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재생에너지 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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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 등 2조 보조금에도
전력피크시간대 기여 1% 그쳐
신재생 열에너지 적극 지원 땐
더 큰 온실가스 저감효과 낼것
[서울경제] 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탈원전·탈석탄에 이어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집중지원 등 에너지 관련 핫이슈가 매스컴에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의 폭염에 발전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이 가동되면서 결국 전력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종 에너지 소비의 28%가 열에너지인 반면 전기에너지는 13%에 불과하다. 그런데 에너지 정책이 전기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 에너지 정책에서 선택과 집중은 정말로 위험하나 지난 2000년대 중반에 신재생 3대 중점 분야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한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이제는 사실상 태양광과 ESS에 올인하는 듯한데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늘리는 신재생3020의 목표 달성을 위해 햇빛발전소로 야산을 파헤치다가 다시 저수지 위를 태양광으로 덮어가려는 발상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몇 해 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문제점과 더불어 대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열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강조하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올해 4월 기계설비법이 제정되면서 열에너지 설비의 고효율화와 유지 관리가 가능하도록 한 기본법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건물이나 산업에서 엄청나게 낭비되던 열에너지의 효율적 관리는 온실가스 저감과 직결된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보면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내 감축분은 25.7%에서 35.1%로 대폭 높이고 건물 부문은 특히 18.1%에서 32.7%로 가장 큰 감축비율을 할당했다.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71%가 냉난방·온수 등의 기계설비다. 이것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열에너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재생에너지에는 전기 생산의 태양광, 풍력, 수력과 열 생산의 태양열, 지열 그리고 바이오와 폐기물로 대별할 수 있다. 전기 생산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서울시 태양광설치의무화 등의 제도가 있는 데 반해 열 생산 보급정책은 ‘공공기관 신축·증축·개축 건축물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사업’ 정도다. 일정 연면적 이상의 신축 건축물에서 열에너지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신재생 열에너지 의무화(RHO)’는 가중계수 산정까지 마쳐놓고 몇 년째 묵혀온 상태다.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RHO 등의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며 이제 더 늦출 수 없다.

다만 RHO를 적용하기 전에 반드시 손봐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히트펌프다. 설치의무화 사업에 규정된 지열은 심부지열이 아니고 500m 이내의 천부지열로서 낮은 온도의 열을 히트펌프로 승온시키는 지열히트펌프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는 수열원 히트펌프도 신재생에너지 기기에 포함했지만 수열원에는 해수표층과 호소수(댐과 둑에 고여 있는 물)로 제한을 둬 훨씬 가능성이 높은 하천수나 하수는 여전히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열원의 대상을 넓혀가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자연에너지를 열원으로 하는 모든 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 기기로 인정받고 있다. 지열이면 어떻고 공기열원이면 어떤가. 겨울철 발전효율이 39.2%이므로 그 역수인 2.52 이상의 성적계수를 갖는 히프펌프라면 신재생에너지 기기로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능 좋은 히트펌프와 그렇지 않은 것도 구분해야 한다. 현재 모든 히트펌프의 성적계수를 3.5로 가정해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산정하는데 이는 터무니없이 큰 값으로서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없는 산출방식이다. 보급사업의 대상이 되는 히트펌프는 공인된 성적계수를 제시하든지 혹은 열량계와 전력량계를 모두 부착해 실제로 획득한 자연에너지를 계측하고 이 값만큼만 인정해줘야 한다.

지난해 한해에만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2조원이 넘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됐음에도 한낮의 전력피크시간대에 기여한 것은 불과 1%였다. 이 금액을 신재생 열에너지에 지원하면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신재생 전기에너지와 달리 데시컨트냉방 등 신재생 열에너지 요소기술은 기술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냉난방 겸용 히트펌프, 태양열 스팀 생산 및 4세대 지역난방 등 이미 확보된 기술의 적극적인 보급이 화석연료 대체 및 온실가스 저감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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