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행하는 예술 시장, 그리고 작업을 그만두는 작가들
우리는 왜 경매를 시도했을까   
그러니까.. 사실 저희가 지난 주에 전시를 했어요. 
너무 오랜만에 보내는 레터입니다. 로파 로고를 바꾼 6월 이후로 처음 보내는 메일이네요. 
사실 그 동안 저희는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온더홀을 오픈했구요, 매장에서 캄웨이브 / 디어스룸 / 인스턴트와이즈의 멋진 세개의 브랜드의 팝업도 진행했구요, 
또 10월 중순에는 크래프트서울에서 <뉴비드>라는 타이틀의 전시 + 경매를 개최했습니다. 
저희가 그간 진행했던 활동들을 하나씩 풀어보겠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뉴비드>에 대해 소개하고, 저희가 느낀 점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한 해 미대 졸업생은 약 3000여 명,
하지만 실제 옥션 또는 갤러리를 통해 거래되는 작가는 4000여 명. 도대체 그 많은 졸업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로파 서울의 팀원들은 미대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스스로도 주변을 둘러보며 항상 생각합니다. 
"그 많던 미대생들은 어디갔을까." 
저희도 당연히 작품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구요, 물론 작품을 계속 만들며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부분은 당연히 - "누군가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겠죠. 

그리고 로파 서울을 운영하며, 그러한 사실을 피부로 체감하곤 했습니다. 
로파 서울을 통해 소개되는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원래 하는 작업이 있지만, 생계 등 여러 이유들 때문에 작품을 상품화해서 판매하고 계시구요. 
그런데 또 전시를 하게 되거나 상품 판매가 많아지게 되면, 그 업무를 지속하기 위한 체계를 잡거나 환경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느껴 결국 그만두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하나의 붐이 되면서, 너무나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작가들의 작품을 찾지만, 그들이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초석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작품의 판매 역시 거의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쉽사리 이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소비되기만 할 뿐이었죠. 

하지만 재밌는 것은, 
젊은 작가들의 이러한 현실과 다르게 미술품 시장은 연이어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프리즈 페어가 서울에 들어온 올해, 전시장은 작품을 사고 파는 거래들로 가득 찼고  '작품을 구입해보고 싶다'는 이들은 주변에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짜 돈이 오고가는 예술품 시장과 젊은 작가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전시하고, 소개하는 크고 작은 아트 상품들의 시장에 큰 간극이 있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무수한 작가들은 결국 작업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격? 시장? 그들의 경험? 거래 형태?
단순히 컨텐츠로만 소비하는 전시 주관?
무엇이 문제인걸까?
그래서 저희는 작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활발히 거래되지 않을까? " 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 위한 작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이었어요. 
썬트리하우스에서 이민정디렉터님이 진행해주신 예술시장과 경매에 대한 이해 
"예술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이전 시장의 모습을 따라가보자"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갔습니다. 

실제로 서울옥션 홍콩경매 해외VIP고객 영업담당으로 오랜 기간 근무하셨던 디렉터님의 자문을 받아가며 어떤 요인들이 작품을 판매되게 하는 지를 보는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실제 컬렉터들이 어떤 부분들을 작품을 구매할 때 결정 요인으로 삼는 지, 딜러들이 어떤 것을 강조 하는지, 어떨 때 작품이 유찰이 되고 낙찰이 되는 지 등등요.
또, 예술품이 거래되는 다양한 시장들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여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실제 작품이 온라인 경매로 이루어지는 환경과 최대한 유사하게끔 <뉴비드>라는 프로젝트성 사이트를 론칭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고객님들이 방문하시는 용산 쇼룸 대신, 불특정 다수의 분들이 많이 방문할 "코엑스"라는 장소를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선정했어요. 

그리고 취지에 공감하며 감사하게도 작품을 출품해주신 여덟분의 작가님들을 모시고 경매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시기간 동안 운영되었던 뉴비드 사이트 
현재는 클로즈 되었습니다.  https://newbid.netlify.app/
그래서 결과는? 
총 4일간 경매의 진행과 동시에, 코엑스에서 실제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되었고 
출품된 16개의 작품 중 12개의 작품에 응찰이 이루어졌고, 총 25분이 응찰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5개의 작품이 결제까지 마무리되어 고객님들께 작품이 전달되었습니다. 
특히 경매 마지막 날에는 카카오 서버가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 뉴비드 사이트가 카카오톡 로그인 기반이었습니다 ㅜㅜ) 진행이 불가했었지만, 저희가 로파 서울을 운영하며 그간 보았던 작품 판매 추이를 보면,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실제로 경매에 응찰해주셨고 생각보다 높은 비중으로 작품이 판매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판매의 결과와 상관없이, 저희가 실제로 비딩을 하시고, 작품을 구매하신 컬렉터 분들, 또는 비딩을 하지 않은 분들과 나누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완벽한 해답은 되지 못하더라도, 저희가 얻은 작은 인사이트들을 이제 공유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딩을 하신 분들,
그리고 실제로 작품을 구매하신 분들의 이야기 

 작품을 비딩하시고 실제로 구매하신 분들 중에는 출품된 작품들의 작가님들을 "알고 계셔서" 비딩을 하신 분도 계셨고, 전혀 정보 없이 "예쁘다"라는 이유만으로 구매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특히, 한 작가님의 경우 전체 작품들 중 가장 비딩 시작가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님의 작업은 언젠가 오를 것이다"라며 가장 많은 분들이 응찰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결국 결제까진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가장 높은 금액까지 작품의 가격이 올랐었습니다.  
실제로 오프라인 현장에서 뉴비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지" 를 살펴보는 관람객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반면, 어떠한 작품은 현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작가님의 여러 이력과 활동 여부 등을 살펴보고 "현장에서 예뻐서, 충동적으로 비딩을 해보기에는 비싸다"라는 평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물론, 반대로 정말 충동적으로, 작가를 모르고 이 작품이 앞으로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겠지만 "예뻐서" 비딩을 하시고, 실제로 작품을 가져가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한 고객님은 2개의 작품을 낙찰 받으셨는데, 그 고객님의 표현을 빌자면 이렇습니다. 
"요즘, 집을 꾸미려고 하는데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제품들도 다 너무 익숙하고, 빈티지 가구들도 익숙하고.. 독특한 느낌을 찾고 있었는데 이만한 작업이 없다고요." 
반면, 비딩을 하지 않은 분들의 이야기 
전시장에 여러 번 왔다갔다 하며, 응찰을 할 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하지 않은 분들도 꽤나 계셨습니다. 그 분들이 최후 순간까지 고민했던 부분은 "만약에 낙찰이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였어요.  그리고 실제로 낙찰받으신 분들 모두가 "만약에 포기하면 어떻게 되나요?"를 다 여쭤보셨어요. 

사실 뉴비드 프로젝트 사이트를 만들며 가장 염두해두었던 부분은 "장난스러운 입찰"이 없게끔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저희가 경매 입찰 금액에 제한을 둔다거나 여러 장치들을 두었었는데, 실제로 그 장치가 무의미하게끔 모든 이들이 매우 "조심스러운 응찰"을 했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전시장을 오고간 관객 수, 실제 사이트에 접속한 인원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인원들이 응찰을 했고, 이 때문에 저희 생각보다 훨씬 알려지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경매라는 이벤트를 약간은 두렵고 어려운 것이 아닌 "좋아요"를 누르듯 조금 더 가볍게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면 좋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작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행동이 신중하고, 첫 구매까지 어려움이 있는 만큼, 그 거래 환경 만큼은 조금 더 라이트하게 하나의 게임처럼 즐길 수 있었으면 좋았겠구나 하고요. 
가구, 홈데코의 대체품  / 
그리고 20년 후의 쿠사마 야요이가 될 수는 없을까? 

결국,  젊은 작가들의 작업들은 참 모호한 시장의 경계에 걸쳐있었습니다. 
우선 가구와 홈데코의 신선한 대체품으로 보며 작품의 "가심비"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들을 만나는 시장에 있었고, 또 앞으로의 투자가치로서 바라보는 시장이 있었습니다.  두 개의 시장 중 어떠한 것으로도 확실하게 규정할 수 없고, 또 하나의 시장만 강조할 수 없기에 애매한 사각지대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시장에 계속 상주하며,  저희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와 같은 소개 매체/ 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하고요.  가구와 홈데코의 멋진 대체품이 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지,  작가들의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생각들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다 쉽게 알려야할지 등이요.  
그리고 본질적으로,  작품들은 가격표만으로 평가받을 수 없는데, 작업이 가격으로 가치가 매겨지는데 일조하지는 않는지, 그런 여러가지 고민들을 본질적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그거 아세요? 
쿠사마 야요이의 판화가 지금은 8억에 거래되지만,
93년도에는 300만원이 채 안되었다는 것.
예술의 상업적 가치를 책정하는 것, 작품의 철학 등 어려운 이야기는 다 뒤로 하고.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이 93년 도에는 300만원이 채 안되었다는 이야기가 저는 계속 맴돕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 지금 그녀의 작업이 지금과 같이 높은 금액을 가지고 있는 데는 그녀가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300만원짜리 작품이 8억이 된 것 처럼, 
이번 <뉴비드>에 출품된 100만원이 채 안된 작업이 10년 후 20년 후에는 구하기조차 어려운 시대가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지속하는 것 처럼, 저희도 저희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계속 소개해나가려고 합니다. 

이제 몇 주에 걸쳐 작가님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해나가보도록 할게요, 
경매 그 뒤의 이야기도 계속 귀기울여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