김민호, 김병관, 김병호, 김봉미, 김연숙, 김영선, 김영옥, 김영호, 김유석, 김은숙, 김은희, 김익곤, 김준환, 김지원, 김현택, 김희숙, 남기창, 남혜정, 노미경, 명노철, 명노현, 박경태, 박상필, 박선희, 박우동, 박정미, 배창욱, 서동옥, 서미란, 서미애, 서은주, 석철수, 신광일, 신기호, 신상석, 신정민, 심영택, 안세원, 안은미, 염영숙, 오민석, 오상철, 오선희, 오수경, 유광주, 유희영, 이명주, 이미연, 이상임, 이애란, 이에리야, 이용관, 이용자, 이은아, 이은진, 이정희, 이준호, 이지영, 임창헌, 장근혁, 장형진, 장혜진, 전창식, 전현진, 전혜향, 정금주, 정동영, 정영진, 정재헌, 조성근, 조성백, 조은아, 차경애, 차현숙, 채향숙, 최광수, 최은선, 최헌규, 한상희, 한수연, 한정숙, 현정선, 황지연

- 통장입금
김수곤, 김영미, 이수빈, 이형재, 채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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