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원기자 #건강보험 #불평등의세대

시사IN북 뉴스레터
최근 천관율 <시사IN> 기자가 나온 유튜브 영상이 시중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해 커버스토리 연작으로 다룬 '20대 남자 현상'이 어떻게 기획됐고 취재됐는지 설명한 영상인데, 사실 이 영상이 나온 것은 넉 달 전입니다. 그런데 지난 넉 달간 몇 백 회에 불과하던 이 영상 조회 수가 갑자기 수만 건으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지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N번방 사건, 총선, 20대 남자 정치 성향에 대한 궁금증 등 여러 가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코로나19라는 거대 이슈에 눌린 나머지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정치사회 이슈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죠.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사IN>은 매주 금요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소개해 드리는 책들이 총선 이후 더 나은 체제, 더 품격 있는 사회를 향한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대중 정부 때 벌어진 그 사건 


이철승 지음, 박광호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지금의 한국이 ‘위대한 복지국가’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복지국가란 북유럽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거래’할 줄 아는 노사와 정치의 리더십, 성숙한 여론 따위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 아닐까 하는 체념은 익숙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노동조합이 정치와 긴밀하게 소통해 복지국가의 기틀을 만든 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이뤄진 건강보험 통합이 그 사례다. 기존 의료보험은 지역별로, 직장별로 재정 격차가 심각했다. 조합 수백 곳으로 쪼개진 의료보험을 하나로 통합해 지금의 건강보험을 만든 것이 김대중 정부 때였고, 그 변화를 이끈 주체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였다.

〈노동-시민 연대는 언제 작동하는가〉는 바로 그때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책이다(저자가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2016년 영문으로 출판된 책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이른바 ‘586 세대’의 자원 독식을 비판한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 책에서는 과거 노동·시민운동의 지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당시 한국노총과 산하 노조들은 건강보험 통합에 반대했다. 이미 양질의 직장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던 임금노동자들은 농민, 비정규 노동자, 자영업자와 비취업자가 대부분인 지역의료보험 조합원들과 이익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이런 상황에서 균형추를 움직인 것이 민주노총의 영향력 아래 있는 재벌 대기업 노조였다. 이들이 “사내에 쌓인 자신들의 보험료가 전체의 혜택을 늘리는 데 사용되는 것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저자는 노동운동과 시민사회단체 사이의 연계(배태성)를 한 축으로, 노동운동과 정당 사이의 동맹(응집성)을 다른 축으로 삼아 ‘어떤 조건에서 보편적 사회정책 개혁, 즉 연대가 가능한지’ 추적해간다. 동의하기 어려운 견해도 일부 있지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혜원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
마이크 데이비스·알렉스 캘리니코스·마이클 로버츠· 우석균·장호종 지음, 책갈피 펴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자주 본 옛날 영화 같다.”  

청도대남병원, 한마음아파트, 콜센터, 요양병원 등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마다 한국 사회가 감추고 있던 불평등과 가난의 흔적들이 남았다. 재난이 덮쳐와도 왜 누구는 안전하게 살아남고, 누구는 벼랑 끝에서 고꾸라질까. 코로나19는 그 자체로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조류독감〉의 저자이자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인 마이크 데이비스는 이 책의 서문에 실린 글에 2020년을 ‘전염병의 해’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이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결과 어떻게 전염병 유행에 취약한 나라가 되었는지 설명한다. 이 외에도 경제학자, 보건의료 운동가, 의사들이 쓴 글을 엮었다. 코로나19가 왜, 어떻게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들춰내고 있는지 각자 관점에서 대답한다.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수많은 임계장의 이야기.”  

‘아파트 경비노동자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한 구의원이 말했다. “따분하게 노는 것보다 일을 하시니 건강에도 좋고 용돈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경비원인 조정진씨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따분해서가 아니라 생계 때문에 일했다.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직했지만 부양할 가족과 빚이 있었다. 버스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버스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했고 어느 날 쓰러져 투병 생활을 했다. 현장에선 ‘임계장’으로 불렸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인 말이다. 일터는 매연과 쓰레기로 가득했다. 꽃잎도 그에겐 치워야 할 쓰레기였다. 
그가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노동 일지에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고령층 비정규직의 현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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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캐스린 매닉스 지음, 홍지영 옮김, 
사계절 펴냄     

“이제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할 차례다.” 

구급차에 실려 온 사망자를 눈앞에서 두고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의대 첫 학기 학생에게 실습 담당의는 청진기를 꺼내 죽음을 확인해보라고 한다. ‘그러자 관을 타고 완전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단단한 침묵은 처음이었다.’
저자는 이후 숱하게 많은 죽음을 마주하며 죽음 그 자체가 전부는 아님을 깨닫게 된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환자, 떠난 망자, 남겨진 유가족들이 임종에 대처하는 일종의 패턴을 인식하게 된 그는 완화의학 분야에 뛰어들어 40년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했다.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이 두려워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님을 깨달아가며 죽음과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
 


밥 하는 시간 
김혜련 지음, 서울셀렉션 펴냄
 
"막상 평화가 오니 그것을 누릴 아무런 내적 자원도 없는 자, 그게 나였다."  

국어 교사, 페미니스트 문필가로 재기 넘치는 책을 쓰던 저자가 쉰 즈음 다른 삶을 찾아나선다. 처절한 입산 수행을 통해 그는 깨닫는다. 허겁지겁 달려온 자신의 삶이 결국 ‘결핍에서 비롯된 아귀 짓’이었음을. 그것은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환영받지 못한 여자아이로서,  일평생 '빛나는 정신'만을 추구하느라 자의 또는 타의로 거부하고 부정하고 학대했던 몸의 기억들과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
이 책은 산에서 내려온 저자가 경주의 백 년 된 한옥을 구해 그 안에서 밥하고, 청소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는 일상을 통해 몸의 감각, 삶의 본질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담히, 그러나 치열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난해 출간됐지만 때가 때인지라 “삶은 가장 사소한 것에 머문다”는 통찰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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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이 최근 갑자기 큰 화제가 됐습니다.
2019년 12월 공개 이후 기껏해야 수백 회 정도 조회되던 이 영상이  갑자기 3만 건 넘게 조회된 이유가 뭘까요?

누군가는 "소름이 끼쳤다"며 분개하고,
누군가는 "한참동안 충격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는 감상을 남긴 바로 그 영상.

코로나19에 묻혔지만 
총선 이후 한국사회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이슈.

영상에서 못다한 이야기는 천관율×정한울이 쓴 책 <20대 남자>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가 열리는 것 알고 계신가요?

그림처럼 광고해놓고 실제로는 2권만 무료로 제공한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고전 중인 출판사들을 위해 문화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라는군요.


<시사IN>이 광고비 받은 것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시사IN북
book@sis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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