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May. vol.8
턱괴녀 소식봇 🕊
📣 [턱괴녀와 ㅇㅇㅇㅇ] 이야기를 하러 갑니다🎙

5월의 주제
턱괴녀 세계관 확장을 위한 준비운동 - ⟪외인구단 리부팅 심화반⟫ 가보자고! 🕵️‍♀️🔎🔥

5월의 목차
1️⃣  『외인구단 리부팅』 심화반 A : 연결고리 🖇
  • <김혜리의 필름 클럽>
  • 『불펜의 시간』
2️⃣  『외인구단 리부팅』 심화반 B : 평행세계 🏟  
  • <콜린, 흑과 백의 인생>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연구팀 '턱괴는여자들'입니다. 🙋🏻‍♀️ 🙋🏻‍♀️


모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지난 4월호에서 호들갑을 떨게 만들었던 봄기운이, 이제는 파릇파릇 무르익어가고 있있습니다. 목련과 벚꽃이 진 자리에 새싹이 오르고, 채도 높은 녹음이 시야를 채우네요🌳🍃👀 바야흐로 비타민D와 눈호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날씨! 여러분은 어떤 마음과 계획으로 2022년의 5월을 맞이하고 있나요? 🏝

턱괴녀 소식봇 🕊

턱괴는여자들은 『외인구단 리부팅』 출간 이후 계속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어요. 이라는 물성이 뚜렷한 매체는 시각화의 시작일뿐! 저희는 하나의 주제를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세상에 내보이는 프리즘이 되고 싶거든요. ✨💎🌈


지금까지 『외인구단 리부팅』 이라는 하나의 빛✨에서 파생된 행사들은 이런게 있었어요.

• 1월 9일 마운드 뒤집기 : 연구 과정 비하인드 라이브토크

• 1월 16일 오렌지 까먹기 : 문화 기획자들의 오픈형 세미나, <비주얼 리터러시> 주제로 참여

2월 26일 『외인구단 리부팅』 정식출간 

• 3월 26일 마운드 파헤치기 : <현장르포 제3지대> 상영회 + GV with 한국여자야구연맹

AND?


저희가 가진 팔레트에서 이제 겨우 빨강, 노랑, 파랑 정도 보여드린 것 같아요. 그 다음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두 명의 연구자가 밤낮없이 의논하다보니 구체화 되길 기다리고 있는 흥미진진한 기획들이 증-말 많아요(턱괴녀 특 : 하루종일 같이 일하다가 집에서도 새벽까지 카톡함). 앞으로 섬세한 그라데이션들을 차근차근 채워나갈 예정이니, 지켜보고 함께해주세요!


📣 턱괴녀의 두 연구자, 이번엔 우리의 이야기를 하러 갑니다🎙

하나의 주제를 물면 땅끝까지 파고들어가는, 그만큼 다양한 온도로 하고싶은 말이 많은 턱괴녀! 그래서 뉴스레터라는 채널은 저희에게 참으로 소중한데요. 이곳엔 담담하고 단단한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거든요. 노필터로 더 진솔하고 진득하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다채로운 시각자료 레퍼런스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도 있고요. 한 마디로 ✨그저 빛✨

감사하게도 이런 진심을 마음껏 표현하며 [턱괴녀와 뉴스레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습니다👏저희는 참여팀 중 하나이고요. 정말 멋진 분들과 멋진 장소에서 함께한답니다. 그야말로 사람+콘텐츠+장소 모두 끝내주는 대박적 행사! 관심있으시다면? 🌐 턱괴녀 인스타그램 혹은 🐥 턱괴녀 트위터 를 팔로우하고 지켜봐주세요 🤜 ⚡️🤛  자세한 행사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습니다. 💌

그래서 5월 뉴스레터의 주제는..?
⟪외인구단 리부팅 심화반⟫, 가보자고! 🕵️‍♀️🔎🔥
✍🏿  K

턱괴녀가 『외인구단 리부팅』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에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어요. 뭘까요? 연구 과정에서 뵈었던 수많은 분들- 특히 여자 야구 선수들께서도 가장 많이 주셨던 질문이에요.


"여자 야구 연구, 해요?" 


턱괴는여자들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어요. 바로 한국 사회에 '마운드'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여기서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마운드'란? 특정 대상에 대해 (1) 적극적인 배제가 일어나거나 (2) 결과적으로 차별이 발생하는 투박한 장소들을 칭해요. 때로는 그저 편리한 무심함으로부터 기인하기도 하지만, 배제의 의도와 인과관계가 명확한 장소도 있습니다. 마치 야구장의 마운드처럼요!

"이 책에 담은 길고 긴 이야기는 결국 '사회의 인식'이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관한 것이다.

이 집의 기본 골조는 이전 세대가 추구했던 이상향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과거의 생활방식에 맞게 지어진 견고한 집에 우리가 입주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

집은 시대에 맞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


『외인구단 리부팅』 '시선은 가장 미시적인 형태의 권력' p.492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정비될 필요가 있는 장소 = 여러분의 마운드🏟는 어디인가요? 각자의 직업/취미/생활권에 따라 정말 다양한 사례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마운드'라는 공간에 '여자 야구 선수'가 없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것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경우도 많겠죠.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은, 오랜 시간에 걸쳐 고착화된 룰을 지니고 있는 장소들은 혼자서 정비하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나의 문제에 공감하고 참견하고 기웃거리는 이들이 많아야 하죠. 그렇게 내 마운드를 고치면⚒️? 다음은 네 차례지 🗺📍좌표 찍어!

턱괴녀는 앞으로 '마운드'로 대표되는 장소들을 찾는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어요. 크기도 형태도 다양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미묘한 외로움을 좇는 모험이죠. 서로에게 후하게 공감하는 외로움 헌터 길드가 되지 않을래요? 필요한 장비는 그저 '공감 능력'뿐. 우리의 무기는 👥🗯웅성웅성👥🗯 이니까!

마인드 컨트롤? 마운드 컨트롤!

의심하지 않고 살다보니 완공된지 오래된 사회라는 집과 현 시류의 간극이 벌어져 눈에띄기 시작했어요. 관례적인 것이 으례 정답이지 않을까 하는 마인드 컨트롤 대신 이제는 마운드를 컨트롤하는 리모델링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번 5월호에서는 마운드라는 장소의 성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턱괴녀의 마운드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시동을 걸어보는 콘텐츠들을 소개할거예요. 이름하야🌟⟪외인구단 리부팅 심화반⟫🌟🔎
1️⃣ 『외인구단 리부팅』 심화반 A : 연결고리 🖇
심화반A에서는 [여성 : 마운드]의 관계를 더 파볼게요. 『외인구단 리부팅』 프로젝트의 연장선이자 콜라보인 셈! 과연 다른 이들은 마운드라는 장소를 어떤 각도로 바라보는지, 흥미로운 두 개의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 
🎧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 클럽> 씨네21 김혜리 기자, SBS 최다은 PD

109회 - 야구소녀 with 이주영 배우 (2020.6.18)


턱괴는여자들의 『외인구단 리부팅』 프로젝트가 영화 <야구소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기억하시죠? 씨네필이라면 모두 알만한 씨네21의 김혜리 기자와 SBS의 최다은 PD도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 클럽>에서 같은 영화를 주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그 어떤 기사나 칼럼보다도 <야구소녀>라는 영화를 예리하게 해체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맞장구치며 들었답니다. 가장 와닿았던 세 가지 포인트들을 소개할게요. 특히, 마지막은 턱괴녀가 마운드 세계관을 확장하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 <야구'소녀'>라는 제목, 그 명랑한 쓸쓸함에 대하여

김혜리 기자👩🏻‍💼 : 야구 '소녀'라는게, 소녀 시절에는 여자가 많이 하지 않는 운동에서 두각을 드러낸 희소한 존재로 주목을 해주다가, 더이상 소녀가 아닌 시기에 접어들면, 자신이 20년 평생 잘하고 좋아하던 일로 성인의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이 다가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하고 야구 '소녀'에 머물기를 세상이 요구하는 것 같은 그런 내용이지요. 제목 자체에 페이소스가 있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결국 사회의 모든 마운드에 대한 이야기

최다은 PD🕵🏻‍♀️ : 수인이 가진 벽 만큼은 아니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졸업 후 취업을 할 때, 제 전공이 많이 지원하지 않는 그런 진로를 선택했단 말이에요. 취업 박람회를 가면 자격조건에 ‘전공무관’이라고 분명히 되어있어요. 그런데 제가 가서 브로셔를 받으려고 하면, 음악대 작곡과라고 하면 안 주는 거예요. 보기만이라도 하겠다는데. 너는 지원을 해도 어차피 안돼 라는 거죠.


김혜리 기자👩🏻‍💼 : 야구소녀에서 그런 장면이 실제로 보이는 게 하나가 있는데, 가수가 되고싶어하는 수인의 친구가 얘기를 해주는 장면이 있어요. 접수하는 사람 표정만 봐도 (내가 환영받는 존재인지 아닌지) 안다 라는 말을 하죠.


최다은 PD🕵🏻‍♀️ : 네. 그래서 저는 그 때(취준 시기) 생각이 막 나더라고요.


김혜리 기자👩🏻‍💼 : 맞아요. 이 영화는 사실 야구에 대한 영화라기보다, 그런 '벽'에 관한 영화예요. 주수인이라는 인물의 성장 영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분야에서 '꿈꾸는대로 될 수 있는 최상위층을 제외한 모든 사람'. 즉, 우리 대부분에 대한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욕망을 타협해야 하고 차선을 택해서 인생을 꾸려갈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선택(해야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굉장히 보편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도 해요. [...] 꿈을 이룰 수 있는 조건에는 순수하게 '재능'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경제적 환경, 젠더, 인종도 있겠고요. 이런것들을 포함하고 있죠.


🤔 1군만 안전한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김혜리 기자👩🏻‍💼 : (남자 선수들 틈에서) 주수인은 분명히 신체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요. 최코치가 이런 말을 하죠. "약점은 보완을 해도 덮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말이냐 하면, 그 자체가 강점인 사람을 내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 강점을 찾아서 더 키우고 살려야 하고, 그래야 요철이 맞아서 팀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때부터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해요. 나에게 맞는 프레임을 찾아서 만들어야(개척+구축) 하는거죠. 


(바로 이 지점이) 약자(소수자)가 어떻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포인트이기도 해요. 그 기본기를 모두 갖춘 사람들은 정석으로 돌파하면 되지만, 가령 '이게 잘 안 된다'하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방식에 몰두해서 얻은 결실이 - 이 영화에서 그걸 상징하는게 주수인의 뚝 떨어지는 '너클볼'인데요 - 야구 전체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 될 수도 있잖아요. (사회)전체도 어떤 소수자가 일궈낸 결실로 인해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소수자를 포용하는 것이 왜 전체에도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더 와닿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 책 『불펜의 시간』 김유원 작가

2021년 7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2021.7.15 출간)

🔎 최재봉, 한겨레문학상 김유원 "치고 빠지는 삶, 딱 한 이닝만 던진다면・・・", <한겨레>, 2021.05.18


『불펜의 시간』은 김유원 작가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작가는 글을 쓰기 전에 '손경화'라는 본명으로 10년간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때문인지 입체적인 삶의 군상들을 조금씩 번갈아 공개해주며 균형있게 퍼즐을 맞춰가는 방식에 노련합니다. 실제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김유원 작가는 "누구처럼 살고 싶어?"라는 친구의 질문에 무심코 '경기에서 딱 한 이닝만 던지는 선수'라고 답한 후 『불펜의 시간』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이 주임은 누구처럼 살고싶어?"가 되었어요. 결국은 '어떻게 살고 싶느냐'였던 질문으로부터 쓰여진 소설이라서 그런지, 야구를 기점으로 연결된 주요인물들의 서사는 과거 야구와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지에 따라 > 각자 현재의 삶삶의 태도로 이어집니다. 각자가 서있는 곳이 어떤 면에서 '마운드(미묘한 배제의 장소)'가 되는지 필연적으로 드러나게 되고요. 세 명의 주요 인물과 그들의 마운드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혁오 : 🏟 프로야구라는 세계]

무적의 노력형 천재 투수. 엘리트 코스를 밟는 내내 에이스였고 고졸 최고 계약금을 받으며 프로 구단에 입단합니다. 하지만, 치열한 승부의 세계가 남긴 정신적 후유증으로 슬럼프를 겪으며 선발이나 마무리 투수가 아닌 중간 계투로 자리를 잡게 돼요. 그림같이 멋진 폼으로 볼넷만 던지는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요?


[🧑🏽‍🦱준삼 : 🏟 직장인이라는 세계]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지만 자신의 재능 부족을 인정하고 증권 회사에 입사합니다. 무난한 만큼 무탈할 줄 알았던 회사 생활 중 구조조정 상황과 마주하게 되고, 그 안에서 만연하다 못해 모두가 못 본척 하는 기이한 불합리들을 목도하게 돼요. + 소설의 첫 문장 "이 주임은 누구처럼 살고싶어?"의 바로 그 이 주임을 맡고 있습니다. 준삼은 이 질문에 과연 누구라고 답했을까요?


[👩🏻기현 : 🏟 스포츠 기자라는 세계]

리틀야구 에이스지만 중학교 야구부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왜? 여자 아이니까. 좋아하는 것에 마음껏 뛰어들기도 전에 그것을 포기하는 법부터 배워야했던 소녀. 피우지 못하고 눌러 담은 승부사 기질은 스포츠신문 기자로 일하는 현재로 이어집니다. 남다른 성과와 상사의 좋은 평가는 정직한 노력과 투자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인데, 어쩐지 이건 자신만의 생각인 것 같아서 혼란스러워요. '왜 나만 성과에 대한 증명을 또 해야하는걸까?' '이 퀘스트에 모두가 납득하는 결말이 있긴 한 걸까?' 그러던 중, 프로야구 승부 조작이라는 특종 냄새를 맡게 됩니다. 고교 야구 에이스 출신임에도, 프로 데뷔 후 그림같은 폼으로 볼넷만 던지는 선수가 있다던데・・・


턱괴녀는 이 중 기현에게 특히 주목했습니다👀. 그 이유는 '야구를 포기해야했던 야구 소녀'라는 것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기현의 마운드에서 벌어지는 문제적 장면들이 그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크게 세 가지를 꼽아볼게요.   

문제적 장면 SCENE #1

기현은 초등학교때 야구선수였다. 야구부였던 오빠를 따라다니다가 공 던지기에 재미를 붙인 게 시작이었다. 기현이 다니던 초등학교 야구부엔 여자 선수가 한 명도 없었지만, 감독은 기현의 입부를 허락했다. 체격이 좋고 의지가 강해서 야구를 곧잘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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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를 휘날리며 투구하는 기현의 모습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기현이 청소년체전 최초의 여자 승리 투수가 되자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다. [...] 기자들이 기현에게 던지는 질문은 여자라는 성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여자라서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중학생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들어도 기현은 겁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남자애들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프로에 데뷔하는 꿈을 자주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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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이 6학년이 되자 기현의 아빠는 야구하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했다. 감독은 기현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남자애들의 부모를 불러 야구부 진학을 논의했다. 


문제적 장면 SCENE #2

"편집장은 이기현만 예뻐하잖아." 기현의 동기들이 자주 하는 말이었다. [...] 마지막엔 항상 똑같은 말을 덧붙였다. "여자라서 그래." 


스포츠 기자의 90퍼센트는 남자였다. 여자라는 성별은 어디서나 두드러졌고 어떤 일에든 쉽게 근거가 되었다. [...] 기현도 생각해보았다. 내가 여자라서 취재가 수월한걸까? 내가 여자라서 편집장이 특별 대우 해주는 걸까? 내가 여자라서 꼼꼼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취재와 기사 작성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비교해보면 편집장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게 당연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특종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건 편애가 아니었다. 


문제적 장면 SCENE #3

편집장이 말했다. "당연히 능력을 보고 뽑았지. 다른 사람들은 다 남자가 나을 거라고 했는데 그건 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취재는 여자 기자가 더 잘해. 여자가 가면 분위기가 좋아서 선수들이 온갖 걸 다 말해주거든. 운동선수는 남자가 많잖아."


기현은 어렸을 때부터 치어리더만은 되고 싶지 않았다. 직업인으로서는 멋있었지만, 승부의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도 승패를 결정짓진 못하는 존재라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기현은 승부를 장악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응원석이 아니라 타석을 원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기자라는 타석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 또한 응원석일 줄은 몰랐다.

턱괴녀가 『외인구단 리부팅』에는 아쉽게도 싣지 못했지만 여성 스포츠 기자 한 분도 인터뷰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기현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그 기자님과의 대화가 오버랩되더라고요. 야구장의 마운드를 톺아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뜻밖의 또 다른 마운드를 직면하는 순간이었죠(🔥) 그 래 서- 저희가 기자분께 동의를 얻어, 그 인터뷰 내용을 뉴스레터로'만' 공개할 예정입니다! 문제적 장면 SCENE #3를 특히 주목하고 기억하며 기다려주세요. 스포츠와 관련된 사각지대에 '필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거🕵🏻‍♀️X🕵🏻‍♀️
2️⃣ 『외인구단 리부팅』 심화반 B : 평행세계 🏟
심화반 B에서는 턱괴녀의 마운드 세계관 확장의 맛보기🍴를 제공합니다. 스포츠는 우리의 생각보다 권력과 정치로 점철된 분야이고, 그만큼 한 시대의 투쟁을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광야이기도 해요. 그 안에서 드러나는 외로움이 비단 [여성 : 마운드]뿐은 아니겠죠. 우리 조금 더 시야를 확장해 볼까요? 🗺👀
 🎬 다큐멘터리 드라마 <콜린, 흑과 백의 인생> 에이바 듀버네이, 콜린 캐퍼닉 공동 감독
영국 프리미어 리그 EPL은 경기 시작 전 5-10초간 '무릎 꿇기'를 합니다. 2021-2022시즌에도 이 의식은 이어지고 있고, 20개의 소속팀이 동참하고 있어요.
이는 EPL뿐만 아니라 NBA, MLB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죠. 언제부터/누가/왜 시작한걸까요?
그 주인공은 콜린 캐퍼닉. 미국 프로 풋볼 리그 NFL 선수입니다.

2016년,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미국 국가 제창과 국가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면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낳았죠.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는 없다."

그의 이런 행동은 당시 불거졌던 미국 내 인종차별 사건에 항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흑인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거든요.

'무릎 꿇기'는 스포츠계에서 '콜린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함의를 가지고 퍼져나갔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심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어요.

한 명이 만든 '논란'은 점점 많은 이들이 함께 무릎을 꿇는 것만으로 하나의 '파장'이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연설 중 그를 저격하며 욕설을 날리는가 하면, 그 후에 나이키가 보란듯이 '도전적인 자세로 스포츠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는 명목으로 30주년 모델에 그를 기용하면서 화제성이 재점화되기도 했어요.


종목을 불문하고 수많은 스포츠 리그와 선수들이 현재까지도 그의 '무브먼트'에 동참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콜린 캐퍼닉은 '무릎 꿇기'로 2016년에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그가 그의 팀을 슈퍼볼까지 이끌었던 간판 스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냉정하고 부당한 처사죠. 그후 다른 그 어느팀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스포츠계 전문가들은 그가 풋볼계에서 낙인이 찍혔다고 해석합니다.


그런데 잠깐!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국가 의례를 거부한 것이, 이렇게까지 괘씸하게 여겨질 일일까요? 뭔과 과하고 찜찜하게 느껴지는 이 지점은 뭘까? 


"실력과 재능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필드는 모두에게 평평해야 하는곳 아니었던가."

<콜린, 흑과 백의 인생> 시즌1 에피소드2 중


<콜린, 흑과 백의 인생>은 그가 몸소 겪어온 이 미묘한 불편함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전적 다큐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의 2021년 오리지널 시리즈로, 콜린 캐퍼닉이 에이바 듀버네이와 함께 직접 감독을 맡았어요. 풋볼 필드에 대한 문제의식을 넷플릭스에서 풀어내다니- 일단 그는 문화 콘텐츠의 파급력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네요.


다큐 드라마로 재연되는 성장기는 그가 왜 '내셔널리즘'과 '인종'의 상관관계에 날카로운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잘 보여줍니다. 콜린은 1) 중산층 백인 가정에 입양된 흑인 이자, 2) 미국의 국기인 풋볼과 야구에 뛰어난 운동 천재 라는 교차성이 풍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전통적으로 가장 미국적이라 여겨진 정체성(백인 가정 환경, 풋볼・야구 스타)을 가진 흑인이 마주한 사랑하는 조국과 사랑하는 스포츠의 아이러니. 그리고 이 아이러니의 기원을 파고들어가다 마주한 그 너머의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문제적 장면 SCENE #1 🤔 누구를 본뜬 원형(prototype)인가?
시즌1 에피소드2
"흔히 현실에서 쿼터백을 선택할 권한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을 닮은 쿼터백을 원하죠.
그리고 그들의 제한적인 상상력 때문에,
70% 이상이 흑인인 리그에서 흑인들은 쿼터백의 1/3도 되지 않아요."
'쿼터백'은 공격팀의 리더로서 전술을 총지휘하는 책임을 갖습니다. 또한, 전략적 사고뿐만 아니라 50야드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어깨와 빠른 발 등 신체적 역량도 중요하고요. 야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정체성과 긴밀히 닿아있는 풋볼이라는 스포츠에서, 쿼터백은 가장 핵심적이며 무엇보다도 상징적인 포지션인 셈이죠. 이러한 쿼터백 자리에 흑인이 기용되는 경우는 이상하리만치 적습니다. 과연 운동 실력이 원인일까요?
"그래요. 자신이 원형(prototype)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자신이 표준(standard)이라고 세상에 보여줄 수 있어요. 
하지만 결정권자들이 마음을 바꾸기 전까진 그저 비정상, 괴물, 유니콘일 뿐이죠."

문제적 장면 SCENE #2 🤔 올바른 방식으로 게임하라 (Play the right way)
시즌1 에피소드4
티볼부터 빅리그까지,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는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습관처럼 줄곧 하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Play the right way!" 야구가 신사의 스포츠라고 하니 페어플레이 하라는 뜻일까? 마운드에 적용되는 '올바른 방식'이란 뭘까요.

1930년대, 로매어 비어든은 재키 로빈슨보다 앞서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가 될 뻔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계약에는 백인으로 뛴다는 조건이 걸려있었어요. 'Play the right way'란 결국 백인의 스포츠인 야구를 존중하라는 의미였던거예요. 로매어 비어든은 이 터무니없는 제안을 거절하며, 메이저리거라는 꿈을 접습니다.

"그때 비어든이 배웠던 걸 전 고등학교때 배웠죠.
미국이 항상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기도 해요.
올바른 방식으로 한다는 건 백인의 방식으로 한다는 뜻이죠."  

"규칙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
기꺼이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하죠.
하지만 규칙이 변한다고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들의 규칙대로 할 의향이 있느냐는 거예요"

오늘날에는 이 표현이 1930년대와 완벽하게 동일한 함의를 가지고 사용된다고 볼 수는 없을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마운드에 right/wrong의 구분은 남아있는 것 같아요. 보다 앞서 문이 열렸던 흑인 남자 선수에 대한 처우도 갈 길이 멀고, 여자 선수는 말할 것도 없죠.

문제적 장면 SCENE #3 🤔 힘의 역학
시즌1 에피소드1
신체요건이 월등한 흑인 선수들을 선별하는 위치엔 늘 백인이.
무엇과 닮아있지 않나요?  

"필드에 나가서 경쟁자보다 잘하기만 하면 될 거라 생각하죠. 

하지만 종종, 너무나 자주 그 장애물을 넘으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해요.

제가 어렸을 배운거죠. 백인의 승인 도장.”


<콜린, 흑과 백의 인생>을 보면, 미국 내에서는 남성 스포츠라는 집합 안의 '인종'문제 또한 하나의 숙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스포츠라는 틀 안에서 적어도 '인종'의 문이 '성별'의 문보다 훨씬 먼저 개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요. 결국, 제도권(관료제)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의 크기가 같지 않다면 근본적인 변화가 따라오기는 힘들다💡는 시사점을 줘요. 이는 풋볼이든 야구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똑같이 적용됩니다. 

『외인구단 리부팅』의 2장 "인종과 민족 : 종주국 미국의 (치우친) 내셔널리즘"에서, 턱괴녀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관료제 꼭대기에 있는 백인 남성이 원하는 '남성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형성한 미국의 내셔널리즘"이 얼마나 편협한지, "1970년대 약 20%에 달하던 흑인 야구선수는 2021년에 오히려 왜 8%로 줄어들었는지" 말이예요. 우리 제도권과 필드의 상관관계를 잘 되짚어보아요. 소외 없는 운동장에 도달하는 길은 하나가 아닐수도- 그만큼 허들 역시 여럿일 수 있으니까! 🛤
5월의 뉴스레터에서는 야구장 안팎의 마운드들 두루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여성과 야구의 관계를 딥하게 파헤친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 클럽>,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필드에서 겪는 불합리를 야구와 엮어 풀어낸 <불펜의 시간>, 스포츠 내셔널리즘의 주체인 제도권과 필드의 역학 관계를 보여준 <콜린, 흑과 백의 인생>까지. 세 가지 콘텐츠 모두 문제의식을 '수면위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턱괴녀의 연구 기조와 맞닿아 있어요.

5월호를 읽으신 여러분. 턱괴녀가 앞서 제안했던 외로움 헌터 길드가 어떤 의미인지 감이 좀 오시나요? 우리의 마운드들은 결국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마운드에서 여성이 겪는 소외가, NFL, MLB에서는 유색인종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가 되지요. 『불펜의 시간』에서 준삼이나 기현은 진입조차 하지 못한 마운드라는 공간이, 프로 선수인 혁오에게는 트라우마를 주기도 하고요. 

합심해서 우리의 마운드 한바퀴 싹 돌아보자고요. 서로의 외로움에 공감하면서요! 턱괴녀와 함께해주실래요?
턱괴는여자들 (2020.10~)

K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문화매니지먼트 석사, 파리 9대학에서 문화기관경영 석사 복수학위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문화예술이 시대를 대변하고 다음 세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으며, 미디어 콘텐츠와 책을 기반으로 비경제적인 시대정신과 논의점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오래 이어온 독서모임, 번의 타국 살이 경험 그리고 인생의 동반자인 아토피가 현재의 모습으로 나를 다듬는 데에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한국과 프랑스의 교차하는 상대성과 묘한 유기성을 다방면으로 경험하면서, 문화예술의 도구로 주체를 활용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른이 빠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MMJ
안녕하세요, MMJ로 활동하는 연구자 겸 기획자입니다. 파리 제1대학 근∙현대미술사 박사과정 겸 미술사 연구소(HiCSA) 연구원으로서, 역사 속으로 진입하기도 하고 현재를 톺아보기도 하고 근거 있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예술이 일어나는 순간을 탐닉하고, 역사관이 변화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을 즐깁니다. 과거에는 비주류였던 지점들이 현대에 이르러서 뒤틀리거나 격변하거나 격상하는 과정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며, 반대로 과거에는 주류였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메인스트림에 있었는지 과정은 정당한지를 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턱 괴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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