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32호

“코로나 시대 자영업자의 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맞지 않나, 그래서 자영업자가 겪는 비극적 상황을 그대로 결말로 썼습니다.

코로나 시대 자영업자가 겪는 암울한 현실과 플랫폼 자본주의, 블랙컨슈머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장편소설 <배달의 천국>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실제 자영업 경험을 소설에 녹여낸 김옥숙 작가와 한국 자영업 생태계 문제를 파헤치고 또 해결 방안을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비롯하여 많은 청중과 함께 오늘날 플랫폼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돌아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편집자: <배달의 천국>은 배달 플랫폼이 거대해지면서 생겨난 플랫폼 자본주의와 그 속에서 착취당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식당 사장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으신데, 또다시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옥숙 작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코로나입니다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다른 소설을 썼을 것입니다청소년 소설 같은 것이요저는 남편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며 배달 일홀서빙배달 어플 리뷰 관리까지 하면서 진상손님을 많이 겪었습니다코로나로 배달업이 활성화됐습니다처음에는 매출이 올라 기분이 좋았습니다그런데 마진이 남지 않았습니다배달 대행료수수료광고료 등을 떼고 나면 오히려 삼천 원의 적자가 났습니다배달 리뷰에 시달리며 리뷰 관리를 하는 게 일이 되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도에 자영업자 칼럼을 쓰면서 자영업자 인터뷰도 하고 관련 자료와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자영업자 문제라는 사실을 많이 느꼈습니다이 일을 당사자로서 기록하기 위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사회고발적으로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편집자: 책의 첫 장면이 강렬합니다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데도입부를 죽음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옥숙 작가: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배달 어플살인 사건으로 했습니다추리 소설 같은 제목이지요저는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책을 들었으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구상하며 아프니까 사장이다’(소상공인자영업자창업자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같은 카페에 많이 들어갔습니다그곳에는 악플러를 실제로 찾아가는 사장님도 있었습니다이 소설은 제 경험과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계가 달린 식당 게시판에 지속적으로 허위 사실을 올리거나 악플을 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을까 하는 데서 시작했습니다이 책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많이 얘기하다 보니 이 사람은 왜 죽었을까라는 궁금증을 주기 위해 소설적 전략으로써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편집자: 이 소설은 악취로 시작하여 악취로 끝납니다. “냄새라는 것은 리트머스 종이 같았다.”라는 구절도 있습니다민성의 친구인 동욱이 일하는 곳을 냄새로 표현하는 대목에서 영화 <기생충>이 생각나기도 했는데요이 작품에서 냄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옥숙 작가: 민성은 음식 냄새를 천국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로 표현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의 중독자입니다미테랑 대통령이 먹었다는 오르톨랑이라는 요리가 있습니다그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매우 잔인합니다오르톨랑을 먹을 때는 신이 노하지 않도록 머리에 흰 베일을 쓰고 먹는다고 합니다저는 이를 소설 속에서 천국의 향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흰 베일을 쓰고 먹는다고 표현했습니다누군가가 즐기는 천국의 향기를 위해서 악취라는 지옥의 고통을 견디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자영업자의 고통을 전달하기 위해 냄새라는 소재를 사용했습니다또 소설의 시작을 민성의 방에서 나는 쓰레기와 시신 부패 냄새로 했는데요배달의 간편함을 누리고 나면 많은 쓰레기가 남습니다민성은 그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쌓아둡니다배달의 편리함과 천국의 향을 누린 다음에는 엄청난 악취가 부메랑처럼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악취를 그려 넣었습니다.

편집자: 많은 사람들은 악플 문제의 원인 중 하나를 ‘익명성’으로 꼽습니다. 닉네임과 같은 익명이 아니라 리뷰 실명제를 도입하면 민성과 같은 악플러가 수그러들 것이라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옥숙 작가: 리뷰 실명제가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자신의 실명이 드러난다는 것은 얼굴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그렇게 되면 조금 더 신중히 리뷰를 쓰게 될 것입니다. 이런 여론 때문에 리뷰 실명제 도입이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소설에도 나오듯이, 리뷰 실명제를 원하는 건 업주뿐입니다. 고객과 배달 어플은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고객 입장에서는 리뷰를 마음대로 쓰고 평가하던 권력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익명으로 리뷰를 쓸 수 있는 어플만을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어플 입장에서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 리뷰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을 거고요. 배달 어플은 업주의 편을 들지 않습니다. 고객의 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플랫폼 기업 특성상 고객의 입장을 더 고려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자영업자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대항력을 키우는 것 혹은 플랫폼 서비스 수수료 상한제를 통해 이러한 플랫폼 자본주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실을 실감나게 그리다
<배달의 천국> 책소개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2020년대 초반, 홀 장사 매출이 떨어지자 배달 장사에 뛰어든 식당사장 만석. 배달 시스템이 가진 비대면이라는 특성상 진상손님이 전에 비해 훨씬 늘어 골치 아프다. 툭하면 “환불해 주세요”, “리뷰에 올릴 거예요”라며 ‘리뷰 갑질’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환불도 해 주고, 사과도 해 줘야 별점 테러를 막을 수 있으니 참는 수밖에. 그러나 익명의 리뷰어들은 별점 테러를 저지르며 식당사장에게 ‘왕’으로 군림하려는 악랄한 심보를 보이고 만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영세 자영업자를 착취의 구조로 밀어 넣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어둠과 잠깐 기댈 벽조차 빼앗겨 버린 사회적 약자의 초상이 <배달의 천국>을 통해 드러난다.

담당 편집자가 말한다!
<배달의 천국> 편집후기

<배달의 천국>은 “배달 강국”이라는 수식어 뒤 숨겨진 자영업자의 피, 땀, 눈물을 담은 소설입니다. 어렵지도, 낯설지도 않은 내용이라 막힘없이 빠르게 원고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죽음으로 끝맺습니다.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큰 소재는 바로 죽음’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우리는 삶을 영위한다는 것, 때로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의 원한을 가진다는 것, 어떤 상황에서는 스스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소설은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또 삶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글을 읽으며 내가 만약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지 상상하기도 했고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원고를 맡은 후, 저는 지나가며 음식점 안을 괜히 흘깃 보기도 하고, 금요일 저녁마다 엘리베이터 앞 길게 줄을 서 있는 배달 기사님의 날쌘 몸짓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합니다.

배달의 ‘천국’인데 웬 죽음 이야기냐고요? 그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언론에 소개된 <배달의 천국>

<배달의 천국>은 감사하게도 출간 직후 여러 언론에 소개되었습니다. 언론이 바라본 배달의 천국, 그 일부를 공유합니다.

 

‘배달 강국’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처참한 지옥도

골방에 처박힌 사회 낙오자, 리뷰에 전전긍긍하는 음식점 자영업자, 그들의 싸움을 국가나 자본 같은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이 방치 조장하고 있다고 소설은 그려낸다. 그 거대한 구조의 말단에서는 정말 죽고 죽이는 살인 사건이 터진다.

_<부산일보> 2023년 9월 6일 자

 

천국의 그림자

맛있는 음식을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천국’ 뒤에 가려진 자영업자들의 그림자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소설적 재미를 넘어 현대 자본주의의 빛과 어둠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_<기획회의> 591호

 

현대판 소작농 자영업자의 처절한 생존기

이야기가 하도 뜨거워 책장을 넘기려고 손을 뻗으면 불에 델 것만 같은 소설이다. 부디, 한국 사회의 자영업 세계를 절실하게 담은 이 장편소설을 읽을 때는 마음의 화상(火傷)에 주의하시기 바란다.

_<국제신문> 2023년 9월 24일 자

이달의 신간
부산노동운동사
현정길, 윤영삼 지음 | 704쪽 | 48,000원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산 지역에서 일어난 노동운동의 역사를 꼼꼼히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학술서.

개항 이후부터 문재인 정부 시기까지 부산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을 기록하고 시대별 부산 노동운동의 역사를 기술하여 그 투쟁의 의의를 살핀다.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

김정하 지음 | 304쪽 | 19,800

30여 년간 해양문화를 연구해온 김정하 교수가 1년 동안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의 각종 해양수산 관련 현장의 실무자, 전문가, 애호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고 해양인들의 일과 삶을 정리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다양한 해양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25인의 삶을 통해 인생 역정과 꿈의 무대 바다를 만나보자.
하근찬 전집 4, 8, 12권
하근찬 지음

2021년에 ‘하근찬 전집’ 발간의 첫 시작을 알리는 <수난이대> 외 4종이 발간된 후 2023년 11월, 3차분이 발간되었다.
제4권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은 14편의 단편소설, 제8권 <산의 동화>는 10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였으며 제12권 <산에 들에>는 하근찬의 후기 장편소설이다.
🎤행사 안내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

최원준 작가와의 북토크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 출간기념 북토크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탐식(探食)하는 시인, 최원준 음식문화 칼럼니스트가 전하는 부산경남의 소울푸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번 북토크를 놓치지 마세요!
<지구별에 도착하셨습니다>
박태성 작가와의 북토크
아침을 열기 버거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지구별에 도착하셨습니다> 북토크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 고독과 우울, 진정한 휴식과 글쓰기 방법 등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에 대한 얘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함께 위로하며 희망을 충전할 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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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은 2020년 첫 시작을 알린 반연간지입니다. “주류 담론의 지형을 뒤흔들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문학/사상>은 기존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았던 여러 담론들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 나누는 텍스트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또한, 인문학의 위기에 맞서 문학과 사상에 대해 논하고, 분과학문의 벽을 허무는 통합 인문학적 사고를 위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문학/사상 8호 트랜스로컬

‘트랜스로컬’에서는 구체성이 녹아 있는, 경험적 삶이 실현되는 장소인 로컬을 직시하며 그들의 횡단과 접선에 주목한다. 그리고 로컬을 지속적으로 호명하고 또 실패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컬 속에서 희망을 지탱하는 삶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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